늦은 봄 농촌에 모내기 준비가 한창일 때 이팝나무의 꽃이 핀 모습을 멀리서 보면 흰 눈이 온 듯하고, 사발에 흰 쌀밥을 가득 담은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쌀밥처럼 보여 이밥나무라고 했으며, 이밥이 이팝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팝나무는 한 해의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흰 꽃이 많이 피는 해는 풍년이, 많이 피지 않는 해는 흉년이 든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이팝나무는 여름에 들어서는 입하 무렵에 꽃이 피기 때문에 入夏木이라 불렀고 입하가 연음되어 이파, 이팝으로 불리어 졌다는 주장도 있다. 농촌 사람들에게는 농사와 관련하여 관심이 많은 나무였으며 동네마다 신목으로 추앙받는 이팝나무가 많았다. 오늘날에도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많이 지정되어 있으며, 도시의 가로수와 조경수로 많이 식재되는 나무이다. 한번 핀 꽃은 보름이 넘도록 향기를 내며 낙화의 순간도 장관이다. 우리 경주에는 황성공원 시립도서관 동쪽 담장 부근에 수령이 약 400년 정도의 이팝나무 노거수가 있으며, 봄에 꽃이 핀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또한 팔우정에서 안압지 가는 길과 고속터미널까지의 태종로는 기존의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베어 내고 이팝나무로 교체하였다. 머지않아 성목이 되어 꽃이 만발하면 거리의 명물이 될 것이다. 옛날에 심술궂은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가 살았는데, 어느 날 제사가 있어서 오랜만에 쌀밥을 짓게 되었다. 모처럼 쌀밥을 지으려니 자신이 없고 겁난 며느리는 밥에 뜸이 잘 들었는지 밥알 몇 개를 떠서 먹어 보았다. 그 순간 이 광경을 본 시어머니는 제사에 올릴 멧밥을 며느리가 먼저 퍼먹는다며 온갖 학대를 하였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며느리는 그 길로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어 죽었고, 그 후에 무덤 가에서 자란 나무가 흰 꽃을 가득 피웠다. 이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쌀이 남아 걱정인 요즘 서민들의 정이 담긴 쌀밥나무를 알아 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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