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대나무는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보면 정말 요긴하게 쓰인 재료였다. 사립문을 싸리 대신 대나무를 엮어 만들고, 농사에 필요한 대갈퀴와 부엌살림으로 채반과 광주리가 있으며 사랑채에는 할아버지가 쓰시던 붓통과 벼루집이 모두 대나무 제품이다. 이러한 죽제품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왕대이다. 대나무는 보통 일곱해나 여덟해를 넘기고 죽는데 나이가 꽉차면 줄기가 황색으로 변하며 너무 굳어벼려 얇게 쪼개지지 않는다. 줄기의 빛깔이 까마귀처럼 검은 색이어서 오죽 또는 검죽이라 부른다. 오죽 숲에 가면 더러 초록색 줄기를 가진 것도 있는데, 오죽은 처음 죽순이 자라 첫해 봄에는 초록색이다가 가을부터 검은 빛을 띠기 시작하여 한 해를 넘기고 나서야 완전한 오죽이 된다. 60년 만에 한 번씩 핀다는 대나무 꽃은 피고 나면 일제히 죽었다가 다시 난다. 이렇게 대나무 꽃이 피는 주기라던가 꽃이 피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을 뒷받침할 학술적 근거가 없다. 대나무 중에서 붓을 만들 때 붓대롱에 쓰이며 담뱃대로 사용되는 것이 이대이다. 마을 옆이나 산 기슭에 모여 자라며 키가 5m를 넘지 못하고 굵기도 가는 시누대라고도 부른다. 또 산에서 키가 작으며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산죽은 조릿대라고 하는데 새해 정초에 복을 기원하는 뜻에서 구입하는 복조리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국악기 중에도 대금, 중금, 소금, 피리, 당적, 단소, 퉁소 같은 것들은 모두 대나무로 만들었으며 죽부라고 한다. 대나무 중에서 맹종죽(죽순대)은 죽제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죽순을 먹기 위해서 재배한다. 죽순맛을 알면 상장(喪杖)도 부수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고급요리에 쓰이고 있다. 대나무 잎으로 떡을 싸면 방부 작용을 해 쉽게 상하지 않고, 동치미에 대나무 잎을 띄워 놓으면 겨울이 다 가도록 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고운 쪽머리를 매만지는 참빗이나 한량들의 여름 침구인 죽부인과 대발을 비롯하여 삿갓과 죽장, 오줌싸개 소금을 얻어러 갈 때 쓰던 키 등이 벌써 자취를 감추고 골동품상에 모아지고 있는 것이 아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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