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말 완공예정이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하 방폐장)이 진입동굴 시공과정에서 지반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 2년6개월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역사회는 방폐장 유치에 따른 국책사업 추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2006년 6월 방폐장 처분방식 결정을 앞두고 벌어졌던 투명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9일 경주시의회는 전체의원간담회를 열고 방폐장건설처 관계자들에게 현재 상황과 향후 대책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경주시의회 간담회=지난9일 시의원들은 시의회가 주도해 시민들에게 방폐장은 안전하다고 설득하며 유치했지만 이제 시민들에게 설수가 없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근 의원은 “유치할 때 안전성이 최우선이었다. 예상보다 좋지 못하다는 것은 지질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며 “의회가 주도적으로 나섰고 당시 의장으로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치당시 민감해서 암반조사를 소홀히 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수 의원은 “암반등급이 낮다고 하는데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사를 중단하고 부지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선정당시 지질조사기관에 대한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며 “부지 선정당시 읍천활성단층이라는 것을 알고 넘어간 것 같다”고 추궁했다. 이진락 부의장은 “연약지반대가 나오면 해수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장담을 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국내 최고 기술자를 불러 테스트를 해서 암반이 있다는 보증서를 가져오면 그나마 시민들이 믿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학철 의원은 “당시 경주의 특성상 반대가 많았지만 안전에 대한 확신을 강조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민들이 선택했다”며 “그러나 안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지원사업 또한 제대로 되지 않아 한수원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은 사라졌다. 신뢰회복이 안되면 방폐장 공사는 난관에 봉착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용래 방폐장건설처장은 “유치당시 부지적합성 결과를 설계에 반영했으며 공학적으로 보강하면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어쩌면 좋은 암반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400m을 안전하게 팠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800m을 파야하는데 되지 않아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이 처장은 또 “부지 및 처분방식 결정전에 기술분과와 지역사회분과가 검토했다. 총80만 드럼 저장시설 중 동굴은 1단계 10만 드럼을 저장하는 시설이고 나머지는 보고 (처분방식)결정하기로 했다”며 “지금 공사를 중단하고 천층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잇따른 안전문제 대두=지난 4월 29일 신월성 2호기 건설현장에서 바닷물 유입을 막는 물막이판이 파손돼 신월성 2호기 공사 현장이 바닷물에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방폐장 공사가 지반문제로 완공이 연기된다는 발표에 시민들은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방폐장건설처가 지반 문제에 대해서는 단지 좋은 암반이 나올 수 있으며 설사 지반이 약하더라도 보강을 하면서 공사를 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이외에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5월말 현재 400m을 채 공사하지 못한 상황에서 앞으로 남은 1000~1600m 구간을 보강 하면서 파내려 가면 산술적으로 하루 2m정도 밖에 하지 못하는데 지반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설처가 밝힌 2012년 연말 완공도 의문시 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은 방폐장을 언제까지 완공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최고의 전문기관에서 정밀조사를 실시한 후에 공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처분방식 결정 안전성 우선했나=2006년 6월28일 천층식과 동굴식을 두고 고심하던 방폐장부지선정위원회(외부 전문가인 기술분과와 지역시민사회단체 인사인 지역사회분과로 구성)는 안전성을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동굴식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처분방식 결정에 앞서 두 차례의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다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떠밀리듯 처분방식을 결정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기술분과는 천층식으로, 지역사회분과는 동굴식으로 견해가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시 한수원 본사 문제로 3개 읍면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처분방식을 두고 주민설명회를 갖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며 “안전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방폐장 처분방식을 두고 기술분과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을 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마치 등 떠밀리듯 결정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처분방식을 두고 기술분과에서 과연 정확한 자료를 제시했는지 아니면 지역정서 때문에 안전성을 뒤로하고 동굴식으로 결정 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천층식이 동굴식보다 예산이 훨씬 적게 든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당시 방폐장 관계자들은 천층식을 선호한 것도 이번 장폐방 지반문제가 불거지면서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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