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는 지난 1월 착공한 구황교~배반네거리 구간 도로 확장공사가 마무리돼 27일 확장 개통됐다고 밝혔다.산업로 구황교~배반네거리 구간은 울산, 경주IC 등으로부터 보문관광단지를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로 그동안 상시적인 교통정체로 지역주민 및 관광객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특히 관광철 교통정체가 심각하고 협..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사장 김성조)는 11월 보문호반 힐링걷기 행사를 29일 오후 7시부터 개최한다.이번 행사는‘ 첫눈 특별이벤트’, ‘첫눈아 내 소원을 들어줘’, ‘크리스마스 엽서쓰기’ 등 눈과 겨울을 테마로 한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돼있어 보문호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겨울 분위기가 연출될 전망이다. 특..
제3회 경주시 평생학습박람회’ 일시 : 11월 23일(토) ~ 11월 24일(일) -개막식 23일 오후 2시 장소 : 경주시 평생학습가족관 일원 캐릭터 양초, 꽃누르미 열쇠고리, 안전목걸이, 풍선아트, 전래놀이, 추어의 뽑기 등 14개 체험부스와 미술, 서예, 홈패션 등 평생학습가족관 수강생의 490여점의 공예작품과 성인문해 시화전 등이 전시된다. 또 개막식에서는 풍물동아리, 라인댄스, 다문화 합창단의 식전공연, 진해성, 유민지 등의 축하공연도 이어진다.
경주시가 지난 18일 서울특별시 중랑구와 수도권 수학여행단 유치, 경주 농·특산물 판로확대 등을 위한 우호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경주시청 알천홀에서 열린 우호교류 협약식은 주낙영 경주시장, 류경기 중랑구청장, 윤병길 경주시의회 의장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서울 중랑구는 인구 40만명, 예산..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이 운영하는 양북면 본사 홍보관이 개관 3년여 만에 관람객 30만명을 달성했다. 한수원은 2016년 3월 본사를 경주로 이전하면서 지역과 함께 한다는 취지로 에너지 체험형 홍보관을 개관하고 4월말부터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매년 8만명 이상 방문하는 본사 홍보관은 에너지 원리 중심의 과학 체험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이 선호하는 다양한 전시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현재 고양이를 주제로 한 특별전시 ‘THE 냥-Love like cats’展이 관심을 끌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30만번째 방문객은 화랑중 1학년 단체학생들로, 한수원은 학생들과 학교에 정성이 담긴 기념 선물을 전달했다. 화랑중 최승희 교사는 “학생들의 진로체험을 위해 한수원 홍보관을 찾았는데, 선물까지 받아 정말 기쁘다”면서 “학생들이 에너지 분야 전문 체험은 물론, 예술작품 관람까지 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홍보관은 원자력과 수력,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원리를 직접 조작하고 체험하면서 이해하는 방법으로 전시물을 구성한 에너지 과학관으로, 체험학습장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을 위한 진로지도도 병행하고 있어서 인기가 높다. 김상우 한수원 홍보실장은 “한수원 홍보관이 연중무휴(설, 추석연휴 제외)로 운영되면서 방문객들의 문화체험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계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라왕경 8대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을 법적 뒷받침하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석기 국회의원이 여·야 국회의원 181명의 공동발의 참여 서명을 받아 2017년 5월 대표 발의 후 2년6개월 만이다. 이 법안을 주도했던 김석기 의원을 비롯한 경북도와 경주시도 법안통과를 반색하고 있다. 이번 신라왕경특별법 제정으로 경주를 통일신라시대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연속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5년 주기의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종합계획 수립, 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 및 시행, 8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에 대해 명문화했다. 8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은 월성 복원·정비, 황룡사 복원·정비, 신라왕경 중심방 복원·정비, 동궁과 월지 복원·정비, 월정교 복원·정비, 대형고분 재발굴·전시, 첨성대 주변 발굴·정비, 쪽샘지구 발굴·정비 등이다. 신라왕경특별법은 정권교체와 일부 여당 의원, 정부부처 반대 등으로 소관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2년 여간 계류되는 등 그동안의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지난 7월 문광위 회의에서 수정을 거쳐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후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었다. 여당 위원들이 상임위에 계류 중인 백제·가야 등 다른 지역 유적 복원·정비 법안들을 신라왕경 특별법과 통합해 심사해야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법의 제정이 어려웠던 이면에는 예산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천년고도 경주를 명품으로 만든다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에 대한 경주시민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2014년부터 본격 시작해 2025년까지 총사업비 9450억원(국비 6615억원, 지방비 2835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확보한 특별법은 제정됐지만 앞날은 그리 순탄해보이지 않아 보인다. 2017년 문화재청 승인을 받아 추진해 온 ‘동궁과 원지 복원·정비사업’이 ‘세계유산이행을 위한 운영지침’에 어긋난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의견에 따라 사업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에 포함된 대부분이 이 같은 규정으로 인해 예산지원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어렵게 신라왕경특별법이 제정된 만큼 세계유산운영지침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대응과 함께 앞으로 예산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노력이 요구된다.
경북도가 경주시 대신 영덕군을 지정 신청을 했던 정부의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지정이 결국 무산되고 새만금, 광주·전남 2개 지역으로 결정돼 그동안 첨단에너지산업의 큰 그림을 그려왔던 경북도와 경주시의 구상이 어렵게 됐다. 산업자원통상부는 지난 6일 제18차 에너지위원회를 개최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를 새만금, 광주·전남 두 곳으로 최종 결정하고 15일 새만금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와 광주·전남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를 지정고시했다. 내용을 보면 이들 지역에는 에너지 신시장 창출과 지역에 특화된 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대대적인 전략적 지원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전북 새만금 일원에 들어설 새만금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는 ‘재생에너지산업 글로벌 중심지의 육성’을 위해 23.9㎢ 면적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활용해 연관기업, 실증-시험 설비 집적화, 재생에너지관련 연기기관 유치 추진 등을 한다는 전략이다. 또 광주·전남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는 ‘에너지신산업 융복합 거점으로 육성’을 위해 18.92㎢ 면적에 에너지벨리 지역 인프라를 활용하고 발전공기업의 수요를 연계한 기업유치를 통해 자생적 에너지신산업 융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산자부는 지정된 지역에 대해 클러스터 생태계가 조기에 구축되도록 기술개발·실증·인력양성·사업화 등 전주기 지원을 추진하고 기업유치를 위한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우대 추진, 에너지특화기업에 대한 지방세감면·공공기관 우선구매, 종합지원센터 구축 등을 하겠다고 했다. 이들 지역에 매년 1조3886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791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산자부의 이번 결정으로 에너지관련 기업이 이들 두 곳으로 몰리게 될 것이며 에너지관련 모든 연구개발과 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또한 생기게 돼 이들 두 곳이 미래 우리나라 에너지관련 산업의 중심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동안 경북도와 경주시가 애써왔던 에너지관련산업 확장 기조는 더 이상 나아가기 어렵게 됐다고 본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한수원 본사와 방폐장, 원전, 양성자가속기 등이 있는 경주의 미래가 더욱 암울해 보인다. 이들 기관의 위축이 지역경제 침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작 해결책을 내놓는 이는 찾기 어려운 것도 작금의 경주 현실이다.
‘나무의 허락을 받지 않고/ 나무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나무를 베어 별장을 지었지 그대와 나 -이승하 시 ‘나무 앞에서의 기도’ 中’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는 가로수 및 도시림 등이 제법 잘 가꿔져있는 편이다. 전국적인 유명세의 가로수길인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충북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경북 울진 백일홍 명품길과 함께 경주의 벚꽃 가로수 등은 각광을 받고 있다. 메탈(metal)한 도시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도시림은 도시 환경을 조화롭게 정화시켜준다. 그래서 도시림은 관광객을 유인하는 매력적인 요소다. 그러나 경주의 도시림은 수난을 당할 때가 많다. 최근에 불거진 불국사 진현동 영불로 가로수(은행나무, 느티나무)의 과도한 가지치기와 남산동 통일전 은행나무의 수형과 주위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가지치기에 시민들과 관광객의 민원제기가 기자에게도 전해질 정도였다. ‘나무를 이렇게 키우려면 수 십 년이 걸리는데 너무 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을 간직한 아름드리나무가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라며 그들은 흥분하고 안타까워하며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영불로의 경우, 지난달 말 본격적인 관광철을 앞두고 주변 가로수들을 몸통만 남기는 강전정으로 잘라내어 눈만 뜨면 관광도시 경주를 부르짖는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경주의 가로 환경에 대한 섬세함을 잃은 탓이었다. 개나리도 은행나무도 느티나무도 하나같이 몸통만 남겨두는 소위 ‘강전정’으로 대부분 작업한다. 도시의 이미지와 경관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마구잡이로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강전정을 하는 것은 연차적인 가지치기에 대한 예산을 줄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했다. 물론, 가지치기가 필요하고 가지치기의 적기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또 상가를 운영하는 일부 주민들의 민원과 태풍 등 안전상의 문제와 맞물려있어 가로수 관리에 고충이 뒤따른 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래서 더욱 조경전문가, 가로수 관리사 등의 전문가를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주시 관련부서에는 전문가 한 명 없다. 길가에 심어놓은 가로수의 관리 수준이 형편없다는 지적은 여러 번 받았을 텐데도 아직도 행정 내부에서 전공자 한 두 명의 의견으로 대부분의 경주 가로수와 도시림의 환경이 결정된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한 두 명의 전공자에 불과한 행정 내부 인력으로 어떻게 이 거대한 경주의 도시림을 관리할 수 있는가 말이다. 시 관련 부서는 예산 편성에 반영이 안된다고 미뤄 둘 일이 아니다. 여러 근거 자료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사안이다. 굳이 독일이나 호주 등의 선진 사례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도시림에 대한 주의 환기가 절실한 때다. 시민들과 경주를 찾는 관광객의 안목과 수준은 깊어지고 넓어지는데 시의 행정이 이들의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엇박자로 논다면 그들과의 괴리는 깊어지기만 할 뿐이다. 하루아침에, 아껴왔던 가로수 경관이 몸통만 남기고 나뭇잎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돌변한 모습에 많은 주민과 방문객들이 받았을 충격은 짐작하기 어렵다. 높아진 시민의식에 미치지 못하는 행정이라는 비난과 안일한 행정이라는 문책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시의 행정적 속사정을 주민들은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전정시기와 전정 정도와 사유 등에 대해 주민들과의 설명회를 통한 충분한 고지가 이뤄져야 하고 그들과의 대화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작업일 테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런 소통의 장(場)은 없었다고 한다. 차제에 시 관련부서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도시숲과 가로수 심기를 확대한다는 것이 전국적인 분위기다. 우리는 새로 심기보다 기존 조성돼있는 아름드리 가로수를 가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린인프라는 이제 사회 기반시설과 함께 핵심 기반시설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경주는 특히 명심해야 할 명제로서 역사문화적 기반과 함께 조화롭게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화로 인해 우리의 일상생활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걸어 다니는 것보다 차를 더 오래 타게 되었고,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장을 볼 때도 마트에 가서 1주일 치 먹을거리를 한 번에 사서는 냉장고에 쟁여두고 산다. 집과 학교, 일터는 이전보다 멀어졌으며, 주변에 오래된 것들은 사라졌고 지금도 사라지고 있다. 혹자는 깨끗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지내게 되었으니 삶의 질이 더 나아진 게 아니냐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좀 더 빠르고 편리한 방향으로 삶의 방식과 일터의 모습을 바꿔 왔다. 유행처럼 주변을 따라잡으면서 얻은 것들도 있겠지만 정작 놓치지 말아야 할 우리주변의 귀중한 것들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 나에게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언 컨데 오래된 것들이 많고 걸어 다닐 수 있는 작은 도시라고 말할 것이다. 오래되었다는 것은 낡은 곳이고, 걸어 다녀야 하는 곳은 교통이 불편한 곳이며, 작다는 것은 뭔가 부족하고 없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것이 새 것보다 더 큰 활력과 파장을 불러오고, 걸어 다님으로 인해 보게 되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으며, 작은 마을은 넓고 큰 아파트단지에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들을 활용하는 것이 지방중소도시이자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도시계획과 관리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아주 오래된 것을 위해 조금 덜 오래된 것을 등한시하지 말자. 역설적으로 오래된 것들은 도시에 젊음과 활력을 불러온다. 여기서 오래된 것들은 역사유적이나 유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관광객들은 단순히 문화유적만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경주를 방문하지 않는다. 몇 대를 이어온 오래된 맛, 누군가의 흔적이 서린 골목길과 장소를 포함한 모든 것이 도시의 매력요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오래되고 가치 있는 것들을 보전하는 것이 더 오래된 것들의 복원에 그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것이다. 지금 남은 소중하고 오래된 것들부터 챙겨야 나중에 아쉬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둘째,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들자. 일반적으로 차가 많아 도로가 막히면 길을 넓혀야 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그 반대로 차도를 줄이면 차가 줄어든다. 서울시에서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주변 도로를 줄이자 도로용량에 맞게 교통량이 감소했다. 오히려 복원이후 차가 줄어든 청계천 주변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게 되었고 덩달아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출발점과 목적지만 있다. 그 중간 경로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걸어 다니는 도시는 출발하여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도시의 여러 풍경들과 마주하며, 그 도시를 즐기며 다닐 수 있다. 관련하여 최근 사람들이 도시를 걸으며 즐기려고 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황리단길, 읍성길과 같은 걸으며 즐기는 명소들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차를 타고 다니면 느낄 수 없었던 길의 매력에 사람들이 빠져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은 도시를 지향하자. 작은 도시는 높은 건물이 아닌 낮은 건물과 넓지 않은 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주택과 일상생활을 위한 가게들이 적절히 섞여있는 곳이다. 아파트 단지의 주변 도로에는 인적이 드물지만, 아담한 가게들과 주택들이 모인 마을길은 사람들로 활력이 넘친다. 집안일을 하며 창밖으로 애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차를 타고 마트에 가지 않아도 집근처에서 생필품을 구할 수 있으며, 이웃들과 마주치고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소통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사람들이 많은 작은 마을은 소위 ‘거리의 눈’이라 불리는 이웃들의 시선이 있어 굳이 CCTV가 없어도 안전한 마을이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경주는 오래되고 걷기 좋은 작은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가?
지하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고 아파트 입구로 올라왔다. 색 바랜 낡은 키패드에 집 동호수를 누르고 이어 비밀번호도 누른다. 그러자 통유리 문이 스르륵 하고 열린다. 버튼을 눌러 12층에 멈춰 있는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걸 확인한 후, 옆에 있는 비상구로 몸을 튼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자, 그럼 올라가 볼까” 가벼운 걸음으로 첫 계단을 디딘다. 여기까지가 지금 아파트로 이사를 온 이후로 계속된 ‘계단 오르기’ 루틴(routine)이다. 오르다 보면 저 밑에서 띵똥~하고 누군가 엘리베이터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편함 대신 운동을 선택했다는, 근거 없는 우월감에 괜히 계단을 꾹꾹 눌러가며 오른다. 힐끗 보니 4층이다. 아직까지는 발걸음도, 숨쉬기도 괜찮다. 계단 옆으로 난 창밖을 여유롭게 바라본다. 노을이 이쁜 걸 보니 내일 날씨도 맑겠구나 싶다. 아직까지는 힘이 남아서일까 오늘 있었던 일들도 떠올렸다가 저녁에 아들 숙제 좀 봐주라는 아내의 카톡 문자도 떠오른다. 등에 땀이 살짝 나는 듯한 신호가 오는 걸 보니 ‘여기가 10층이겠군’하고 고개를 들어 보면 정말 그렇다. 와, 괜히 으쓱해진다. 거의 1년 넘게 계단 오르기 중이니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앙증맞은 세발자전거가 맞아주는 12층, 먼지가 소복이 쌓인 장바구니 캐리어가 보이면 13층이다. 상가(喪家)엘 다녀와서 그랬는지 신주에 소금 뿌리지 말라는 15층 안내 문구가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부터가 ‘깔딱 고개’다. 힘없이 벌어진 입 사이로 가쁜 숨을 뱉지만 가슴은 벅차고 등에서는 땀이 제법 흥건하다. 쉼 없이 움직여 온 두 무릎을 바늘로 마구 찌르는 듯 따끔거리는 마(魔)의 구간이다. 이걸 넘어서야 정상(頂上)인, 홈 스위트 홈이 나온다. 요동치는 맥박을 느끼며 한 걸음 한 걸음 디디다 보면, 마침내 반가운 까만색 사이클이 눈에 들어온다. 19층이다. ‘오늘도 성공했구나!’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얻은 것이 참 많다. 몸이 당연히 건강해진다. 불과 몇 분 동안이지만 제법 운동이 된다. 5층(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맞춰진 몸이 7층, 8층 하고 한계(!)를 넘어서다 보면 재미도 나지만 덤으로 몸도 좋아진다는 걸 느낀다. 계단 오르는 걸 무시할 수 없는 게, 단위 시간당 산책(6cal)보다도, 빠른 걸음으로 걷기(120cal)보다도, 계단 오르기(221cal)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져 따로 운동하기가 번거로울 때는 계단 오르기가 안성맞춤이다. 잘 알다시피 계단은 오르는 게 효과적이다. 내려가면 무릎에 충격이 집중되어 좋지 않다. 덩달아 마음도 가벼워진다.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몸은 힘들어지는데, 반대로 마음은 심플하고 선명해진다고 할까. 마라톤 결승점에 가까워질수록 거친 숨을 내쉬지만 선수들 얼굴이 평온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고대 인도 문화에서 수행은 곧 고행(苦行)이라고 할 정도로 몸을 혹사시켰던 이유는, 몸을 괴롭히는 만큼 반대급부로 마음이 해방[해탈]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겨우 몇 계단 올랐다고 마라톤 선수에 수행자의 해탈까지 거론하는 건 확실히 오버이지만, 심신이 가볍고 단단해지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또 계단에서는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계단에 소금을 뿌리는 사람도 있지만 몰래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다. 아니 좀 많다. 1층 흡연 장소가 마련되어 있지만 급해서일까, 계단에서 볼일을 본다. 그럼 흔적이라도 남기지 말아야지 남겨진 재와 꽁초가 정말 얄밉다. 하지만 가지런히 놓여있는 택배물을 보다 보면 마음은 이내 따뜻해진다. 생수통처럼 무거워 보이는 물건들은 대충 놓아둘 만도 한데 사람 다니는 통로를 피해 한쪽에다 정성 들여 쌓아 놓은 모습을 보면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싶다. 감사할 일이다. 아,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날 밤도 역시나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17층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리는 아가씨와 짐승(?)처럼 헐떡이는 내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아~악!!! 하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온 계단을 흔든다. 17층 아가씨,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사과합니다. 본의 아니게 놀라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지금까지 나의 계단 오르기 이야기였다.
일주문을 지나 석굴암에 이르는 길은 티 하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 일찍 석굴암을 찾으면 이 길 전체를 대빗자루로 쓴 자국이 있어 밟고 지나기가 미안했다. 세상 어디를 다녀봐도 이런 길은 없었다. 아마 극락으로 가는 길이 이와 같을 것이다. 석굴암 본존이 아미타여래라는 설이 있다. 금생(今生)인 차안(此岸)에서 극락인 피안(彼岸)으로 가려면 반야용선을 타고, 이 배의 선장인 인로왕보살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 울긋불긋 현란한 단풍잎이 미풍에 흔들리면서 길 위의 그림자가 어지럽다. 내가 지금 반야용선을 타고 있어 뱃멀미를 하는 것인가? 석굴암은 경덕왕 10년(751)에 김대성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그의 전생의 부모를 위해 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국유사』 권5 ‘대성효이세부모(大城孝二世父母)’ 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이에 현생(現生)의 양친을 위해 불국사를 짓고 전세(前世)의 부모를 위해 석불사를 창건하였다. 또 신림(神琳)과 표훈(表訓) 두 성사(聖師)를 청해서 각각 머물러 살게 하였다. 성대하게 상설(像設)을 베풀어서 길러준 노고에 보답하니 한 몸으로 2세 부모에게 효도한 것이다. 예전에도 듣기 어려웠던 일이니 보시를 잘한 영험을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차 석불을 조각하고자 하여 하나의 큰 돌을 다듬어 감실 덮개로 삼으려 했더니 돌이 홀연 세 쪽으로 갈라졌다. 놀라고 걱정하던 차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밤중에 천신(天神)이 내려와서 만들기를 끝마치고 돌아갔다. 대성이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남쪽 잿마루로 달려 올라가서 향을 살라 천신에게 공양하였다. 그래서 그 땅을 일컬어 향령(香嶺)이라 한다” “꿈꿀 수 있다면 이룰 수 있다.” 미국 디즈니랜드 건물에 씌어 있는 글귀이다. 당시 김대성은 석굴암 창건에 밤낮으로 온 힘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의 유기화학자인 케쿨레(Kekule)는 유기화학에서 가장 유명한 분자인 벤젠의 6각형 고리 구조를 밝혀내지 못해 고민하다가 난롯가에서 설핏 잠이 들었다. 늘 머릿속을 맴돌던 탄소와 수소 원자들이 꿈에서도 나타났다. 탄소와 수소 원자들은 서로 연결돼 뱀처럼 구불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뱀 한 마리가 자기 꼬리를 물고 케쿨레의 눈앞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벼락을 맞은 듯 꿈에서 깬 케쿨레는 꼬리를 문 뱀처럼 탄소 원자 6개가 서로 연결된 벤젠 고리 구조식을 완성했다. 당시 석굴 구조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감실(龕室)의 한가운데를 덮을 천개석(天蓋石)이었을 것이다. 지름 2.5m, 무게 20t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였으니 역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 또 중장비도 없고 석재를 정교하게 가공할 기자재도 없었으니 밤낮으로 걱정을 하고 꿈에도 늘 천개석만 생각했을 것이다. 케쿨레가 벤젠의 고리 구조식을 완성한 것과 같이 김대성도 꿈에 천신의 게시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당시 사람의 힘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정을 거쳤기에 천신이 올려준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천개석이 갈라진 것은 암석을 채취하고, 운반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큰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에 매우 약해진 천개석을 천장에 올린 직후 균열이 생겼을 것이다. 당시 균열된 천개석을 다시 빼내 새 부재로 교체하는 작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설화가 생기게 되었다고 추정해 보았다. *예배를 위한 불보살상 등 조각상과 불사를 위한 각종 설비
은행털기 고진하 은행을 털기 위해서는 복면과 총 따위가 필요하지만 은행을 털기 위해 그는 모자와 고무장갑과 비닐 깔개를 준비했다. 나무를 잘 타는 그는 다람쥐처럼 뽀르르 기어올라가 은행을 털었다 우박처럼 은행이 후두두둑 그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은행을 털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 가마니 빛나는 은행을 얻기 위해 열 가마니 똥물을 뒤집어써야 한다. (똥물이 된 육질 속에 금화가 숨겨져 있다니!) 구린내는 진동을 하지만 똥물을 뒤집어쓴 그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은행을 다 턴 은행털이가 주르르 나무를 타고 내려오다 털썩 엉덩방아를 찧는다. 황금방석이 얼른 그를 받쳐 준다! -참 유쾌한 은행털이범 샛노란 은행잎이 바야흐로 절정이다. 저마다 은행나무 그 노란 우산 깃 아래에서 셀카를 찍는 무리들로 세상이 다 환하다. 이런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한 이 세계는 절망적이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은행나무는 화석나무라고도 불린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는 나무라 한다. 자웅(雌雄) 이주(異株), 암나무와 수나무가 서로 바라보고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 반경 십리 안에 암수가 있다면, 있다는 소문만 들어도 사랑하고 또 부부의 연을 맺는다. 세상 가장 금슬 좋은 부부가 아닌가 한다. 다 바람이라는 중매쟁이 할머니[媒婆] 덕분이다. 또 하나, 은행나무 알은 냄새가 독하다. “앗따 뭘 퍼먹었길래 이렇게 독한고”(손택수, 「은행나무 사리알」) 볼멘소리를 하면서 행인들은 그 아래를 지날 때마다 코를 막는다. 이 시는 그렇게 역한 냄새를 날려버리는 재미를 지니고 있다. 은행(銀杏)과 은행(銀行)의 동음이의어가 이 시를 낳았다. 이 같은 말을 갖고도 이렇게 유쾌한 시를 쓸 수 있다니! 가끔씩 뜨는 은행털이범 기사와 이 시의 은행털이는 얼마나 다른가? 복면과 총 대신 모자와 장갑과 비닐 깔개를 준비하는, 머리 위로 우박처럼 떨어지는 은행을 맞는, 한가마니 은행을 위해 열가마니 똥물을 뒤집어쓰고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 똥물이 된 육질 속에 마음 속 금화를 간직한 이 즐거운 털이범을 보는가? “나무를 타고 내려오다 털썩 엉덩방아를 찧는다./황금방석이 얼른 그를 받쳐 준다!”의 유머와 역설에 이르면 그 쾌활은 절정에 이른다. 그렇다. 이런 은행털이라면 마음먹고 한번 날짜를 잡아볼 만하잖은가?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의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詩 별 헤는 밤- 신라적 별을 캐고 담던 첨성대, 핑크뮬리 분홍물결 빽빽한 그림자 사이로 가을밤 아스라이 별빛을 풀어놓고, 하늘 오르는 돌층계사다리 연결하고 있다. 【삼국유사】 제1 기이편(紀異篇)⦁상, 선덕왕(善德王) 지기삼사(知幾三事) 조. 『별기(別記)』 “(是王代鍊石築瞻星臺) 이 왕대(선덕여왕 재위 632~647년) 돌을 다듬어 첨성대(瞻星臺)를 쌓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옛 신라인들의 하늘을 향한 우주관을 바탕으로 별을 우러러 천체운행을 관측하는 천문대로 축조되었을 가능성 짙은 추정이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주역사유적지구’ 등재된 국보 제31호 첨성대, 전체 화강석을 네모나게 다듬어 높이 9.4m, 아래지름 5,17m, 지대석 1변의 길이 5.35m, 규모 지대석기단을 4각으로 쌓고 그 위에 27대 선덕여왕을 상징하듯 27단의 원통형으로 몸체부를 곡선으로 쌓아 올려, 다시 장대석을 우물 정(井)자 형으로 얹어 맨 꼭대기에서 천문을 관측하도록 조형되어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설을 반추하듯, 둥근 곡선의 부드러움과 네모난 직선의 절제함으로 옛사람들의 음 양의 조화 하늘과 땅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하늘의 기본 별자리수를 헤아리듯 기단부 합한 28수 쌓은 층층이 정상부 우물정자형 장대석을 합한 29수 석단은 음력의 한 달 날수, 361개 반의 돌 숫자는 음력으로 치는 1년 날수를 공들여 축조했을까! 남쪽 방향의 드나드는 봉창만한 좁디좁은 문 양옆 밑돌에 패인 흔적으로 봐서 사다리를 걸친 자국이 역력한데, 출입구를 중심으로 윗단도 12단 아랫단도 12단 낮과 밤의 24시간 혹은 24절기를 의미 있게 부여했을까! 나는 너무 오래 햇볕을 만졌다 이제 햇볕을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별을 만져야 한다 -이기철詩 별까지는 가야 한다- 첨성대는 쌓은 돌 공들인 신라시대 첨단과학의 주술적 거대한 달력, 밤하늘 우러러 살피는 별 관측 속에서 하루의 날씨, 일 년 열두 달 씨 뿌려 수확하는 사계절 농사짓는 시기며, 나라와 백성의 길흉화복(吉凶禍福)까지 예감했으리. 예나 지금이나 인생살이 별다를 바 없기에 희로애락(喜怒哀樂), 별을 보고 점(占)치던 옛사람들 삶의 애환 고스란히 묻어나는 질박한 여정길이 숭고하면서도 가슴 먹먹하다. 단단한 돌 반듯하게 갈아 동글납작 둘러친 원주(圓柱)를 빙 돌아, 세월을 밀어내고 맡아보는 신라사람들의 체취, 가을 밤하늘 한 가득 흩어진 별 싸라기 주워 모으면 기억 너머로 차오르는 그리움, 은하수 감도는 돌기둥에 기대어 가버린 날들의 추억을 따서 담아내는 첨성대는 천년세월 별 품은 힘줄로 아름답다. 싸락눈 같은 별들이 싸락싸락 내려와 첨성대 우물 속에 퐁당퐁당 빠지고 나는 홀로 빙빙 첨성대를 돌면서 첨성대에 떨어지는 별을 주웠다 -정호승詩 첨성대-
SNS하는 사람들은 페이스북도 하고 카카오스토리도 하지만 페이스북이 네트워크 사용이 쉽고 글로벌 요소가 강해 훨씬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 스토리가 가진 장점도 만만치 않아 개인별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는 데는 훨씬 좋은 편이다. 이 카카오 스토리에 경주 출신 절대강자가 있다. 바로 여행 작가인 변현식 씨. 변 씨는 대학졸업 후 입시학원을 경영하다 2011년에 건강상 이유로 잘 되던 학원을 접고 이때부터 전국과 세계를 여행하는 전문 여행가로 자리 잡았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나 먹고 싶은 것만 먹는 편식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변현식 씨. 말은 이렇게 쉽지만 세상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오롯이 눈 뜬 것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대단한 결심이고 실행이다. 이렇게 연중 해외 60일 국내 60일 정도의 여행을 하며 곳곳에서 기행문과 여행지 소개서를 올리고 사진을 찍어 올린다. 이렇게 세계와 전국을 안방 드나들 듯 유익한 정보를 올리다 보니 카카오 스토리 친구만 해도 무려 4만7900명이 넘는다. 변현식 씨가 한 번 포스팅하면 평균 5~600개의 느낌과 120~130개의 댓글, 역시 그만큼의 공유와 수십 개의 UP이 달린다. 자신의 말로는 여행하면서 삼각대나 필터도 사용 않고 심지어 렌즈도 표준렌즈 하나로 막 찍은 사진들을 올린다고 털어 놓는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쉽게 볼 수 있고, 화려한 색감의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킬링타임용 삼류잡지 같고 70년대 이발소에 걸린…, 어디선가 본 듯한 사진을 찍어 왔다 생각하고 앞으로도 찍고 싶습니다” 그의 이런 소탈함이 4만8000팔로워들을 끌어당기는 본질적인 힘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여행이야기를 쓰면서 사진은 이야기의 삽화 정도도 올린다는 변현식 씨지만 실제로는 그의 카카오 스토리를 찾는 사람들은 그가 찍은 사진에 더 열광하는 기분이다. 그만큼 그의 사진은 그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와 범상치 않은 포착으로 프로작가를 방불케 한다. 지난 11월 17일에도 변현식 씨는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 찍은 현란한 바위 골짜기 사진과 험준한 바위산을 카카오 스토리에 올려놓는가 싶더니 11월 19일 현재는 훌쩍 중국 장가계를 여행 중이다. 장가계 여행을 마치고 나면 또 어떤 사연과 사진들이 올라올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아무쪼록 자신의 눈과 입과 귀에 맞는 것들을 향유하며 더 좋은 여행기와 사진 올리기 바란다.
50사단 경주대대 소속 여성예비군들과 장병들이 국가유공자 및 유족들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힘을 보탰다. <사진> 경주대대(대대장 최기호 중령)의 여성예비군 10여명과 장병 등 총 30여명은 지난 15일과 18일 양일간 지역의 국가유공자 및 유족 3가구를 찾아 연탄 1225장(98만원 상당)을 전달했다. 대상자들은 건천읍과 천군동에 거주하며 아직도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로 대대 장병들은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봉사활동에 참가한 여성예비군들은 “힘들게 사시는 국가유공자 및 유족 분들을 보고 마음이 씁쓸했다”면서 “경주대대 장병들과 함께 이런 의미 있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돼 매우 보람찼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기호 중령은 어르신들에게 감사와 많은 지원을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함을 표하며 “대민지원에 최선을 다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국가유공자들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프리마켓 마카모디가 공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프리마켓 팀이었던 마카모디는 지난 15일 마카모디의 사업과 이용방법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사진> 설명회는 공유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배경을 주민이 질문하고 운영진이 답하는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카모디는 공간공유 서비스로 모임공간, 작업실, 공유주방, 짐보관, 여행에 관한 물건이나 책 등을 장기보관 겸 공유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며 직접 운영하는 ‘여행자의 식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음식과 인도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또 취미생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나의 취미와 당신의 취미가 우리 모두의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운영되는 취미 프로그램은 현재 ‘한국, 인도 민화그리기’ ‘설명이 있는 일요 티타임’ ‘쿠킹클래스’ ‘밀랍초 만들기’가 운영중이고 ‘필름카메라’를 배울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마카모디의 취미생활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아닌 취미로 활동하는 일반인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마카모디 관계자는 “초보자는 초보자가 가르쳐야 가장 쉽게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카모디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이고, 취미생활 역시 ‘취미를 공유한다’라는 개념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공간을 공유하고, 취미를 공유하는 것 다음에는 경주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마카모디가 준비중에 있는 것 중 하나인 ‘지역 로컬 여행코스’다. 흔한 여행코스가 아닌, 지역사람들이 추천하는 숨은 여행지 또는 농장체험 등을 펀딩을 받아서 여행자들이 일정 수 이상 모이면 진행하는 방식이다. 마카모디 관계자는 “지역 로컬 여행코스는 현재 준비 중이다. 지역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여행지를 찾아내고 지역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농장체험 등으로 구성할 예정이다”며 “여행책자나 인터넷, SNS에 소개된 곳이 아닌 직접 마카모디 회원들이 발로 찾은 여행코스를 여행자들에게 소개하며 이는 펀딩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프리마켓에서 시작해 공유공간으로 재탄생한 마카모디는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활동영역에 대한 스펙트럼을 확장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입지를 다져갈 계획이다.
경주시 안전정책팀은 지난 14일 오후 1시30분 국민다안전교육협회 경주시지부 강사들과 함께 경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사진> 심폐소생술, 기도폐쇄에 관한 이론과 실습으로 진행됐으며 날씨가 추워지면서 발생되는 난방기구 사용법과 화재안전에 대해 질의응답 형태로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생활 속에서 방심하고 미숙해 부주의 등으로 발생하기 쉬운 사고를 예방하고자 실시했다. 교육을 받은 박모씨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었고 실습과 퀴즈를 통해 다시 각인하게 해줘 더 감사하다”며 “한쪽 손만 쓸 수 있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서로 도우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모씨는 “옆에 사람이 쓰러졌을 때 비록 몸을 움직여 무언가 할 수는 없지만 당황하지 않고 119에 전화를 빨리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우리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감사했다.
경주시가 가경복지센터와 함께 퇴직자 등 신중년의 사회경험을 활용해 지역 사회공헌 활동에 이바지하는 ‘2019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이 참가자들에게 호평이다. <사진>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은 만 50세 이상의 퇴직자가 본인의 경력이나 재능을 지역 사회공헌 활동에 기부하고 소정의 활동지원금을 받는 사업으로 퇴직이후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신중년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운영기관인 가경복지센터는 지난 2016년부터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을 시작해 현재 참여자 586명에 사전 직무교육을 실시했으며 행정지원, 사회서비스, 상담 멘토링,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에 참여중인 상록봉사단 김상규 단장은 “상록봉사단은 퇴직 공무원으로 구성돼있고, 대부분 교직에 있던 사람들이 많아 사회공헌활동지원사업의 참여자로 활동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며 “교직 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감사함을 베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어 교직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은 참여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 바로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에 필요한 사전직무 교육기관이 지역에 없다는 것. 사전직무 교육기관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부천 등에 선정되어 있다.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각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들어야 하는데 지역에는 사전직무교육기관이 없어 교육을 받으러 다니기 불편하다는 것. 김상규 단장은 “경상북도 내에는 교육기관이 없기 때문에 부산이나 다른 지역에서 꾜육을 위해 온다. 멀리서 오기 때문에 참여자가 적은 경우 2~3개 시군을 모아서 교육을 진행한다. 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교육에 참석하지 못하면 다른 지역으로 직접 가서 교육을 들어야만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가경복지센터 관계자는 “현재 경주에만 500여명이 있고, 경북단위로 보면 1000여명이 넘지만 교육기관은 없어 많은 참여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참여자의 수로만 보면 지역에도 교육기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역에 사전직무 교육기관이 선정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지역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던 ‘경주어울림 플레이싸커’ 축구교실(이하 어울림 싸커)이 올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경주지역 초등학생 200여명이 참가해 한국축구국가대표와 함께하는 어울림 싸커는 지난 16일 황성공원 축구장에서 4시간 동안 학년별 리그전, 어머니 경기, 운영주체와 학생, 그리고 아버지들이 참가하는 경기, 종업식 및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김강남·김정남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김석기 국회의원, 권혜경 경주교육장, 참가학생 및 학부모 등 400여명의 참석해 어울림 한마당이 펼쳐졌다. 또한 교육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에게 상장과 기념품을 전달하며 학생들의 열정과 참여의식, 실력에 대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김석기 국회의원은 “많은 관심과 참여로 경주어울림 플레이싸커 축구교실이 성황리에 진행될 수 있었다”면서 “김강남·김정남 감독을 비롯한 축구교실 운영주체와 학생 및 학부모,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경주시와 권혜경 교육장을 비롯한 관계자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이 뜻깊은 축구교실이 개최될 수 있도록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많은 응원과 격려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주어울림 플레이싸커 축구교실은 국회의원 축구단을 통해 인연을 맺은 김강남 감독과 김석기 국회의원이 경주시와 경주교육지원청의 후원 하에 올해 처음 실시됐다. 특히 변하는 날씨에 학생들을 적응시키고자 운영주체에서는 특별한 기상이변이 없으면 교육을 진행했으며 사전 학부모들과의 소통과 빈틈없는 준비로 큰 사고 없이 교육이 마무리됐다. 한편 어울림 싸커 측에 따르면 내년에는 인원을 대폭 상향한 300명의 경주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축구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나무 한 그루 한그루는 경주의 위대한 문화유적과 함께 경주시 전체의 도시 이미지를 좌우한다. 도시에서 중요한 기반시설 중 하나인 공원녹지, 녹지시설, 광장, 하천, 도시숲 등은 그 자체가 도시의 경관을 좌우하는 척도이자 핵심적 관광자원이다. 그래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조경은 중차대한 관광의 요소다. 통일전 맞은편 은행나무 길은 경주 동남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2km 가량 직선으로 도열해 있는 이 은행나무길은 매년 11월 첫째주와 둘째주 즈음이면 사진동호인들과 관광객들이 진을 치며 서트를 누르던 곳이다. 이곳은 1977년 9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통일전이 조성됐고 당시 경주시에서 길 양쪽으로 은행나무 가로수를 415본 심었고 지금의 통일전 은행나무 길이 됐다고 한다. 4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은행나무들은 경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또 이 길은 ‘대한민국 100대 아름다운 길’로도 선정돼 많은 이들이 꾸준하게 찾는 경주의 대표 가을 명소였다. 그리고 불국사 주변 불국신택지길도 메인도로 4길, 남북으로 8개의 길이 바둑판처럼 조성돼 시원스런 가로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곧고 가지런히 식재돼 있어 가을이면 곱게 물든 경관이 뛰어난 곳이었다. 그런데 경주시가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주요관광지 일대의 가로수 전정에 대해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기자에게 직접적인 제보들이 있었는가하면, 민원제기도 여러 건 있었다. 두 곳 모두 수형과 주변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전정과 전정 시기의 부적절함이 가장 큰 민원제기의 이유였다. 본지(1411호 10월 24일자)보도를 필두로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바도 있었다. 시는 지난달 말 4660만원을 들여 불국사 주변 경관지역인 영불로 외 4개 도로에 느티나무 166본, 은행나무 213본에 대해 전정 작업을 진행했다. 영불로의 경우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곱게 물들어가고 있는 절정의 시기에 잘려져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경주시의 행정에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공원녹지과를 찾아 이번 전정작업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통일전 은행나무 왜 이래요?’...“올해는 오가며 아무리 봐도 인적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올해, 만추의 통일전 은행나무길을 기대하며 이곳을 찾는 이들마다 한마디씩 하는 말들이다. 통일전 근처 남산동에 사는 주민 A씨는 지난해 겨울,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지나치게 전정(剪定, 세부의 가지를 솎아주거나 잘라냄)과 정지(整枝, 가지를 자르는 것)가 돼 올해 가을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며 안타까워했다. “통일전 이 근방은 동남산권을 찾는 방문객이 연간 30여 만명일 정도입니다. 지난해까지는 곱게 물든 통일전 은행나무를 보기위해 양 도로가에 차들을 도열해놓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아 사진을 찍는 북새통을 이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오며가며 아무리 봐도 인적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수형을 바로잡으려면 수 년이 걸릴텐데 이는 이곳 주민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주시 전체의 문제입니다. 한 곳이라도 더, 볼거리와 다시 찾을 장소를 만들어 외지인들이 오도록 해야하는데 그나마 오던 이들마저 실망시켰으니...,” 이 일대는 은행나무와 함께 경북산림환경연구원, 동남산권 문화유적이 어우러진 알찬 관광명소로서 손색이 없었는데 그 중 중요한 한 곳을 당분간은 잃어버린 꼴이다. A씨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잘 가꾼다면 주민들도 은행나무 덕으로 먹고 살 일도 생기지 않겠습니까”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동네서 공방을 운영하는 한 주민도 11월 첫째주와 둘째주엔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노랑색 물결이라고 지인들에게 자랑했다고 한다. “이 길을 들어설때면 행복감을 느끼곤 했었습니다. 나뭇가지가 잘려나갔을 땐 홧병이 걸릴 정도였고 너무 놀라서 딸꾹질이 계속 날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너무 속상해요. 다시 풍성해지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남산동 주민들은 다시 명소로서의 이름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가 조경전문가에 자문을 구해 연차적이고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하루 빨리 회복시키는 방법을 강구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련부서 관계자는 “통일전의 경우는 비교적 급한 사유가 없어서 단풍이 지고나난 뒤 강전정에 들어갔다. 그곳은 수 년간 전정 작업이 없어서 병해충 예방은 물론, 바람이 통해야 나무가 부러지거나 쓰러지는 경우가 덜해서 7~8년간 미뤄오다가 작업을 했다. 나뭇가지가 너무 밀(密)해서 한 번 열어주는 작업을 해야 하는 시기였다”면서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어서 속지만 자른 경우였고 수형은 보존한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자르더라도 주민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탁상 행정이라는 책망을 면치 못할 겁니다” 지난달 22일, 본격적인 관광철을 앞두고 진현동 불국사 진입로 주변 가로수들을 잘라내 이맘때 절정을 이루며 붉은 빛을 뽐내던 나무들이 나뭇잎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볼품없이 잘려나갔다. 양쪽으로 쭉 뻗은 느티나무는 한창 물들고 있던 시점이어서 관광객들과 주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느티나무의 경우 늦가을~겨울에 전정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는 수종이라 주민들의 불만은 거셌다. 인근 상인들도 한창 관광객이 모여드는 시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진현동에서 올 가을 은행나무길을 산책할 기대에 부풀었던 한 주민은 지난달 말경 갑작스레 이뤄진 전정 작업에 대해 “멘붕이 올 정도였습니다. 진현동 주변의 스토리와 함께 가로수 경관이 아름다워 드라마 장소 섭외 애기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연락이 없습니다. 거의 나무의 몸통만을 남겨두고 잘라내더군요. 관광객이 몰리는 시점인 절정기에 ‘싹뚝’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를 잘라내버렸으니..,” “40~50년된 은행나무가 예전 수형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조경 전문가가 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가지치기를 할 때 저희도 직접 항의 전화도 하는 등 민원도 제기했습니다. 자르더라도 주민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설득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탁상 행정이라는 책망을 면치 못할 겁니다. 이곳 주민들의 생업과 직결되는 일이잖습니까” “저희는 한동안 일이 손에 안잡힐 정도였습니다. 관광 자원이 훌륭함에도 활용은 커녕 시에서 큰 실수를 한 것입니다. 대신, 빈 터에 꽃길이라도 조성해주고 다른 볼거리를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과거의 화려함과 역동성이 주춤한 이곳에서 진현동 사람들은 ‘불국사 일대 진현동이 경주 관광 1번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공방, 카페, 빵집, 음식점 등 각자 영역에서 이 지역의 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이번 전정은 ‘행정이 역행’하는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관광객 한 명 이라도 더 다녀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던 차제였고 불국사 주변경관과 관광객을 연계할 시점이었는데 가로수가 이렇게 삭막해져서 더욱 발길이 끊겼다는 것이다. -강전정으로 한꺼번에 전정할 수 밖에 없었나. 연차적으로 수형 고려하며 경관과 조화로운 가지치기가 될 수는 없었는가. 그렇다면 조경 전문가의 개입은? 이런 민원에 대해 경주시 관련부서를 찾아 입장을 들었다. 담당자는 불국사 영불로의 경우 강전정이었음을 밝히면서 “주변이 거의 상가이고 인도 블록 위에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위로 잘 자라는 은행나무의 수고(樹高)가 너무 높아 바람에 흔들리는 반경이 커져 기와를 치는 등의 민원이 있었다”고 했다. 수고(樹高)를 줄이려는 작업이어서 강전정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한편, 바깥쪽 영불로의 느티나무는 수령이 오래돼 수관이 위로 뻗쳐 풍성한 수형에 비해 뿌리는 매우 약해 불균형이었고 올해는 태풍으로 큰 나무들이 도로쪽으로 쓰러진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 또한 수고를 낮춰서 옆으로 퍼지도록 하기 위해서 시행한 강전정 작업이었다고 해명했다. 강전정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자 일시 작업을 중단했으나 이미 강전정이 70% 진행돼 자르다가 중지하니 미관상 더 흉하다는 지적에 마저 잘랐다고 한다. 또 “전정은 매년 연차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은 맞지만, 전정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 봄, 가을에 맞춰 지역별로 전정시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전정을 한 것은 올해 여러번의 태풍으로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판단하에 수고(樹高)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었다. 10월말 발주했는데 또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미연에 피해를 예방하고자 시기를 더욱 앞당겨 전정을 강행한 것은 사실이다. 저희도 이번 일을 계기로 통상적으로 주민들과 소통없이 진행해온 관행을 고치도록 하겠다. 향후 이런 작업이 계획되면 주민에게 알려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문가의 부재에 대해선 “전정의 과정과 전정 수위 조절, 전정시기 등은 시 행정 편제 내부의 직렬상 전공자 팀의 판단에 근거했다. 전문적 ‘조경직’은 따로 없다. 외부의 조경 전문가의 개입은 없었다. 물론, 사업의 규모에 따라 전문가의 개입이 있을 순 있으나 이번 작업은 통상적인 ‘관리’ 부분이었으므로 그대로 진행했다. 최근 조경전문가 기간제 유입요청을 해 둔 상황이긴 하다”며 전문직 기용이 절실하다고 했다. 경주 같은 관광문화도시에 조경 전문가의 개입 없이 가로수를 정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별팀을 꾸려서라도 주민들의 원성을 줄이고 타협점을 찾는 조화롭고 체계적인 수목의 관리가 필요하다. 차제에 이에 대한 특별 예산도 편성돼야 한다. 조경과 자연경관이야말로 문화유적과 함께 관광자원의 일등 공신인 것은 여러 사례에서도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