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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읍 연동마을에 인어가 산다… 2대째 물질하는 이정숙 해녀

해녀 안했으면 어쩔 뻔 했어요?… 감포 바다 아끼는 사람들 더 많아졌으면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violetta22@naver.com1521호입력 : 2022년 01월 13일
↑↑ 2대째 물질을 하는 이정숙 해녀는 올해 52세로 최연소 해녀지만 20년 간 작업한 베테랑이다.

‘해녀들의 하루 시작은 늘 푸르른 바다를 가늠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바다에 묻는다.
오늘 하루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지, 지연에서 주는 선물을 기꺼이 수확해도 되는지.
바다만 나를 받아준다면 언제라도 힘을 낼 수 있다’ -해녀 이정숙의 ‘해녀의 바람’中


↑↑ 감포 해녀들의 이야기가 담긴 ‘연동사랑방’ 앞에서 이정숙 해녀와 딸 정지윤씨(사진제공: 최선호 사진가).

연동마을은 경주시 감포읍 오류리에 속한다. 오류1리는 선창, 2리는 척사, 3리는 오류, 4리가 연동이다. 우리에게 연동마을은 경주에서 유일하게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 연동마을에 아름답고 원숙한 인어 모녀가 살고 있다.

연동에서 20년간 나잠어업(裸潛漁業, 해녀들이 특별한 산소호흡 장치없이 바다에 잠수하여 해산물을 캐내는 어업)을 해 온 해녀 이정숙(52)씨가 그 주인공이다.

“해녀 안했으면 어쩔뻔 했어요? 다른 일은 잘 하는 게 없어서 아마 구박 받았을걸요?”라며 환하게 웃는 그녀는 감포읍 100여 명 해녀들 중 가장 젊은 해녀다.

그녀는 물질은 물론, 해녀와 관련한 이야기는 죄다 모으고 구체화하는 작업까지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잔잔한 바다와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바다 속에서 만나는 작은 생명들과의 눈맞춤은  오늘도 해녀 이정숙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자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의 풍경이다.

집 앞 1분 거리의 바다에서 마을 해녀들과 물질을 해대는 그녀는 연동마을 해녀들 중 최연소 해녀이지만 작업에서만큼은 고수다.

베테랑 해녀인 어머니(김순자, 74)의 딸답다. 2대째 해녀 일을 하는 그녀. 최근에는 남편에게도 물질을 권유한다는 정숙씨는 천상 ‘해녀’가 천직이다.

지난해 문을 연 ‘연동사랑방’은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감포 해녀들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으로 미니해녀박물관, 해녀의 일기,  연동행복다방, 연동사진관, 조개색칠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갖추고 한 걸음씩 감포 해녀의 역사와 행보를 알리고 있는 곳이다.

지난 7일, 겨울바다 내음 가득 실은 햇살 밝은 연동사랑방에서 감포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하는  해녀 이정숙씨를 만나 어머니에 이어 이제는 그녀의 딸까지 함께 이어가는 해녀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아껴 지역사회 발전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해녀가 감포읍 연동마을에 살고 있었다.  억척스럽다거나 신산하고 고된 삶의 표상쯤으로 이미지화된 해녀는 이제 그만! 반전의 해녀 이정숙은 달랐다.

↑↑ 물질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착용하는 고무옷과 고무모자, 장갑 일체
(사진제공: 최선호 사진가).

-30대 초반에 친정어머니 권유로 어머니와 함께 2대째 해녀 일 시작, 경주에 해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 많아 안타까워

오류1리~4리, 감포1리~5리, 전촌, 대본, 나정에 이르는 감포읍내 해녀는 100여 명이다. 이정숙 해녀는 오류4리 연동마을 해녀. 오류 4리에만 몸이 좋지 않아 쉬는 해녀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작업하는 이가 12명에 이르니 감포 해녀는 매우 많은 편이다.

감포 연동이 고향인 그녀는 연동에서 물질 한 것만 20년이다.

“저희 부부가 감포에 200만원 달랑 들고 왔어요. IMF로 남편사업이 어려워져 이곳 감포에 정착하면서 30대 초반에 친정어머니의 권유로 해녀 일을 시작했는데 꾸준한 수입으로 연결되는 계기가 됐어요. 물에 들어가는 일을 좋아했으니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구요”

한편, 2대째 해녀 일을 하고 있는 정숙씨의 어머니는 30여 년간 물질을 해 온 베테랑 해녀로 유명하다.
“물질을 좋아하셨고 힘들어하시지 않으셔요. 오히려 물에 못가서 병이 나시죠. 그건 저도 그래요. 힘든 줄 모르죠. 어릴때부터 수영도 잘하고 물에서 노는 것을 워낙 좋아했었거든요. 요즘은 해녀가 물일만 해서는 안되겠더라구요. 딸과 함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딸은 젊은 층이 추구하는 바를 알려주고 있죠”

그녀는 경주에 해녀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까웠다고 한다. 감포 해녀에 대해 주먹구구식 설명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는 그녀는 수중카메라를 직접 구입해 바다속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촬영도 한다. 또 이 작업을 알리기 위해 딸인 정지윤(30)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윤씨와 함께 해녀의 활동을 알리는 것 이외에도 보고, 즐기고, 먹는 콘텐츠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 감포읍 오류 4리(연동마을)에서 물질하는 해녀들과 가족들.

-“해산물 캐는 것도 좋지만 바다 속을 구경하는 순간이 더 행복해요” “문어와 눈 마주쳤을 때도 로또 당첨된 기분이죠”

그간 어종은 거의 변화가 없지만 수확량은 확연하게 줄었다고 한다. 예전엔 특히 전복과 미역 생산량이 많았었다.

“저흰 연동 관할 내 바다에서 일하는데, 미역을 채취할 수 있는 미역돌 하나에 예전엔 30단씩 수확하던 것에 비해 지금은 거의 5~6단 정도로, 채 10단도 수확하지 못하죠. 아마 해양 오염과 함께 외획량이 줄어들다보니 치어들도 잡아들여서 그런 것 같아요. 또 지난해 태풍 영향인지 각처에서 갑자기 전복들이 사라졌어요. 안타까워요”

사계절마다 전복, 해삼, 소라, 성게, 말똥성게, 참고동 등을 해녀들의 손으로 건져 올린다. 겨울철은 파도가 심해 물질하기 어려운 시기지만 해녀들이 가장 왕성하게 물질 할 때는 봄철 미역 작업 할 때와 여름철 성게나 해삼 등을 건져 올리는 시기라고 한다.

“전 해산물 캐는 것도 좋지만 바다 속을 구경하는 순간이 더 행복해요. 해녀들이 잡을 수 없는 것이 물고기인데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 거죠. 언제인가는, 숭어떼가 저를 중심으로 빙빙 돌고 있었어요. 올라와야 하는데 정말 그때는 못 올라오고 한참 있었어요.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어요. 돌 속에 숨어있는 문어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로또 당첨된 기분이죠. 눈 마주치면 절대 놓치는 법은 없어요. 하지만 문어를 따라가다가 지쳐서 포기한 적도 있어요. 얼마나 아까운데요. 또 도박, 청각 등 해조류도 많아요. 어린 순부터 자라는 청각은 소나무 가지 같아 정말 아름다워요. 계절마다 각기 다른 해조류도 많이 봐요”

↑↑ ‘경북해녀데이’에서 경북도지사 표창을 수상하고 가족들과 함께.

-‘경북해녀데이’에서 경북도지사 표창 수상하기도...딸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 촬영해 SNS로 활동 알려

“최대 10미터 정도는 잠수해요. 거기선 오래 버티진 못해요. 어종에 따라 수심 깊이까지 가기도 해요. 전복이나 고동은 수심이 비교적 얕은 곳에 서식하지만 해삼, 소라 등은 수심이 깊은 곳에 서식해 깊은 곳까지 가죠. 그런데 예전에 비해 해초들이 줄어들면서 백화 현상이 늘어나고 있어요. 바위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으로 점차 비워져가는 현상이 보이는 건데 이건 해산물이 줄어드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요”

해녀들이 갖추는 어구들과 장비는 의외로 단출하다. ‘태왁(감포말로는 ‘빵구리’, ‘망태’)’은 해녀 각자가 다양한 크기로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이 태왁에 80~90킬로 정도를 가득 담아 채취 할때도 있는데 육지로 들어낼 때는 매우 힘든 작업이다. 이런 엄마를 지윤씨가 직접 물에 들어가 촬영해 SNS로 파급시킨다. 혼자서는 버거운 사이즈의 문어를 맞닥뜨리면 주위 해녀들을 불러 공동 작업으로 문어를 잡고 그 이익을 조금씩 나눈다.

그녀는 지난해 12월 ‘경북해녀데이’ 경북도지사 표창을 수상한 경사가 있었다. 젊은 해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 결과였다.

“해녀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요. 우리 동네에는 60대가 두 분, 50대로는 제가 유일하구요. 70대가 절반이상을 차지해요. 사실상 70대에서 해녀가 끊기는 상황입니다. ‘해녀’ 일을 부끄러워하시는 분도 있어요” “저는 해녀라는 직업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요즘은 부러워하고 좋아해주고 ‘멋있다’며 응원까지 해주셔서 너무 행복해요”

정숙씨는 “타 지역에서의 젊은 해녀의 유입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는데 이런 의식도 이제는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70대 해녀 중에는 앞으로 물질을 못하시는 분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고 결국은 해녀라는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기에, 해녀를 희망하는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합니다”라면서 무조건적 배척보다는 활성화해 감포에서 해녀 문화가 자리잡아 더욱 감포를 풍부하게 만드는 콘텐츠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녀라는 직업이 자랑스럽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해녀와 관련한 일은 다 하고 싶고 그렇게 나아갈 것입니다”

한편, 딸 지윤씨는 가장 든든한 동행자며 조력자로 해녀인 엄마 정숙씨의 행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창원에 사는 딸이 오가면서 엄마를 지원하고 있는 것.

“이곳 연동사랑방은 저희 터전이고 바다 가까이서 해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애착이 더욱 큽니다. 지난해 봄 문을 열었는데 원래 해산물을 분류하던 창고는 있었지만 쉴 곳이 없었어요. 해녀들만의 작업이야기, 해녀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방을 제 돈 들여 마련한 것입니다. 해녀들만의 수다를 푸는 공간인 셈이죠. 처음엔 ‘제 돈 들여서 이상한 짓 한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죠. 해녀일과 관련한 여러 기획을 하다보니 연동체험마을과 연계가 돼 여러 체험활동과 놀이를 유도하는 공간으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과 함께 앞으로 전촌에 공간을 마련해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딸과 함께 기획중에 있습니다. 해녀라는 직업이 자랑스럽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 연동 바닷가에서의 이정숙 해녀(사진제공: 최선호 사진가).

그녀는 현재, 코로나로 해녀가 수확한 수산물에 대해 상인들이 발길을 끊은 후에 직접 그 해산물들을 구입해서 팔고 있다. 팔지 못하고 집에 쌓아둔 미역도 상품화 해 팔수 있는 루트를 개발하면서 해녀들의 판매 소득도 높여주고 있다.


“그런 것을 기획하고 있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해녀와 관련한 스토리와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알리고 있어요. 해녀키친도 구상하고 있고요. 젊은 우리 딸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니까 너무 든든하죠. 딸과 함께 SNS 활동을 하고 바다 속 촬영도 하고 해녀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는데 유튜버로도 활동하려고 준비중에 있습니다. 젊거나 제 나이대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해녀 일을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연동사랑방은 경쟁자로서 청년들을 바라볼 게 아니라 세대를 잇는 청년으로 받아들여 이 동네와 지역을 알리고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요. 감포에 사람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저희는, 무슨 일이든 해녀와 관련한 일은 다 하고 싶고 그렇게 나아갈 것입니다”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violetta22@naver.com1521호입력 : 2022년 0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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