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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유물 속 동물 상징 이야기’

유물 속 서수, 12지, 새와 물고기가 지닌 의미는?
박근영 기자 / 1612호입력 : 2023년 11월 30일
↑↑ 유물 속의 동물의 상징 이야기 표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관광답사, 역사답사, 문화답사, 인문학 답사 등에서 만고의 진리다. 특히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곳곳에 많은 유적들이 있고 전국 곳곳에서 출토된 놀라운 유물들이 찬란한 빛을 내는 역사 문화 강국이다. 박물관만 해도 순수히 자국의 유물로 꾸민 박물관으로 우리나라 박물관처럼 품격 높고 다양한 유물을 갖춘 나라도 흔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적 박물관이라 일컫는 런던 대영박물관이나 파리 루브르 박물관도 실상은 약탈을 기반으로 한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용산에 자리잡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순수 우리 유물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박물관에는 그야말로 지위고하, 빈부귀천을 막론한 생활전반의 모든 역사적 유물들이 시대별로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그런 유물들이 조각과 그림, 도예나 주물, 의복과 공계 등 다양한 기법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궁궐이나 절, 많은 건축이나 건물들도 여러 곳에 남아 있다. 그들이 드러나거나 품고 있는 상징들도 무수히 많다.
 그 상징들은 때로는 동물일 수도 있고 식물일 수도 있고 이름 모를 문양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이런 동물이나 식물, 문양들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모른 채 지나치기 일쑤다. 이럴 경우 유물이 지닌 가치와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만약 유물 속에 숨은 의미나 상징을 알고 본다면 그것을 보는 재미도 달라질뿐더러 그로써 우리 유물에 대한 소중함을 더 각별히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박병수 저. 내일아침)’는 우리가 박물관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징, 그 중에서도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이해 놓은 책이다. 이 책에는 우리 조상들이 상상 속에서 만났을 법한 청룡, 주작, 현무, 백호 등 사신을 포함해 해치, 기린, 불가사리 등 서수들을 필두로 흔히 12지신으로 부르는 열두 동물들, 새와 물고기, 곤충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런 이야기들이 재미있는 사진들과 함께 섞여 나오니 읽기도 쉽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상징들과 연관된 유물들을 예로 들며 왜 그 유물에 그 동물이 그려져 있는가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절에 가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심우도(尋牛圖)에 등장하는 소가 단순히 소가 아니고 진리나 도를 추구하는 상징이라거나 물고기로 풍경의 바람판이나 목탁에 그려진 물고기의 의미가 늘 깨어 있는 듯 보이는 물고기의 눈을 성실한 정진으로 해석하는 등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그 동물들이 상징하는 의미들을 알아가다 보면 문득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이나 병풍들이 가진 의미가 가슴 속으로 들어오고 궁궐 문 앞에 엎드린 서수로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도자기에 그려진 학과 용, 불단 밑에 사자에도 눈길이 머문다. 그 많은 비석을 바치고 있는 거북을 보며 말을 걸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전에는 그저 대충 보고 흘려 버렸던 유물과 유적들이 몰라보게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호랑이 담배 피울 때는 과연 얼마나 먼 옛날 이야기일까?’나 ‘여성들의 경대에는 왜 박쥐 문양을 그려 놓았을까?’, ‘원숭이 손오공은 왜 천도복숭아를 먹었을까?’ 같은 익살스러운 이야기도 나온다. 그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기다 보면 어느 새 우리 문화에 대한 상식도 조금씩 늘어난다.

가끔씩 박물관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을 만난다. 그런 부모들은 분명히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다양한 문화적 자양분을 공급하는 현명한 부모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묻는 질문에 단순히 이것은 고양이고 저것은 강아지고 하는 식으로 대답해주고 마는 것을 보면 정말 아쉽다. 이럴 때 슬쩍 이 책 한 권을 읽고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귀띔해주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그 자체로 훨씬 많은 자양분을 줄 수 있을 것이고 훨씬 더 대단한 재미를 아이에게 줄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기자가 이 책을 읽었을 무렵이 기자의 아이들이 한창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박물관에 가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때가 바로 엊그제 같다. 아이들보다 그 이야기 들려주었던 아버지가 훨씬 더 깊은 추억을 간직하게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박근영 기자 / 1612호입력 : 2023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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