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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영혼을 정화하는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들’

역경을 대하는 체로키 인디언 어린이의 아름다운 이야기
박근영 기자 / 1588호입력 : 2023년 06월 01일
↑↑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들 표지

딸이 초등학교 5학년 때이니 14년 지난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무슨 권장도서를 추천받아 읽는다며 2~3일 제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던 딸이 어느 날 갑자기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 놀라 들어가 보았다. 딸의 책상에 책이 펼쳐져 있고 그 책을 내려다보는 딸의 눈에는 폭포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며칠 후 또 한 번의 울음소리가 이번에는 거실에서 울려퍼졌다. 그것은 내 울음소리였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슬픔과 막막함이 가슴을 치고 올라와 주체할 수 없었다. 내 손에 며칠 전 딸이 보던 책이 쥐어져 있었다. 그때 딸이 다가와 조그만 어깨로 내 큰 덩치를 감쌌다.

“아빠도 그 장면을 보셨죠?”

우리는 함께 붙들고 서로의 공감을 위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큰 소리로 울었던 이유는 소설 내용이 주는 슬픔도 컸지만 그 순간의 북받치는 심정을 울음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했을 딸의 마음까지 오롯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은 나무’라는 이름의 체로키 인디언 어린이의 아픈 추억과 막막한 성장기를 그린 책 ‘내 인생의 따듯했던 날들’은 어린이와 어른을 함께 울리는 시름 깊은 책인 동시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꿋꿋함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쓴 작가 포리스트 카터(1925~1979)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체로키의 부족의 피를 일부 받은 가계에서 태어나 아주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인디언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그러나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자신을 돌봐야 하는 시련을 맞는다. 원래 제목이 ‘작은 나무의 가르침’으로 해석될 ‘The education of little tree’가 우리나라에서는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로 나왔듯이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묘사한 자전적 소설이다.

책의 내용은 신념을 지키며 살되 자연에 순응하며 물 흐르듯 살아가는 인디언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주다. 여기에 역시 자연에 순응하며 분별력 있는 어른들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나는 주인공 ‘작은 나무’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작은 나무는 비록 어려서 고아가 되어 세상에 홀로 내맡겨졌으나 그 직전까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크나큰 사랑과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 속에서 짧지만 부러울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가 일찍 부모와 조부모를 잃고도 세상이 놀랄 만한 책을 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 어린 시절의 야물고 굳센 추억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 책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역경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너무나 온화한 대응이다. 그게 무엇이건 삶의 큰 원리 속에서는 한낱 작은 소용돌이일 뿐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잔잔하고 은근하게 알려준다. 심지어 어린 손자를 두고 떠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죽음에 있어서조차 그것이 잠깐 지나가는 고난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설파하는 위대한 가르침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 장면일 것이다. 딸과 내가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던 순간이. 그리고 지난주 나의 간략한 서평을 읽고 영향을 받은 어느 대학의 교수님이 일부러 책을 사서 읽고 또다시 눈물 흘렸을 그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었을 것이다. 그 대목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아프도록 슬픈 장면에서 슬픔을 초월한 그 이상의 어떤 가르침을 얻은 작은 나무로 변했을 것이다.

이 책의 첫머리에 추천서를 쓴 비평가 레나드 스트릭랜드는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아마도 그 이전 상태에 비해 그 이후 상태는 한결 맑은 영혼으로 변화하는 것을 직접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혹 가슴 막연한 슬픔을 극복하고 아주 작은 불꽃같은 용기를 가슴에 지펴보고 싶은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기왕이면 가족이 돌려가면서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 맑은 영혼으로 울 것이고 또 어떤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역시 한결 맑아진 영혼으로 진한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들’은 작가가 느낀 따듯했던 날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영혼이 따듯해지는 경험을 하게 해줄 것이다. 마치 딸과 나, 어느 교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박근영 기자 / 1588호입력 : 2023년 06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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