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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씨 종교적 방랑 멈춘 청담스님의 책 ‘마음’

“열아홉 삶의 여정 이끈 후 다시 절박해진 마음공부”
박근영 기자 / 1576호입력 : 2023년 03월 09일

↑↑ 청담스님 명상록 마음.


열아홉 살에 접어든 나에게 세 살 손위 누나가 소포로 보내준 책은 청담스님의 ‘마음’이었다.
교회 다니기를 그만 둔지 오래지 않은 때였다.


내 생애 처음 받은 책 선물은 중학교 졸업 무렵에 한 여자 친구가 건네준 ‘성경’이었고, 청담스님의 ‘마음’은 내 생애 두 번째 받는 책 선물이었다.


신학대학을 가고 싶었고 목사가 되고 싶었으며 목사가 되어 소록도로 가고 싶었으나 나의 그러한 꿈이 가족들에게는 한동안 큰 우환거리였다. 예수쟁이가 된 것도 모자라 이웃 나환자 마을을 들락거려 쌌더니 이윽고 목사가 되어 소록도로 가고 싶다니, 부모형제 입장에서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가당찮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집안의 우환덩어리인 나는 어느 때에 이르러 스스로 기독교에 환멸을 느끼고 교회를 뛰쳐나왔다.


고3인 나에게 공부는 뒷전이 되었고 무엇이 참된 종교인지를 찾는 방랑이 시작되었다. 가까운 성당엘 찾아가 주임신부님을 붙들고 가톨릭의 진리를 설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사제관에 들어가 조곤조곤 문답이 이뤄졌고 이후 몇 차례 더 찾아뵈었지만 개신교회에서 느낀 환멸감이 가톨릭을 통해 씻기지는 않았다.


그 다음으로는 흔히 통일교회라 불리는 곳을 찾아가 원리강론을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는데 한동안은 제법 솔깃하였다. 목사님은 문학적 감성을 지닌 사뭇 낭만적인 분이었으나 나를 통일교 목사로 만들고 싶어 너무 안달하시는 바람에 오래잖아 그만 정나미가 떨어져버렸다.


뒤이어 ‘국조단군정신선양회’라는 간판이 걸린 집에도 ‘천지대안도’라는 간판이 걸린 집에도 들어가 보았다. 목마름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나 아쉽게도 인근에서 종교 간판 걸린 곳을 더는 찾을 수 없었다.


딱 그 무렵에 청담스님의 마음이 내게 당도한 거였다. 법문집이기보다 회고록이었지 싶은데 지금 내게 그 책이 없는 데다 절판된 지도 오랜 터라서 다시금 내용들을 확인할 길은 없다.


결혼하고서 자식은 두지 않은 채로 출가하였는데 속가(俗家)에 한 차례 들렀더니 노모께서 씨 하나는 남겨달라고 간청하시었고 차마 그 간청을 뿌리칠 수는 없어 노모를 모시며 수절하고 있던 젊은 아내를 하룻밤 품고서야 속가를 떴으며 훗날 결국 딸이 태어났고 더 훗날엔 결국 그 딸도 출가하고 만다. 기억나는 거라고는 스님의 이 회고담 한 토막과 1954년부터 진행된 이른바 불교정화운동 시기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당연히, 당신이 어떻게 불교와 인연되었고 출가 이후 누구를 은사(恩師)로 모시고 어떤 수행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며 스스로가 깨달은 마음에 대한 장광설(長廣舌)이 실려 있었을 것이고 거기 내가 사뭇 매료되었을 것이다.


어찌어찌 알아보니 학교와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포교당이 하나 있었고 비구니 두 분이 살고 계셨다. 몇 차례 찾아갔어도 별 신통한 얘기를 들을 수 없었는데 어느 날엔 읍내에 내려왔다가 거기 잠시 들린 큰절 주지스님을 뵙게 되었고 그 스님이 계신 심심산골 천년고찰을 곧장 찾아가 불교 기초교리를 익히게 되면서 참된 종교를 찾는 나의 방랑이 비로소 멈췄다.


그 때 내 생각엔 기독교가 산비탈 작은 도랑이라면 불교는 한량없이 큰 바다였다.
그립고 궁금하다. 로만 칼라가 썩 잘 어울리는 미남자시던 요셉 채영희 신부님, 교문 앞에서 내 하교를 기다리곤 하시던 박길서 목사님, 그 무렵 인연으로 훗날 내 어머님 49재를 지내주신 인호스님, 그 분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택한 종교와 성직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잃었으며 마침내 어떤 마음에 이르렀는지, 아직 모두 강건하신지.


아니 그보다는, 청담의 마음이 열아홉 살의 내 마음에 일으킨 작은 파문이 그 후 40여년 내 삶의 여정을 어디로 어떻게 이끌었고 나야말로 정녕 어떤 걸음을 걸어 어떤 마음에 이르렀는지를 성찰하고 그 이야기를 풀어낼 일이나 아쉽게도 주어진 지면이 여기까지다. 청담의 마음이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불교와 인연이 닿긴 닿았을지 알 길 없으되 내 나이 쉰여덟에 이른 지금 다시, 아니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마음공부가 실로 절박해진다.

*이남희 씨 : 스스로 밥벌이하고 남는 힘으로 통일운동 단체인 <겨레하나>와 동학정신 선양단체인 <경주동학역사문화사업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청화선사(淸華禪師) 법문집을 틈틈이 읽으며 마음공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동학경전을 탐독하면서 동학정신을 지금 이 사회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박근영 기자 / 1576호입력 : 2023년 03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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