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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2020 > 김영회의 신라향가, 일본 만엽집을 열다

빛은 향가로부터(上)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65호입력 : 2020년 11월 26일
↑↑ 김영회 국제향가학회 회장
-저서 : 천년향가의 비밀
-논문 : 신라향가 창작법 제시와 만엽집의 의미
어둠을 뚫고 들어간 동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고대인들은 만엽 속에 무엇을 감추어 놓았을까. 이번 칼럼부터는 그것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500여장의 만엽이다. random sampling해서 500여작품이 해독됐다. 일부 해독이기에 아직은 만엽의 전모를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 어슴푸레 하게나마 윤곽은 보았다고 생각한다. 숫자도 숫자이지만 random sampling한 대상 모두가 예외 없이 향가 창작법에 따라 만들어진 작품들이었다. 통계학적으로도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정도이니까.

그래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이라도 경주신문 독자 여러분들께 중간 보고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다. 신라 옛터에 살고 있는 경주시민은 향가와 그 누이인 만엽에 대해서라면 세상 어느 곳의 사람보다 먼저 설명 받아도 될 명예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향가에 관한 한 경주는 local이 아니다. center이자, 수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00여 작품 중 무엇부터 소개할까. 고민 끝에 신라와 일본국이 연관된 작품부터 이야기하기로 했다.

때는 서기 7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일본국이 신라에 사신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아배계마려(阿倍繼麻呂)라는 관리를 대사로 임명했고, 그를 정점으로 하여 상당수 인원으로 꾸려진 사신단이 6월 만리길 신라로 출발하였다. 아마도 돛단배에 몸을 싣고 한반도쪽으로 부는 동남풍을 받으며 항해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신라는 어쩐 일인지 그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신라가 이들의 경주 입경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고, 이유로는 당시 대유행하던 전염병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오늘날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통제에 해당한 조치였을 수도 있다.

신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한 그들은 귀로에 올랐다. 그러나 아배계마려(阿倍繼麻呂) 대사는 귀국길 대마도에서 전염병으로 죽고 말았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겨우 살아남은 일행 85명은 다음해인 737년 1월 27일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대사 다음으로 높은 직책인 부사 역시 전염병에 걸렸고, 일행으로부터 격리되어 두 달 후인 3월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당시 역병이 번졌다 하더라도 신라로의 사신길은 실로 목숨을 건 공무출장이었음은 분명하다.

7개월 만에 귀국한 그들은 신라국이 자신들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일본 수뇌부는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했다. 군사를 보내 신라를 정벌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부작용을 깜깜히 몰랐을 신라는 의문의 일격을 당할 뻔했다.

위 내용은 ‘속일본기(續日本記)’라는 일본의 고대 역사서에 실린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에는 빈 공간들이 많다. 왜 박대했고,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진 사실이 별로 없다. 뜻밖에도 구체적 사정을 알려줄 수 있는 단서가 있었다. 만엽집에 사신단원들이 지은 작품이 145장이나 실려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양이다. 해당 작품들에는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실이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러할지 일부 작품들을 살펴보자. 사신들이 쓴 작품 중 두 작품을 원문과 함께 소개한다. 두 작품 모두 30여개 씩의 문자로 짜여 있다. 이 문자들의 조립을 풀어내야 우리는 시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3578번가 29글자 : 武庫能浦乃伊里江能渚鳥羽具毛流伎美乎波奈礼弖古非尓之奴倍之
3587번가 30글자 : 多久夫須麻新羅邊伊麻須伎美我目乎家布可安須可登伊波比弖麻多牟

지금까지 만엽집을 자국어로 완역한 나라는 세계에서 5개국에 불과하다. 작품 수가 많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한 내용 자체가 세계인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기 때문에 나라 수가 적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풀어낸 5개국에 포함된다. 여기에는 두 분의 헌신적 수고가 있었다. 이연숙 동의대 교수가 그 중의 한 분이다. 그분은 일본 만엽집 연구자 중서진(中西進) 오사카 여자대학 명예교수의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완역했다. 그분은 일본인들이 푼 <3578번가>와 <3587번가> 내용을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3578번가 : 무코(武庫)의 포구의 이리에(入江)의 물가 새 날개로 덮던 그대를 이별하니 그리워 죽겠지요.

3587번가 : (타쿠부스마) 신라국으로 가는 그대 만날 날 오늘 내일 하면서 삼가며 기다리죠.
3587번가의 경우 척하니 일견해도 일본식 풀이에 문제점이 있다. 우선 그들은 첫 5글자를 풀지 못하고 있다.

‘타쿠부스마(多久夫須麻)’라고 읽으며 ‘뒤에 나오는 글자를 꾸미는 글자집단’이라고 본다. 30개의 글자 중 17%에 해당하는 문자들에서 뜻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대문자를 해독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결과에 대해 성공한 해독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이 해독가로서의 공을 세우려 욕망에 불타오를 것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구체적 사실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름 날 미지근한 맹물 한 사발 마시는 기분이다. 두 작품만이 이러는 게 아니다. 사신단원들의 작품 145장 모두에서 역사적 팩트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 해의 대사파견에 대해 만엽은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다.

만엽은 금광에서 광부들이 캐어낸 황금 원석이다. 가열로에 넣고 금의 용융점인 1064도 이상까지 끌어 올리면 금물이 녹아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만요가나로 가열해본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구체적 사실이 녹아 나오지 않고 돌부스러기만 보일뿐이었다.

그렇다면 금광 원석을 신라향가 창작법으로 달구어 보면 어떨까. 일본인들의 천년 해독과는 달리 황금물이 녹아 나오지 않을까?


>>다음에 계속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65호입력 : 2020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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