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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2020 > 김영회의 신라향가, 일본 만엽집을 열다

김영회의 신라향가, 일본 만엽집을 열다⑥-오사카성 (中)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61호입력 : 2020년 10월 28일
↑↑ 김영회 국제향가학회 회장
-저서 : 천년향가의 비밀
-논문 : 신라향가 창작법 제시와 만엽집의 의미
일본인들에게 만엽집의 연구란 특히나 어려웠던 일 같다. 자료상 최초로 도전한 이들은 나시쓰보(梨壺) 5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 5인은 무라카미(村上) 천황의 명을 받아 궁전 안 나시쓰보(梨壺)란 전각에 모여 만엽집을 해독하였다. 그 해가 서기 951년이니 지금으로 부터 정확히 1069년 전이다. 이후에도 무수한 이들이 그 뒤를 이어 만엽집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만엽집의 완전 해독을 선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천년이 넘도록 답이 나오지 않았을까.

4516번가의 첫구절을 예로 들어 그들이 어디에서 막혔는지 살펴보자. ‘신년 애시애 파도파류(新年乃始乃波都波流)’라는 9글자가 첫 구절이다.

이 9 글자들을 다시 분류해 보면 ‘신년시(新年始)' 라는 3글자와 ‘애애 파도파류(乃乃 波都波流)'라는 6글자로 나누어진다.

신년시(新年始)는 ‘신년이 시작되었다’라는 의미를 가지지 않았나 비록 눈대중일지라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신년시(新年始)라는 글자 사이에 ‘애애파도파류(乃乃 波都波流)’라고 도저히 뜻을 알 수 없는 6글자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이들 6글자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 지가 첫 문장 해독의 관건이자, 만엽집 해독법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독자들께서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먼저 답을 알려드리고 설명하겠다. 만엽집 문장이지만 신라향가 창작법으로 찾아낸 답이다. 향가에서 문장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앞에서 언급한 ‘가다’+‘오다’--->‘가오다다’ 식으로 글자들을 섞는 방식이다.

답을 알고 보면 간단하다. 그러나 이것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이치다. 알고 보면 간단하지만 방법을 모르고 길을 찾으려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님을 뜻하는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일본인 연구자들은 문자 지옥 속에 빠진 개미들처럼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만엽집으로 가는 길은 높고도 험했다. 우선 만엽의 문자들은 갖가지 위장술을 쓰고 있었다. 푸른 나뭇잎 속에 숨어 있는 청개구리들처럼 보호색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또한 어미 까투리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다쳐 날개가 부러진 것처럼 푸드덕 거려 다가오는 천적들을 멀리 유인해내는 것처럼, 만엽의 문장들도 다가오는 연구자들을 자신의 실체에서 멀리 떼어 놓으려 교묘히 작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장치들의 도움을 받아 만엽집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알려진 오사카성처럼 결코 혼마루를 내어주지 않고 있었다. 일본의 연구자들은 손톱이 빠지도록 만엽의 성벽을 부여안고 오르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문자들의 보호색과 까투리 날개짓이라는 유인책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들은 고통 속에 저 아래 작은 점으로 멀어져 갔다. 지난 1000년간 만엽은 천전천승을 거두었다.

수없는 좌절 끝에 일본인들은 만엽가가 한문식으로는 해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들은 만엽의 한자들은 대부분 표음문자이고, 고대 일본어를 소리나는 대로 표기해 놓은 것이라고 결론 내려야 했다. 그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만엽을 풀어내고, 자신의 국민들에게 만엽이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이자 정체성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그것은 만엽에 설치된 덫이 그들을 유도해낸 결과였지 실체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1000년이란 세월이 갔다. 만엽이 승리한 것이다.

역사의 시간이 흘러 일제 강점기가 되었다. 우리 땅에 온 일본인 학자들이 삼국유사란 책에서 신라의 향가를 발견하였는데 자기들의 만엽가와 외관이 비슷한 것에 주목하였다. 마치 향가를 연구하면 만엽집 해독에 무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신라의 향가를 연구한 끝에 그들은 향가의 한자는 표음문자로서 고대 신라어를 소리나는 대로 써둔 것이 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민족적 어려움에 처해 있던 우리에 앞서서 향가 25장을 모두 해독한 오쿠라신페이-소창진평(小倉進平) 경성제국대학 교수는 혁혁한 공을 인정받아 일본의 천황상을 받았고, 우리들은 민족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

소창진평(小倉進平)의 향가 해독법은 ‘기본적으로 고대 신라어를 소리가 나는 대로 써두었다’라는 논리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만엽집이란 기본적으로 고대 일본어를 소리 나는 대로 써둔 작품이다’라는 만엽집 해독법을 판박이한 이론이다.

우리 민족문화의 최고(最古) 원류에 대한 연구는 1927년 일본인들의 인문학 연구에 상처받은 채 시작되었다. 대다수의 우리 민족 연구가들은 ‘향가란 기본적으로 고대 신라어를 소리나는 대로 써둔 것이다’라는 일본인 해독법의 뼈대를 의심했으면 좋았을 것이나 그러지 않았다. 우리 향가연구 100년 전쟁은 우리가 여력 없이 어려웠던 시절 일본인들의 향가연구라는 포성 속에서 시작되었다. 맨 앞에 양주동 박사님이 서 계셨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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