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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인 오혜림 씨 “무조건적 도움보다 삶의 주체가 되도록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뇌병변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배려와 관심 필요
부정 하나가 긍정의 여럿을 감추는 삶은 도움 되지 않아

윤태희 시민 기자 / 1446호입력 : 2020년 07월 02일

“보시기에 불편하시죠? 무언가 도와주고 싶으시죠? 가만히 있으면 이상하시죠?”
“그냥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조금 천천히 조금 느긋하게 빨리빨리만 아니면 다 합니다. 도와달라고 말할 때 도와주시면 됩니다. 저기 의자 왼쪽으로 밀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참 다행이에요. 휠체어에 앉아 몸이 부자연스럽지만 손이 꼬이고 침이 흐르거나 언어가 힘들지는 않습니다”

휠체어, 목발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 오혜림(37) 씨를 용강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났다. 상냥하고 밝은 목소리의 그녀는 센터에서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또한 장애인을 위한 활동기관 덕분에 내일을 위해 오늘도 도전하는 삶이라고 했다.


-재활교실이 집이 되었던 시절, 가족의 힘으로 지켜왔다.

배우고 잊어버리기를 반복해도 다시 배웁니다. 온몸으로 느낄 때까지 배웁니다. 요리 하나를 배워도 잘하고 맛있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소화하고 생존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제가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잘 견디도록 지켜주신 가족을 존경합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공간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공부하면 책상, 밥을 먹으면 식탁, 요리하면 도마와 씽크대, 종이접기하면 작업대가 됩니다.

-자립 홈 체험 프로그램은 지금의 나를 있게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여건을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으로 경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권유를 받고 입소하면서 제 생활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적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 필요한 금전교육, 시장보기, 직업훈련 등 자립생활지원을 꾸준히 받았습니다. 얼마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개별자립생활기술훈련은 우리 장애인들에게 참으로 중요한 시간입니다. 인내도 필요하고 말 그대로 스스로 노력하려는 의지도 있어야하거든요. 양쪽에 목발을 한 채 칼을 든다는 것 상상도 못했어요. 밤이 무서울 때가 있었고 한여름이 겁날 때가 있었습니다. 잠들어서 그대로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면 내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지금도 손선풍기와 손수건은 필수로 챙깁니다.

체험홈은 중증장애인들이 집이나 거주시설에서 벗어나 일정기간 동안 자립생활교육, 건강 및 영양관리, 자아인식 및 대인관계 개선 훈련, 사회참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을 준비하는 곳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주고 본인의 욕구에 맞는 물품을 구입하고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조금씩 모은 자금으로 대학을 가고 지금은 삶이 달라져 있습니다.

2018년 사회복지공부를 하면서 삶은 조금씩 더 바뀌어 갔습니다. 긍정적으로 사는 게 부정적으로 사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지만 학업에 대한 것은 부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부럽게만 여기며 자금을 모으기 시작해 공부를 시작했고 코로나로 어수선한 2020년 졸업이 다가왔지만 사각모는 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학과장님의 직접방문으로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코로나나 종식되면 학우들과 사진을 꼭 남기고 싶습니다. 나쁜 행동·글·생각·기억으로 지금 힘들다면 나쁜 것을 의식하는 대신 좋은 것을 찾아 좋은 행동·글·생각·기억이 나쁜 것들을 물리치고 다시 행복으로 미소 지을 테니까요. 사회복지를 전공했으니 저를 만나는 장애인들이 자기신뢰를 더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며 정보를 더 잘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통약자이동지원 기사님들은 진정한 저의 발입니다.

퇴근 때 매일 이용하는 이동지원은 중증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입니다. 월 30시간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으며 출근하고 퇴근 때는 꼭 이용하는데 기사님들께서 이젠 제 눈빛만 봐도 생각이 통하시는지 도움을 요청할 일을 오히려 질문하며 불편 없이 지원해주고 계십니다. 이 지면을 통해 다시 감사를 전합니다. 혼자서 불가능한 일은 사회서비스를 받으며 사회 속에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나가도록 응원을 해주셔 더욱 고맙습니다.


-희망이 있다면 매년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습니다. 또하나의 작은 희망은 더 큰 열정을 보탤 수 있는 취미생활로 그림을 하고 싶어요.

어릴 적부터 꼭 하고 싶었고 지금도 기회만 된다면 배우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늘 눈으로 보는 것에만 그치는 그림은 언제나 생각으로만 머뭅니다.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대화를 하며 색을 이용해 사물을 그리든 풍경을 그리든 상상력을 동원해 나만의 그림을 그리든 꼭 해보고 싶어요. 특별히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것 없지만 그 순간 열정적으로 한 취미는 시너지 효과가 컸습니다. 작심삼일을 반복하지만 운동은 다음 것을 할 수 있는 체력을 조금이라도 길러줬고 도움을 받으며 하는 여행은 사색이라는 좋은 것을 줘서 대화를 하는데 즐거움을 줬으며 요리는 또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는 행복한 기억을 남겨줬습니다.
큰 욕심이란 것을 압니다. 그러나 계속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노력하며 희망합니다.

좀 느리게 걸어도 멈칫멈칫 어색해도 함께 걷고 마주하다보면 말랑말랑한 마음은 어렵지 않는 좋은 사이로 한걸음 한마음으로 힘껏 안아주자. 한 여름날 가장 가까이 있는 선풍기처럼 비오는 날 우산을 찾는 것처럼 좀 더 가까이 나란히 바라보자. 참 좋은 사이는 발맞춰 함께 걸어가는 것. 지금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윤태희 시민 기자 / 1446호입력 : 2020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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