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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강! 물 길 따라, 이야기 따라[9]-형산강변 열차, 버스 충돌 사고 이야기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 1408호입력 : 2019년 10월 04일
포항에서 나오는 동해남부선 철도와 우측 자명리로 가는 차도가 만나는 교차로 (건널목) 지점에, 형산강을 바라보고 작은 흰색 추모비가 서있다. 가로, 세로 2미터 정도로, 마치 영혼이 한 마리의 새가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처럼 연상된다.
▶열차와 버스의 대 충돌사고
1973년 5.16 봄비 내리는 이른 아침, 이곳 건널목에서 포항으로 가는 통학 버스와 동대구 행 비둘기호 열차가 충돌하여 85명의 많은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온 나라가 떠들석했고, 포항시 전체가 비통에 빠진 채, 사고수습과 후속대책에 분주했다. 시내 초, 중, 고교가 모두 휴교하여 애도했고, 당시 영부인(육영수여사)이 포항까지 내려와 유족위로와 환자 병문안까지 한 대사건으로, 그해 국내 10대뉴스속에 포함된 사건이었다.
그때 신문보도에 의하면, 이 버스는 연일면 자명리에서 출발, 포항시내로 가는 차로, 이 지역 거주 많은 통학생들이 이용하는 시내 버스중의 하나였다. 자명리를 떠날 때부터 학생으로 가득한 버스는 다음 정거장의 승객을 한명이라도 더 태우고, 통학시간에 맞추려고 과속으로 달렸다. 사고 건널목 못 미쳐 지점에서 열차가 달려오는 것을 본 학생들이 기사아저씨에게 “열차가 달려오니 버스를 멈추어라”고 고함을 쳤으나, 뒤따라오는 다른 버스에게 승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대로 달렸다. 결국 열차에 버스 꽁무니를 받혔고, 높이 5미터의 형산강 지류(자명천) 언덕 밑으로 떠 밀쳐 1미터의 물속으로 처박혔다.
정원 65명에 100여명을 태워 초만원 상태이고 보니, 버스 속에 가친 학생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해 희생자가 늘어났었다. 현장 주변에 유리창 조각, 가방, 우산 등이 널 부러져있고, 학생들의 피가 시냇물따라 붉게 흘렀다. 현장에 달려온 학부형들은 “조금 전에 아침 먹고 나간 애가 이게 웬일이냐?”라고 아우성과 울부짖음이 이른 아침부터 자명골을 메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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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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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40년 후에 건립된 추모비(追慕碑) 이야기
그로부터 42년이 지난 2015,5,16 이곳에 추모비가 세워졌다. 자명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사고당시 희생된 동(同) 초등학생 출신 25명의 넋을 기리기위해서 건립한 것이다. 이 학교 동창회장(서석영)이 사비로 비석구입과 추모경비를 부담했다고 한다. 열차사고로 숨져 이별한지 40년 동안이나 친구들을 잊지 못하고 애도하며, 명복을 비는 애절하고 비통한 내용이 비문에 담겨있다.
“∼40여년의 세월이 흘러 그때 우리들의 부모 나이가 된 지금, 채 피지도 못하고 꺾이어, 천개의 바람이 된 죽마지우들의 원혼을 달래며,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픔 없는 하늘에서 편히 계시라고 이곳에 추모비를 세우다” 이비는 바로 앞에 유유히 흐르는 형산강을 내려다보며 서있다. 그리고 맞은편 도로변에는 돛단배 모습의 휴게소가 설치되어, 오가는 사람들이 이 추모비도 돌아보고, 형산강도 바라보며 쉬어가고 있다.
▶추모비에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다.
이곳 자명리(自明里)는 포항 입구에 있는 제산(第山)의 동쪽에 자리한 자방리와 등명마을이 합해져, 자(自)자와 명(明)자를 합쳐 이름 부쳐진 동네이다.
46년 전,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이 사고를 당하여 거의 집집마다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았으니, 그 고통 감내는 정말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이 마을 산세가 등잔을 걸어놓은 형상이라 해서 불을 밝히는 동네, 등명(燈明) 이라고 불러왔고, 또 옛날 중국인 「방자」라는 사람이 이곳을 가르켜 후세에 스스로 아름다운 곳으로 빛날 것이라 예언해, 자방(自芳)으로 동네이름이 지어져졌다고 한다. 좋은 이름 따라 아마도 언젠가는 좋은 일, 밝은 일이 생길꺼라 믿으며 추모비 앞에서 그 때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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