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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문화원 제9대 조철제 신임 원장… 생생한 문화의 현장에서 ‘실천’하겠다

저력있는 경주문화원… 서서히 새로운 변화 이뤄내겠습니다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42호입력 : 2020년 06월 04일
↑↑ 신임 조철제 경주문화원장의 동천동 자택은 여러 저술활동의 산실로 수많은 고서와 고문서들로 꽉 차 있다. (사진 촬영과 제공: 오세윤 문화유산전문사진작가)

“이제 좁은 연구실 밖을 벗어나 생생한 문화의 현장에서 경주문화 창달을 위해 일하고자 합니다. 그간의 연구와 저술을 통해 다져진 이론을 바탕으로 활용하고 실천하는 원장이 되겠습니다”

경주문화원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제9대 조철제(69) 신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신임 조 원장은 20여년 간 경주문화원 이사와 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소장,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 이사로 활동하면서 문화원 발전에 면면한 발전의 기초를 세운 이다. 조 원장은 특히, 신라 문화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가치를 평가 받지 못한 경주의 고려와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선양하는 일에 힘써 온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주 유림의 선봉적 학자인 조 원장의 그간 자취는 지란(芝蘭)의 향과 같이 은은했으나 경주 역사문화의 정체성을 정립하는데 있어 그 업적과 영향력은 강했다.

지난했던 연구와 여러 저술활동의 산실인 동천동 자택에서 신임 조철제 경주문화원장을 만났다. 그리 넓지 않은 조 원장의 주거 공간에는 수많은 고서와 고문서들로 꽉 차 있어 도저(到底)한 그의 학식의 근간을 말없이 웅변해 주고 있었다. 과연 대학자가 머무는 공간이었다.

‘허허허’ 너털웃음은 유쾌했고 높낮이가 분명한 음성엔 부드러움 속 강직함이 배어나왔다. 가끔씩 표현되는 힘있는 어조는 외유내강의 이미지와 흡사했고 신임원장으로서의 포부는 명확하게 다가왔다.
문화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겸허하게 몸을 낮추는 조 원장. ‘너무 강하면 부러지고 너무 부드러우면 이뤄지는 것이 없다’는 옛말을 인용하면서 강(强)함과 유(柔)함의 조화를 이뤄내겠다는 조 원장의 표현처럼 경주문화원의 새롭고도 조화로운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었다.

-“저는 경주 역사문화에 대해 한평생 심혈을 기울여 연구해왔습니다”
조철제 신임 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자료(고문서, 고서)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1980년대부터 수집한 고서와 고문서들은 가능한 경주와 관련한 자료 수집이 우선이었지요. 이 중에는 지금은 돈을 주고도 못사는 책이 많아요. 옥산서원이나 개인 종가집 책들은 복사를 하거나 사진으로 대체하기도 했지요. 그로인해 많은 자료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특히 조선시대 경주지역에 관련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참으로 저는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주의 향교, 서원, 교촌 최부자, 양동마을, 경주 조선시대 관아, 문중 간 지역간 인맥, 혼맥, 그 시대 인물상 등에 대해 폭넓게 수용하고 접근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또 고문서를 수집하는데만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글을 쓰고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저술한 책은 18권이고 현재 몇 권은 집필 중에 있습니다”

“대표적 저서로 2004년 발간된 경주문집해제에 대해 한문학자나 지방사 연구하는 이들은 이 책을 기념비적이라 평했지요. 이 책을 저술하면서 문중 간, 서원 간, 당시의 인간관계 등 경주를 보는 눈이 밝아진 것 같습니다. 2004년 당시 문집해제에 싣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어 ‘또다른 경주를 만나다’를 통해 실었었는데 현재 제2권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습니다”

신임 원장으로서 바쁜 일과 속에서도 집필 활동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해오셨는데 가장 의미있었던 작업은?
가장 보람있는 일은 경주지역의 문집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비용을 들이고 수십년이 걸려도 이러한 자료들은 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책들은 제가 구입한 후 40년이 지나도록 두 번 다시 그 책을 보지 못한 예가 허다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희귀한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운수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경주 관부에 대해서는 여타 자료가 없었는데 여러 자료 서적을 오랜 시간에 걸쳐 정리해 경주 관부 책을 발간했다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내 인생의 8할은?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았던 미개척 시기에 고서 수집에 관심 가졌던 것”
평생 한문을 하면서, 남들보다 두각을 나타내는 과정 속에서 일찍이 깨달은 것은 40여년 전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았던 미개척의 시기에 고서 수집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집한 책들을 볼 때 당시 경주고 교사로 재직시 권오찬 교장선생님께서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연구하라’ 라는 말씀으로 상당 부분 저를 일깨워주신 것에 대해 늘 감사드립니다. 그러한 서책들을 접할 수 있는 시기성이 허락된 것도 다행이었고 그것을 활용했다는 것이 오늘의 제가 있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일에 전념하다보니, 그 한 가지 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파급되는 일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맥락에서 입니다.

↑↑ 사진 촬영과 제공: 오세윤 문화유산전문사진작가

-제9대 신임 원장께 거는 기대가 클 것이다.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무엇?

경주문화원은 지난 역사를 밑바탕으로 삼아 힘차게 재도약해야 할 시기입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펼치기 위해선 적절한 원사 건립이 시급하지요. 경주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올바른 공간을 확보해 시민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새 원사 건립에 관한 기본계획안을 토대로 완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 원사가 건립되어야 경주 문화를 총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고 문화원 가족들이 양질의 문화 활동을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여건 하에서는 경주 관아 건물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므로 전대 여러 원장님들의 노력으로 원사 건립의 필요성이 수 차례 강조되었고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온 만큼 제 역량을 다 바쳐 원사 건립을 위해 매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문화원 부설단체와 문화학교를 적극 지원하고 활성화시킬 것입니다. 또한 중요한 것으로는 젊은 회원을 확보해 더욱 젊어지는 문화원으로 가꿔 나가야겠지요. 크고 작은 사업들은 시민적 열망을 형성하기 위해 문화원 부설단체 여러 회원이나 새롭게 조직된 21명 이사들과 함께 경주시, 시의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문화원과 경주시가 더욱 호흡을 맞추고 시는 문화원을 믿고 지원했으면 합니다.

문화원은 시민의 문화의식 수준을 향상시키고 문화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며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문화원 회원들과 경주시민은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경주시민으로서 문화역사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좀 더 연구하고 공부하는 단체를 통해 문화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각 관련단체를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6~7월 경 이사들이 모여 각 부설 단체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다양하게 접근시키고 추진할 것입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든 일반 회원과 함께 부설 단체장과 이사들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사들의 역할을 분명히 할 생각입니다. 그들의 참여도를 높여 완성도 있는 사업으로 갈무리 할 것입니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의 자세로’ 서서히 하나씩 변화하는 문화원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교직에 있었을때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때도 금기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정치적 견해, 종교적 입장, 남의 장단점 등에 대해 함부로 지적하지 않고 말수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문화원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저를 지지해 준 이들이 많은 것에 대해 놀랍고 감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많은 지지에 대해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문화원장으로 있으면서 부원장과 여러 이사들을 비롯해 가능한 다양한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경주 문화에 대해 같이 고민하겠습니다. 원장으로서 조금만 아량을 베푼다면 경주 문화발전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을 동참시킬수 있겠지요. 그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함께 일하면서 저의 장점도 살려 나갈 생각입니다. 서서히 하나씩 변화하는 문화원을 만들어보겠습니다.

-“4년 뒤 역시 우리 문화원장 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를 믿고 절대적인 지지를 해주신 만큼 책임감도 무겁게 느낍니다. 주변의 도움도 컸지요. 현재 경주문화원은 원사도 없이 남의 건물을 빌려 쓰는 처지지만 엄청난 노하우와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원이 변해야 한다’며 시민과 문화원 회원들이 변화에의 욕구도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여러 우려에 대해 제 색깔을 가지고 나아갈 것입니다. 사람의 모든 것은 관계를 바탕으로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일을 배우듯이 단계적으로 진행해나갈 것입니다. 그러니 지켜봐 주십시오. 새로운 변화를 이뤄내겠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전 원장님 아낌없는 충고와 조언 해주시기를”

현재 경상북도 문화재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조 원장이 소장하고 있는 고서만해도 2500여권에 달한다. 옥산서원이 소장하고 있는 책이 4000여권이라고 하므로 개인 소장으로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수많은 고서들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후 1920년대까지의 고서들이다. 그 중 상당 부분의 고서들은 경주 출신 사람들이 남긴 책들이라고 하니 경주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평생을 고서와 고문서들을 통해 고려와 조선시대 경주에 대한 관련유적을 답사하고 사료를 수집해 책으로 발간하는데 촌음을 아꼈던 조철제 원장이 지역의 향토사 연구 및 활용 분야에 기여한 바는 지대하다. 우리는 경주의 문화를 총괄해 나갈 새로운 문화원의 수장을 반기면서도 산적한 과제 또한 풀어나가야 할 신임 원장께 거는 기대가 크다. 어깨가 무겁다는 조철제 원장은 김윤근 전 원장을 잊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경주 문화 역사에 애정과 자부심이 강한 경주 문화인의 어른이신 김 원장님께서 자주 문화원에 들리면서 아낌없는 충고와 조언을 해주시기를 바란다’ 라고.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42호입력 : 2020년 06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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