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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외지 사는 자식들을 위한 작은 소원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76호입력 : 2021년 02월 18일
↑↑ 최병민
오랜지원&천년순수홍삼 사장
신축년 설날,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고 아내와 딸 나, 셋이서 음복을 마치고 노트북을 열어 복과 글을 짓는다. 복은 받기 전에 먼저 짓고 나누는 것임을 새삼 다시 다짐하며 모든 가족이 모이지 못하고 보냄도 복이라 생각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 고마움을 불러낸다.

‘5’라는 숫자가 이렇게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코로나19의 엄중함에서 보낸 서울 명절에 뼈까지 때리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경주 본가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와 지난해 3월에 돌아가셔서 선산에 계신 아버지 두 분을 남매 모두가 모여 함께 모시지 못하는 설이 낯설다. 설 전 주에 우리 식구는 어머니·아버지를 뵙고 왔고 설에는 막내 가족이, 그 다음 주는 바로 밑 동생 가족이, 이어서 여동생이... 순번을 지어 주마다 경주를 찾는 계획이다.

‘오(5?) 마이 갓’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코로나19가 ‘5’ 이상을 넘지 못하게 한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에 가족을 한 번에 못 모이게 한다. 우리 남매가 경주집에 한 번에 모여 어머니 모시고 웃고, 아버지를 찾아뵙고 절할 모월모일모시가 하루라도 빨리 오길 간절히 바란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첫 번째로 맞이하는 설이다. 돌아가신 날이 속한 3월과 한 달 열흘 정도 앞서 온 설이 특별하다. 매년 설이 되면 찾아 읽고 공유하는 시가 한편이 있다. 20여 년 이상 된 나만의 의식이다. 올 설은 해마다 해온 의식과 함께 또 하나의 글이 겹친다. 지난 주 경주를 다녀오면서 더욱 애절하게 함께 하는 글이다. 매년 설 나와 함께 하는 시는 김종길 시인의 ‘설날 아침에’이다. 내게는 매우 따스하고 희망을 주는 시이자 설에 봄의 힘찬 함성 소리를 들려주는 시 같아 설 전에 찾아 읽고 함께 나눈다. ‘~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 고운 이빨을 보듯 /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고 노래한 이 아름다운 시를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이와 함께 기억되는 글이 지난 주 경주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며 가슴 속에서 폭풍을 일으킨 한시(漢詩)가 ‘풍수지탄(風樹之歎)’의 한 구절이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 - 나무는 고요히 머무르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 주시지 않네’

지난 주 경주에서 어머니가 대상포진에 걸려 심히 고생하셨다. 그렇게 아프신데도 매일 전화드릴 때마다 ‘괜찮다’, ‘너와 네 식구들이 건강하면 다 좋다’고 하셨다. 미리 동생을 통해 편찮으신 것을 알아 자식들이 걱정할까 숨기신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전화 통화 때마다 괜찮다는 말씀에 ‘나는 내 할 일을 했다’며 하루하루 보냈다는 생각에 죄스러웠다. 더구나 이런 송구함조차 일상에 묻혀 포말처럼 생기고 사라짐을 반복할 것 아닌가. 아버지 산소에 가서 좋아 하시던 소주를 잔에 담아 드리다 병째 잔디에 부어드렸다. 처음 홀로 맞이하신 추운 겨울 잘 보내셨는지, 하늘에서는 아프지 않으신지, 행복하시고 어머니와 우리 남매 가족 일체 늘 보살펴 달라 말씀을 드리고 서울로 올 때 생각난 것이 풍수지탄이다.

이번에 경주를 찾으면서 어머니의 병환과 관련, 친구들의 소중함을 또 한 번 느끼고 감사드린다.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시려다 어느 병원으로 모셔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해당병원을 추천해주고 미리 전화까지 해 준 친구의 고마움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그런 한편 노인들을 모시는 데 있어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적 배려가 소홀하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외지에 사는 자식이 갑작스레 어른들을 병원으로 모시려고 할 때 진료과목별로 전문병원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노령화로 거동이 불편하고 정보로의 접근이 어려운 분들이 전문병원을 쉽게 찾아 진료 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경주가 대한민국의 모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나 혼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경주는 나의 과거, 현재가 있고 미래에 있을 곳이다. ‘설날 아침에’처럼 따스한 정과 희망이 흐르고 ‘풍수지탄’의 교훈을 새겨 늘 행하는 경주가 되기를 갈망해본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76호입력 : 2021년 0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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