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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경주의 노점상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24호입력 : 2020년 01월 23일
↑↑ 김인현
(주)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이사(공학박사)
명동과 강남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북적이는 인파에 달콤한 거리 음식, 각종 노점 판매대와 함께 사람들이 넘쳐난다. 지나가다보면 외국말이 우리말 보다 더 많이 들린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BTS 등의 K-POP이 확산 되면서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관광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청계천 일대는 복원된 수변을 따라 국내외 수많은 인파의 물결이 일렁인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이 있으니 그게 바로 노점상이다. 그리스나 로마, 심지어 남극의 관문으로 알려진 칠레의 푼타아레나스를 가도 시내공원에 노점상들이 많이 있고 관리가 잘되고 있다. 푼타아레나스에서는 노점상에서 물건을 사도 영수증을 끊어 주고 카드 결재도 가능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노점상은 일반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고 비위생적이며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등 좋지 않은 인식을 주어왔다. 그런 노점상에 대해 서울시는 2019년부터 일정 규정에 맞춰 신청하면 ‘거리가게(노점)’ 영업을 허가하기로 했다. 거리가게란 포장마차 등 길거리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이동형 가게 ‘노점’을 순화한 용어다.

그동안 줄곧 단속 대상이었던 노점에 전면적인 허가제를 실시하는 것은 광역 지방정부 가운데 서울시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서울의 25개 구는 시가 제공한 가이드라인에 맞는 조례와 지침을 마련하고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9년 1월부터 이를 본격 시행했다. 그동안 일부 허용한 적은 있지만 도시 전체에서 거리가게 허가제를 도입한 것은 매우 획기적이다. 서울시 ‘거리가게 상생정책자문단’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보면, 보행로의 너비가 최소 2.5m 이상 유지되는 보도에 한해, 최대 점용 면적이 가로 3m, 세로 2.5m, 넓이 7.5㎡ 이하로, 버스·택시 승강장에서 2m 밖, 지하철·지하상가 출입구, 건널목 등에서 2.5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거리가게 운영자가 이런 기준에 따른 시설물로 도로 점용 허가를 신청하면 시는 1년 단위로 허가증을 발급한다. 거리가게 운영자는 연 1회 이상 준수사항에 대해 교육 받고, 시가 요구하는 도로 점용료를 내야 한다. 도로 점용 허가를 받은 사람은 이 허가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거나 임대할 수 없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서울시가 지난 2013년 말 구성한 ‘거리가게 상생정책 자문단’에서 4년 6개월 간 도시계획 전문가, 공무원, 노점상 단체들이 36차례나 되는 회의를 거쳐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거리가게들이 도시환경을 어지럽히는데도 이를 규제할 대책을 미리 세우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 한편 대한민국이 IT강국임을 증명하듯 서울시 중구는 도로점용관리시스템과 연동하여 노점상관리시스템을 따로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IT 기술은 함께 살아가는 성숙된 도시문화를 만들고 자유로운 상가문화를 형성해 세련된 관광도시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외면당하던 노점상을 제도권으로 포용하는 데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과 사회적 합의만 있으면 된다.

관광지는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도 오고 내국인도 오고 부자도 오고 가난한 사람들도 와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좋은 관광지다. 비싼 최부자집 요리가 있으면 서민들이 즐기는 요리도 있다. 그러려면 선택의 폭도 넓어져야 한다. 중앙시장 야시장이 서민적인 정취를 자아내지만 획일화 된 형식에는 뭔가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건강한 도시라면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깨끗하고 특화된 노점들이 있다면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 유명했던 포장마차, 꼼장어 구이거리가 노점상 단속으로 인해 북천변으로 몰린 적 있다. 그러나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운 노점 특성상, 더구나 인적과 먼 곳에 조성된 노점상은 이용객에게나 상인에게나 오래 머물 수 있는 동력을 앗아갔다. 결국 경주 시내에서 노점은 거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경주에서 가장 핫한 거리로 거듭난 황리단길을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험을 방지하며 주변 상가와의 조화 속에 제도권으로 새롭게 탄생한 서울의 거리가게 제도를 떠올리게 된다. 일부 시민이나 관광객들은 중앙 야시장을 이용하기도 하겠지만 중앙시장은 시내와 분리되어 있어 유기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 이럴 때 노점상을 제도권에 끌어들여 과학적으로 관리하면 볼거리와 먹거리를 아울러 생산할 수 있고 거리를 따뜻하고 활기차게 꾸밀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에는 노점상들이 많은데 경주에는 노점상이 보이지 않는다. 그 많은 노점상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서민들과 함께 하며 도시에 활력을 주던 노점상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는 없을까?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24호입력 : 2020년 0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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