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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오재와 이재호 선생, 고택체험 넘어 새로운 경주 문화재로

전국에서 사라지는 한옥들 경주로 옮겨와, 무늬만 한옥인 최근의 콘크리트 한옥들 안타까워
박근영 기자 / 1453호입력 : 2020년 08월 27일
↑↑ 남산에서 불교유적을 설명중인 이재호 선생.

한옥이 가지는 매력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옥 자체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정감일 것이다. 특히 전통기술로 제대로 지어진 한옥일수록 고아한 매력과 한옥 특유의 견고함과 친환경적 매력이 잘 드러난다.

경주에는 서원과 고택을 비롯, 한옥체험형 숙박시설이 늘어나고 있어 전통 도시 경주의 참맛을 알리고 한옥이 주는 건강함을 제대로 전파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작가 겸 문화재 해설사로 활동하는 이재호 선생이 운영하는 수오재(守吾齋)다.

웅장한 팔작지붕 아래 고풍을 한껏 자랑하는 다섯 간 본채, 그 맞은편과 오른쪽에 자리 잡은 넉넉한 모습의 별채들와 시원한 바람을 안은 정자옥 등 그림같은 고택들이 수오재의 명성에 어울린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잘 짜여진 문살과 시원한 대청마루와 툇마루, 들어 올리면 전방이 탁 트이는 겹문도 수오재가 가진 자랑이다.

효공왕릉과 이웃한 경주시 배반동 217번지에 자리 잡고 있는 수오재는 칠곡, 마산, 영광, 김제 만경대 등 여러 곳에서 사라질 뻔한 고택들을 그대로 해체해서 옮겨와 다시 지은 한옥이다. 이 중에서 본채는 마산에서 황부자집으로 소문났던 고택을 옮겨 온 것이고 식당 앞에 자리잡은 건물은 가장 오랜 한옥으로 1815년 지어 무려 205년 된 것으로 김제 만경대에서 옮겨왔다. 들어가면서 오른편 건물은 칠곡 석정면에 구미 제3공단 부지가 생기면서 헐릴 뻔한 150년 된 집을 옮겨왔다. 이렇게 각 지역에서 모두 13채를 가져와 5채를 지었다가 전체 균형이 맞지 않아 한 채는 도로 해체하고 정자를 포함 4채가 수오재의 구성을 이루었다.

“경주에서 살기 시작한 1995년부터 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한옥을 살린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문자 그대로의 전통한옥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0년 넘은 전통 한옥을 옮겨 오게 된 것이지요”

집을 옮겨와서 다시 짓는다는 것은 새로 집을 짓는 것보다 훨씬 큰 어려움과 비용이 들지만 이재호 선생은 기꺼이 이 길을 선택했다고 회고하며 당대에는 새로운 한옥을 결코 짓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는다. 여기에는 전통한옥에 대한 특별한 사랑도 작용했지만 최근에 경주 도처에서 짓고 있는 ‘무늬만 한옥’인 건물들에 대한 회의도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경주에 큰 지진이 나고 경주 일대의 한옥들이 큰 피해를 입었어요. 그 때 온갖 데 한옥들을 다 돌아봤는데 대부분 기와가 줄줄이 흘러서 가장 피해가 컸지요. 허옇게 드러난 콘크리트 지붕들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컸습니다”

당시 수오재 한옥들은 기와 한 장 흘러내리지 않았고 기둥 하나 기울지 않았다며 이것이 바로 한옥이 가진 야무짐과 힘이라고 이재호 선생은 주장한다.

한옥을 옮겨오고 한옥에 묻혀 사는 이재호 선생이고 보니 경주의 한옥을 지키는데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지금은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경주 황남동과 사정동 한옥들을 지키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

“황리단길이란 이름이 생기기 전에 황남동 일대 한옥들을 헐어내는 일이 벌어져 상당부분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당시 국토연구원에서 그 일을 하면서 제게 공식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제가 그때 이 일대를 탐구하고 하서 전통도시의 문화는 건물과 골목이 있어야 하고 그 속에 사람들이 살아야 만들어진다고 강조하고 철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의견이 받아들여져 철거계획이 중단되고 기존 황리단길 일대의 한옥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지요”

아쉽게도 그때 철거된 황남동과 사정동 일대 한옥들은 일제강점기 건물들이 많아 수오재가 취할 만한 건물은 없었다고 회고한다.

이재호 선생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동시에 미술사를 비롯한 우리 문화에 대한 공부와 전국의 문화유적지를 오래도록 답사하는 등 각별한 공부를 해왔다. 1987년부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박재동 화백 등이 주도하던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총무를 맡아 다년간 답사를 이끌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경주의 역사문화를 사랑하게 되었고 한 발 더 나가 그것이 굳이 경주를 택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주 일대의 유적들과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공저로 ‘황금의 나라 신라 아름다운 경주’ 등의 책을 펴낸 것은 이재호 선생의 각별한 경주사랑과 중후한 역사문화적 내공을 보여준다.

현재 신라왕릉 이발하기 축제 위원장, 경주 길(왕의 길) 대표로 활동하면서 동국대에서 한국미술사와 동양미술사를 강의하기도 하며 다양한 언론매체에 경주를 소개하고 있다. 당연히 수오제를 찾는 고객들은 이재호 선생이 들려주는 아름답고 특별한 경주 이야기를 덤으로 들을 수 있다.

↑↑ 수오재 전경

-한옥의 고풍미에 현대적 편의시절 적용,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 주로 찾는 경주의 또 다른 문화재

이재호 선생은 경남 의령에서 나고 자라 80년대 이후 서울살이를 했고 경주로 오면서 누구보다 경주를 사랑하는 진정한 ‘경주사람’이 되었다.

“경주에 안착하면서 저 나름대로 정한 기준이 저녁노을을 볼 수 있는 곳, 영원히 개발되지 않을 곳 두 가지였습니다”

분지인 경주 지형상 노을 보기가 쉽지 않았고 마침 효공왕릉 옆이라 개발 가능성도 낮아 지금의 배반동에 자리 잡았다는 것.

수오재는 전통 한옥이긴 하지만 내부는 각 방별로 현대인들의 편의에 맞도록 보일러시설도 되어 있고 현대식 양변기를 포함한 화장실과 욕실도 갖추고 있다. 수오제가 보유하고 있는 방은 모두 12개다. 이중 4개는 이재호 선생 자신과 가족들이 사용하고 8개는 고객용으로 사용중이다.

“2007년까지는 지인들이나 그들이 추천한 분들을 그냥 재워드렸어요. 그 후 전문적인 고택 체험을 표방하며 본격적으로 고객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고택체험을 통해 2019년까지 수오재를 다녀간 사람들은 수 만 명에 이른다. 단체와 개인을 포함, 연간 약 3천명의 고객들이 수오재를 방문하고 입에서 입으로 건너간 만족도가 또 다른 고객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수오재는 단순한 고택체험 숙소가 아니가 경주의 또 다른 관광자산이라 불러도 모자랄 게 없다.

수오재가 다른 한옥 고택체험과 다른 것은 아침·저녁 식사도 제공된다는 점. 아침이 한식으로 차린 아침이 6000원이고, 무한정 삼겹살 바비큐를 포함, 밥과 국, 반찬으로 어울린 저녁이 1만50000원이다. 아침 밥값은 최근에 1000원 올렸고 저녁밥값은 10년 전 그대로의 요금이다. 밥으로 돈 벌 욕심이 아니라 일부러 외진 곳까지 와준 고객들의 편의를 돌봐드리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 다 수오재를 들러 가셨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누구건 잘 되고 싶으면 저희 집을 다녀가시라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너털웃음을 웃는 이재호 선생의 말이 딱히 농담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 경주에 오면서 수오재 정도의 고택을 마음에 둘 만큼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니 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역설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오재를 찾는 분들은 경주를 더 깊이 있게 느끼고 싶어 하는 분들이라 여깁니다. 그런 만큼 다시 수오재 다녀가시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더 만족하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제 의무겠지요”

고택체험한옥을 넘어 그 자체로 새로운 경주의 문화재로 발돋움하는 수오재이기에 고택보다 의미 깊어 보인다. 경주에 오면 수오재에 들러 전통한옥이 주는 매력 속에서 경주의 또 다른 풍모를 느껴보시기 바란다.
박근영 기자 / 1453호입력 : 2020년 0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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