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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니어클럽 카페 ‘루왁’
‘일할 수 있고, 일할 곳이 있어 인생이 즐거워’
이필혁 기자 / dlvlfgur@hanmail.net 입력 : 2013년 07월 01일
|  | | | ↑↑ ‘루왁’ 커피에 들어서면 연륜이 묻어나는 은은한 사람 향기와 직접 볶은 진한 커피 향을 느낄 수 있다. | | ⓒ (주)경주신문사 | |
커피 파는 가게들이 밀접해 있는 곳을 지나면 커피 향에 취해 테이블에 자리를 틀게 된다. 커피 전문점엔 저마다의 분위기로 손님을 유혹한다. 화려한 인테리어, 멋진 외관, 멋진 음악 등 저마다의 분위기, 커피 향에 손님은 취한다. 많은 커피 전문점 중에서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곳이 있다. 60~70대 할아버지, 할머니가 운영하는 ‘루왁’ 커피가 바로 그곳이다.
경주에는 보건복지부 지정 경주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행복가게’가 여럿 있다. 이곳 역시 노인 일자리창출을 위한 시장형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 커피는 일단 착하다.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일자리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 최근 이곳은 커피전문점으로는 유일하게 시에서 지정하는 ‘착한 가게’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곳에는 시니어클럽에서 유일한 청일점이 멋을 내고 있다. 3대7로 곱게 빚어 넘긴 희끗희끗한 머릿결에 깔끔한 외모. 흰색 와이셔츠에 나비넥타이로 한껏 멋을 낸 청일점은 황병찬(70) 씨다. 올해로 고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젊음이 넘친다.
황병찬 씨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정년퇴직하고 10여 년 간 사업을 운영한 사업가였다. 이젠 사업가라는 타이들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나비넥타이를 동여맸다. “이곳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남성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을 본 후 일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죠. 젊은이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젊은 기운을 받아서 더 부지런해지고 활력이 넘치는 것 같아 행복해요”
능숙한 손놀림으로 홀 서빙을 도맡아 하는 그에게선 일하는 즐거움이 살아 숨 쉰다.
2011년에 문을 연 ‘루왁‘은 18명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교대로 근무 중이다. 평일에는 2~3명 주말에는 3~4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커피 사랑에 빠져있다.
|  | | | ⓒ (주)경주신문사 | |
‘루왁’에서 커피 등의 전문 지식을 가르치고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최준혁(29) 점장은 이곳에서 많이 배우는 중이다. 어르신들의 배우려는 열정, 일하려는 의욕이 젊은 그에겐 큰 자극제다.
“커피는 재료, 로스팅 등 전문성을 필요한 부분이 있어 수습기간엔 홀 서빙부터 시작합니다. 3개월의 수습 기간이 끝날 때쯤이며 다들 커피에 대한 지식이 저보다 풍부해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지요. 노력하시는 모습에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위순(62) 씨는 공부하며 일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커피를 제공하는데는 자격증이 꼭 필요하진 않습니다. 나이들어 자격증을 무슨 소용있겠냐는 사람도 있지만 열심히 배워 자격증을 취득하려 노력 중입니다. 일할 수 있고 배울 수 있어 인생이 즐겁습니다”
루왁은 나이든 어르신이 직접 서빙한다. 그래서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다. 루왁 창단 멤버인 손남호(65) 씨는 어린 학생들이 불편해 하지 않도록 신경쓴다. “나이 든 사람이 서빙하면 젊은 손님이 불편해 할 수 있습니다.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우리도 젊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화장 하고 예쁘게 머리도 하고 외모를 꾸미고 젊은이들과 대화하면 불편해하지 않고 저도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손 할머니는 30년 동안 마트를 운영했다. 일을 정리하고 편히 쉬려 했지만 오히려 몸이 아팠다. 일하던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배우고 공부하던 찰나에 시니어 클럽에서 커피도 배우고 재밌게 일할 기회도 생겨 처음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은 머리도 단정히 하고 얼굴에 분도 바르고 립스틱도 바릅니다. 이 나이에 이렇게 이쁘게 하고 일하러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죠”
‘루왁’은 커피와 생과일 쥬스, 쿠키, 샌드위치, 허니브레드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이 중에서 여름엔 팥빙수, 겨울엔 호박죽이 인기다. 팥빙수는 팥을 직접 끓이고 떡도 떡집에서 직접 맞춰 건강을 더하고 가격은 빼 가벼운 주머니를 걱정하는 어르신들에게 인기다.
특히 미숫가루에 쌀 현미, 보리, 콩 등 100% 국산을 사용한다. 호박죽도 손자들에게 주는 마음으로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손자의 손을 잡고 팥빙수와 호박죽 드시러 오는 손님이 많다며 자랑이 넘친다. 일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곳. ‘루왁’은 어르신들에게 즐거운 인생을 만들어준다. |
이필혁 기자 / dlvlfgur@hanmail.net 입력 : 2013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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