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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한공식 입법차장 ‘국민동의청원’ 모두 기억해 주세요

국회의원의 직무, 좋은 법 만들고 나쁜 법 고치는 것
박근영 기자 / 1442호입력 : 2020년 06월 04일
↑↑ 30년 국회의 산증인 한공식 국회법제차장.

-30년 국회활동, 국회선진화법 등 보람 크지만 식물국회 여전··· 반드시 고쳐져야

제21대 국회가 출범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랬다고 151명으로 역대 어느 국회보다 초선의원이 많은 국회이기에 국민의 기대도 크다. 국회출범과 함께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경주 출향인이 있다. 국회 정무직(차관급) 한공식 입법차장이다. 아쉽게도 21대 국회의 출범을 뒤로 하고 6월에 임기가 끝나고 동시에 공식적인 공직생활이 마무리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한공식 차장에게는 이 순간이 가장 경건하고 의미 깊게 다가오는 듯하다.

“입법 차장으로 활동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국민동의청원’을 국회에 안착하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 것입니다”

‘국민동의청원’이란 청와대에 마련된 국민청원과 유사한 국민의 입법제안 활동을 일컫는다. 다른 점이라면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 동의했을 때 청와대가 그 사안에 대해 대답하는 정도에서 그치지만 국민동의청원은 실제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인터넷상 의견으로 입법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온 국민의 공분을 산 ‘N번방’과 관련한 입법이지요. 국민의 엄중한 요구가 국민의 이름으로 발안(發案)돼 법제화된 것은 매우 의미 깊습니다”

한 차장은 국민들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알고 있으면서 정작 더 중요한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21대 국회가 이를 더 열심히 홍보해 국민의 뜻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참고로 국민동의청원은 1개월 동안 1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국회가 의무적으로 입법을 검토하고 답해야 하는 제도다. 한 차장은 원래 이 청원을 만들 때는 3개월 동안 5만명의 동의를 구하면 입법절차를 시행하도록 만들어졌다며 이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회생활 전반에 걸쳐서 가장 의미 깊게 작업한 것이 국회선진화법이었던 반면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국회의원들의 잦은 몸싸움과 이른바 ‘식물국회’가 자주 연출된 것이 특히 안타깝다는 소회도 밝힌다.

“이 법을 제정할 때가 제가 국회에서 의사국장을 맡고 있을 때입니다. 2012년 당시 한미FTA체결과 관련, 국회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등 극심한 몸살을 앓을 때였지요”

그런 폐단을 없애고 제대로 일하고자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원들의 당리당략에 의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술회한다.

한 차장은 국회에서만 무려 30년 넘게 근무하며 우리나라 국회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찰해온 장본인이다. 철도고를 졸업하고 철도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1990년 5월에 국회 사무직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국회와 인연을 맺은 한 차장은 국회의 기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 만큼 국회의원들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고 털어놓는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직무가 좋은 법을 만들고 나쁜 법을 고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행정부를 견제하고 민의를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그런 본분보다는 지역 표심 받기에만 골몰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공식 차장은 이런 면에서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원은 매우 드물고 대부분 의원들이 지방현안에 치우쳐 원래 기능의 10분의 1도 실현하지 못한다며 한숨이다. 21대 국회가 여야 공히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정쟁을 최대한 자제하고 적극적인 법제정 및 개정 활동 등 제대로 된 일에 충실해주기를 희망한다.

-초선 많은 21대 국회 오히려 긍정적, 법 제정 등 일 제대로 하는 국회 되어야
국회를 잘 아는 입장에서 21대 국회에 초선의원이 대거 진입한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이다.
“초선의원이라 일을 제대로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이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선수(選數)가 쌓이며 국회에서 역할이나 비중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과거처럼 상명하복(上命下服)식의 운영이 아닌 만큼 의원 개개인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습니다”

한편 한공식 차장은 ‘국회 경험이 큰 만큼 이를 통해 경주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주문을 도처에서 받는다며 자신 역시 그럴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특히 지난 총선에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경주지역 여당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등 하마평에 시달리기도 했다.

“제가 특히 국회에서 공직생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정치적인 중립이었습니다.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두둔하면 국회사무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다만 한 차장은 국회에서 활동하며 쌓아온 인맥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 발전이나 경주 등 지역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에게도 보람된 일일 것이라며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인맥에 대한 나름의 소신도 밝힌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지요. 과거에는 의사결정이 탑-다운(Top-down : 하향식)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버텀 업(Bottom up : 상향식)이 대세입니다. 때문에 높은 분들을 잘 아는 것보다 각 기관의 허리, 즉 실무 관리자들을 잘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국회활동하면서 이런 분들과 깊이 인연을 맺어 온 만큼 이를 활용하면 좋겠지요”

이런 한공식 차장의 경륜과 달리 현재로서는 공직생활 마감 후를 딱히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낀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고향 경주가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물질적 가치를 넘어 경주가 가진 고유의 정신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현대적이고 경제적인 부분들과 적절히 조화되어 국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더 좋은 인상을 주는 경주가 되면 좋겠습니다”

경주를 위한 일이라면 언제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돕겠다고 약속하는 한공식 차장을 보며 서울의 기라성 같은 출향인들을 경주가 적극 활용할 방안이 없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박근영 기자 / 1442호입력 : 2020년 06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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