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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포차에는 경주SNS가 있다-김석진 사장, 지역사회+SNS 절묘한 조화

경주시 내외 SNS 이용자들과 깊이 있는 대담, 멀리서도 김 사장 보고 싶다 찾아와…
박근영 기자 / 1439호입력 : 2020년 05월 14일
↑↑ 김석진 사장의 포차 음식에 기울이는 다양한 탐구와 정성, 놀라운 가격 등이 동천포차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게하는 비결이다.

동천시장 맞은편에 동천포차란 선술집이 있다. 테이블 2개, 주방과 접한 스텐드 바식 테이블까지 모두 3개의 접객 테이블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김석진 사장에게는 공설 운동장 만큼이나 넓어 보인다.
김 사장은 2019년 하반기까지 중앙시장 먹자골목 안쪽에서 ‘피터팬’이라는 일식 퓨전 포차를 열고 있었다. 달랑 하나짜리 식탁을 두고 장사하다 보니 고객들이 몰릴 시간에는 자리가 없어 장사를 못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SNS에서 나름대로 시장 이야기와 자신이 익힌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경주시 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친구를 얻게 된 김 사장은 멀리서 자신을 찾아온 고객들을 어이 없이 돌려보내는 일을 일상처럼 겪었다. 고객들 중에는 숫제 이런 김 사장의 고충을 알아 어지간하면 ‘합석’을 자청하는 열혈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상황이 그랬지만 모아놓은 돈은 모자라고 장소를 옮겼다가 지금까지 어렵게 쌓아 놓은 이미지를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도 있어서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 김 사장에게 SNS의 격려는 큰 힘이 됐다. 김 사장을 좋아하는 선후배 지인들이 자리를 옮기면 훨씬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고 약속했고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만 붙들어도 장사 안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확장을 부추겼다.

2019년 10월 17일 동천포차에 첫 불을 켠 뒤 이들은 실제로 앞 다퉈 고객으로 동천포차 문을 드나들었고 자신의 SNS에 동천포차를 홍보하며 김 사장을 응원했다.

덕분에 11월까지 중앙시장 피터팬과 동천시장 동천포차를 함께 운영하던 김 사장은 과감히 피터팬 문을 닫고 동천포차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동천포차의 단골고객들은 중앙시장 피터팬을 그대로 유지했음은 물론 확장된 자리만큼이나 많은 고개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동천포차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김 사장의 SNS상 활동이 두드러진 때문이다.

 김 사장은 중앙시장 피터팬 시절 중앙시장의 다양한 일상들을 자신의 페이스 북에 소개함으로써 SNS의 사회적 기능에 충실했다. 때로는 한 해 동안 모은 인형을 어린이 복지센터에 기증하기도 하고 부지런히 메뉴를 개발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며 음식에 대한 신뢰감도 키웠다. 특히 그 자신 음식점을 하면서도 다양한 맛집을 탐방하며 소개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 호감을 사기도 했다.

이렇듯 동천포차는 사회관계망, 특히 SNS라는 인터넷 관계망이 만든 특별한 보금자리라 더욱 귀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SNS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동천포차라는 현실의 공간으로 걸어 나와 SNS보다 훨씬 단단하게 결속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대적 지표로도 인식된다. 지역사회라는 특수성과 그 속에서 SNS가 자연스럽게 결속하는 모습을 동천포차는 매우 모범적으로 보여준다. 그 종착점은 ‘대화가 있는 따듯한 공간’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 동천시장 맞은편 포장마차.

-3040 취향 맞춘 포차메뉴들, 매콤·짭조름보다 달짝·고소가 기준. 싸게 책정한 안주들로 부담 쫙 빼

그렇다고 순전히 사회적 관계로만 동천포차가 운영된다고 하면 안 된다. 김석진 사장의 포차 음식에 기울이는 다양한 탐구와 정성, 여기에 놀라운 가격 등이 동천포차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게 하는 비결이다.

“부담 없는 안주로 고객들의 선택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포차는 술장사인데 술값은 어느 곳을 막론하고 비슷하지 않습니까? 저렴한 안주에서보다 술에서 수익을 남기면 된다고 믿어왔습니다”

특히 동천포차는 ‘아재들’보다는 3040젊은이들이 좋아할 취향의 안주들이 대세다.
일식 퓨전요리 전문이었던 ‘피터팬’의 솜씨를 이어 매콤·짭조름보다 달짝·고소한 쪽으로 길을 잡았다. 대신에 수제 고급 부산어묵을 아낌없이 넣은 오뎅탕과 치즈 얹은 부대찌개, 뼈추린 닭발, 골뱅이 무침 등이 주요 메뉴다. 버터구이 오다리, 노가리 구이, 군만두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안주고 옛날소세지가 단돈 5000원으로 고객들의 주머니를 유혹한다. 최근에는 천년한우 육포를 준비중인데 이걸 얼마에 내놓아야 할지 아직도 정하지 않은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의 한파는 동천포차에도 여지없이 불어 닥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특히 경상도 전역에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경주시내 상가들에게 더할 수 없이 아픈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제 겨우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며 재기의 기지개를 펴려는 순간에 또 다시 이태원발 충격파가 터졌다. 그래도 동천포차이기에, 김 사장이기에 동천포차는 흔들리지 않고 SNS친구들, 이웃한 시민들과 함께 버텨낼 것이라 믿는다. SNS를 떠나 진정한 경주맛집으로 소문나는 그날까지 김 사장의 역주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근영 기자 / 1439호입력 : 2020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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