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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병원장 내려놓은 심장내과 명의 나득영 교수-“동국대경주병원은 응급, 노인질환, 뇌·심장질환이 중점!!”

의료진 믿고 적극적 활용이 궁극적으로 병원을 더 좋게 만드는 효과내
박근영 기자 / 1407호입력 : 2019년 09월 26일

“저희 병원은 크게 3가지를 주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처치병원이라는 점,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이를 유지하는 데 병원의 가장 많은 노력이 할애됩니다. 여기에 노인질환을 제대로 돌봐 드릴 수 있는 병원이라는 점, 뇌혈관·심장혈관질환을 가장 잘 돌봐드리는 병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좋은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시설로 정확하게 병을 진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동국대학교경주병원(이하 동국대병원)의 역할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나득영 교수는 명료하게 설명한다.

지난 20일 동국대병원 심장내과의 한 진료실에서 심장혈관내과 전문의 나 교수를 만났다. ‘제18대 병원장’이라는 막중한 임무에서 내려온 지 채 20일이 지나지 않은 시기다.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진료와 치료를 비롯해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자신의 경험과 연구를 기반으로 논문도 발표하고 대외 강연도 나갔다. 여기에 무려 4년 동안 병원장으로서 행정과 경영을 책임져 왔으니 가히 슈퍼맨에 가까운 활약이라 할 수 있다.

나 교수에 따르면 동국대병원은 엄정한 진단 후 치료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즉시 상급병원으로 이송하는 병원이다. 특히 나 교수는 인터뷰에서조차, 어지간하면 ‘우리 병원이 최고다’라고 할 만한데, 그런 사소한 과장조차 단호히 사양한다.

“병원이 존재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너무나 간단합니다. 환자가 있었기에 의사가 있었고 의사 혼자서 모든 치료를 할 수 없기에 간호사가 생겼습니다. 간호사는 환자를 돌봐야 하니 이들을 지원하고 보조할 행정요원과 사무요원, 병원을 유지하기 위한 직원들이 추가된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병원의 시작점은 환자인 만큼 모든 병원의 직군들이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고 자신이 최고라는 자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의료진이 최첨단 의료시설로 정확히 진단! 믿고 활용하면 더 좋은 의료환경으로 보답할 수 있어
그러나 나 교수는 동국대병원을 절대로 얕잡아 봐서도 안 된다고도 단언한다. 동국대병원은 서울의 어느 대학병원에도 뒤지지 않는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기기를 보유하고 있어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 병원에 대한 불신감과 대도시 병원 같은 지속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전방위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병원이 원활한 기능을 수행하려며 이를 사용하는 인구가 최소한 50만 명은 되어야 하는데 경주는 수요층이 그 절반밖에 안 되어 시스템 유지가 힘듭니다”
실제로 동국대병원은 많은 유능한 의사들이 근무했지만 이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해 도로 대도시로 떠난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고 술회한다.

“예전에는 개흉술(가슴을 열고 하는 수술)도 했고 암수술 전문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요가 적었고 대상이 될 만한 환자들조차 더 상급병원에서 수술 받기를 원하니 이런 훌륭한 의사들이 소용없었지요. 결국 동국대병원을 떠나 국립암센터로 간 전문의가 경주에서 자신이 돌보던 환자를 만나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나 교수는 지역이 좁아 금방 소문나는 것도 지역 병원이 감수해야 할 어려움이라고 털어놓는다. 좋은 일은 금방 소문나지 않지만 나쁜 일은 하루아침에 시내 전역에 퍼지는 일이 잦고 그 중에서도 ‘이 병원이 아버지·어머니 돌아가신 병원이다’는 식의 절절한 심정 표현은 그 의도와 상관없이 ‘의료사고’를 떠올리게 해 병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어왔다.

“역설적으로 경주에서는 동국대병원에서 돌아가시는 것이 가장 최선입니다. 중환자를 돌보는 병원이 경주에서 저희 병원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것이 의료사고일 확률이 높지요.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곳은 심지어 의료사고에 대비해 몇 명씩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나 교수는 동국대병원이 무리하게 환자를 붙들어 두고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병원이 아닌 만큼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부탁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병원을 더 좋게 만드는 효과를 내게 되고 그게 다시 시민들에게 더 좋은 의료환경으로 보답하는 선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동국대병원이 상급병원과 제휴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시내의 우수한 병원들과 유기적으로 역할 분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간단한 진료와 치료는 시내 개원의들이 담당하고 동국대병원은 응급의료와 동국대병원이 할 수 있는 좀 더 복잡한 수술, 진료, 검사, 진단에 충실하고 고난이도 치료와 수술은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동국대병원의 향후 위치설정이 될 것이라 내다본다.

-영유아 야간진료센터는 경주만의 특별 서비스, 중대질병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지원도 절실!!
나 교수는 자신의 재임기간에 많은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개설, 영유아 야간진료센터 설치, 환자별 맞춤형 진료서비스 강화, 병원 리모델링과 병동증설시공 등이 대표적인 예. 특히 영유아 야간진료센터 설치는 이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으로 이는 전국에서 동국대병원이 최초로 시행한 특별한 병원서비스로 손꼽힌다.

“인구절벽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국가나 지자체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는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주낙영 시장님의 공약이기도 해서 영유아 진료센터는 경주시가 비용을 지원하고 저희 병원이 시스템을 진행하는 이상적인 협업모델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서비스를 통해 영유아들에 대한 다양한 응급진료가 시행되었고 다른 지역병원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지역 의료환경은 지방자치 단체와 국가가 적극 지원함으로써 훨씬 좋아진다는 것이 4년 동안 병원장을 맡아 활동한 나 교수의 지론이다. 특히 뇌출혈, 신근경색, 심근마비, 외상 정도는 동국대병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중대 질병의 권역별 지정 병원이라는 것이 병원만 지정되었을 뿐 그에 걸맞는 경제적 지원은 태부족이다 보니 아직도 지역 의료환경이 대도시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나교수의 말이 비장하게 들린다. 더구나 이동이 힘들고 도시로 이동하는 자체로 비용 부담이 엄청난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시대적 변화를 고려하면 중대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병원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명의는 진단 잘하는 의사라야, 충수염 와중에도 진료···, 20년간 경주시민 심장·혈관 지켜오며 인술(仁術) 실천
나 교수는 명의(名醫)의 기준을 수술 잘 하는 의사가 아닌 정확하게 진단하는 의사로 규정한다. 치료는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되고 진단이 정확하면 수술은 기술적으로 숙달되기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만큼 나 교수는 진료에 관한 한 누구보다 책임감 높기로 유명하다. 그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2014년 5월 급성충수염(맹장염)에 걸려 수술 받고도 진료를 본 사건이다. 충수염 수술은 퇴원 후 최소한 1주일은 정양해야 하는 수술이지만 나 교수가 진료에 임한 것은 퇴원 후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 일로 150여 환자들과의 약속은 지켰지만 수술부위 염증이 악화된 나교수는 결국 다시 입원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진료는 환자들과의 약속이고 환자들 입장에서는 오래도록 기다린 간절한 시간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나 교수는 경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아산병원 심장내과 전임의로 활동하다 2000년 교수직을 병행하고 싶어 동국대병원으로 옮겨와 만 20년 간 심장내과 전문의로 활동했다. 2015년 제17대와 18대까지 4년간 병원장을 역임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경주에서 보내며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타향 사람인데도 잘 대해주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고맙기 이를 데 없습니다”

소감을 정리한 나 교수는 경주에 온 이래 심장내과를 영남지역에 개척하고 싶었던 포부를 어느 정도 실현했다고 자부하면서도 정작 20년 동안 지방의료 환경이 갈수록 대도시와 차이 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살기 좋은 도시의 기본 요건은 역사와 유적 이전에 양질의 교육과 치안, 의료라 정의하고 이 중에서도 의료는 시민 모두가 혜택 받은 막중한 가치를 가진 만큼 지역 의료환경 개선에 국가적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고 역설하는 나득영 교수. 이제는 병원장에서 물러나 한결 여유 있게 환자를 돌볼 수 있게 된 만큼 의술을 넘어 인술(仁術)을 펼쳐온 명의의 향기가 더 많은 경주시민들에게 퍼져나갈 것이라 믿는다.
박근영 기자 / 1407호입력 : 2019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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