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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에 숨은 천년, 황룡사(1)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 1381호입력 : 2019년 0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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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애
경북문화관광해설사 | 허물어진 빈터에서 건져낸 무소유의 자취들 숨은 숨결로 당당해, 깊게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찬란한 역사로 펼쳐지는 절 터 황룡사, 하늘에서 내렸다는 진평왕 천사옥대(天賜玉帶) 허리띠와 더블어 신라 삼보(三寶)로 꼽히던 구층목탑 심초석(心礎石)과 장육존상(丈六尊像)받침돌이, 박힌 뿌리 그대로 가부좌 틀고 앉은 자태가 대지 위에 처연하다.
가버린 날들의 소중한 기억을 더듬듯 봄바람 홀린 발목으로 닿은 광활한 가람 터, 풀섶에 묻히는 걸음 둘 때마다 아득한 것은, 흘러간 세월의 깊이만큼 그리워지는 추억의 파편 때문이리. 인문학박사 故이근직 교수와 【삼국사기】·【삼국유사】 원문(原文) 공부를 하면서 숱하게 답사하던 역사의 현장들, 그 속에 사진첩으로 담긴 황룡사는 빈 터의 흔적만큼 그립고 아득타.
*【삼국사기】권4 신라본기(新羅本紀) 진흥왕 14년(553) 2월 봄, 왕이 해당 관청으로 하여금 월성 동쪽에 새로이 궁궐을 짓게 했는데 그 터에 황용이 나타나 왕이 이상이 여겨 사찰로 고쳐 짓고 절 이름을 황룡사(皇龍寺)라 하였다.
27년 2월에 황룡사가 준공되었다.
35년 3월에 황룡사 *장육상(丈六像)을 조성하니 구리의 중량이 3만 5007근, 도금(渡金)한 금의 중량이 1만 198푼이었다.
36년 황룡사 장육상에서 눈물이 흘러 발꿈치까지 내려왔다.
25대 진지왕 35년 7월 수나라의 사신 왕세의(王世儀)가 황룡사에 와서 백고좌(百高座)를 마련하고 원광(圓光)등의 법사(法師)를 청하여 불경(佛經)을 강론하였다.
27대 선덕여왕 14년 3월 탑을 창조하니 이는 자장법사(慈藏法師)의 청을 따른 것이다.
48대 경문왕 6년 정월 보름 황룡사에 행차하여 연등(燃燈)행사를 보고 백관(百官)들을 위하여 연회를 베풀었다.
51대 진성여왕 4년 정월 보름 황룡사에 행차하여 연등행사를 구경하였다.
55대 경애왕 4년 3월 황룡사 구층탑이 흔들리다가 북쪽으로 기울었다.
고려 고종 25년(1238) 몽고군의 침략으로 가람 전체가 자취 없이 불타버리면서 잿더미로 폐허가 된 안타까운 기록을 반추하며, 부처가 앉는 백 자리를 만들어 덕(德)있는 고승(高僧)을 모시고 설법하던 큰 행사인 백고좌법회(百高座法會), 한때 파계승이라 외면당하던 원효가 격 높은 강론을 펼쳐 백 개의 서까래 중 단 한 개 대들보로 격상을 곧추세운 황룡사는 여전히 신라역사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삼국사기】 열전(列傳) ‘솔거(率居)는 신라인(新羅人)으로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출생 그 족계(族系)는 알 수 없으나 타고난 재능이 그림을 잘 그렸다. 일찍이 황룡사 금당벽에 노송(老松)을 그렸는데, 나무의 껍질이 꺼칠꺼칠 만져지고 가지의 솔잎은 바람에 흔들리는 듯 절 풍광을 돋을새김 하는 맑은 혼으로 정성을 쏟은 그림이기에, 까마귀· 솔개· 제비· 참새가 살아있는 소나무라 착각하고 날아들다가 벽에 부딪쳐 떨어지곤 했다. 세월이 오래되어 색(色)이 바래지자 절 스님이 단청(丹靑)으로 덧칠을 하였더니 보통의 벽화로 머물러 다시는 오작(烏鵲)이 날아들지 않았다’는 기록을 따라 꿈결에 젖듯 먼 길을 돌아 신라적 타고난 신화(神畵) 예술의 혼이 숭고했던 한 사나이, 솔거의 그림붓을 더듬으면 허공 속에서도 빛의 채색으로 살아나는 황룡사. 생과 사의 경계를 허물고 우주의 공간 침묵에 싸여 무(無)에서 유(有)를 호흡하는 천년숨결이 장엄하다.
봄바람에 들썩이는 풀꽃 수북한 빈 가람 터, 주춧돌 동그맣게 쪼그리고 앉아 타임머신을 타고 그려보는, 영혼을 사루어 색(色)을 고민하는 솔거의 붓칠 장면 가슴 사무쳐, 분황사 팔각돌우물 종종 걸음으로 물 길러와 빗살무늬 토기 한 대접 목축이라 내밀면, 댕기머리 신라가시내 설레임도 두 볼 적시는 치자빛으로 물들여지리.
*역주자 이병도『을유문화사』. 정민호 신라본기 한문본(漢文本) 현토(懸吐) 주해(註解) 교정(校正) 『도서출판 뿌리』참고
*장육(丈六)은 길이 1장(丈) 6척(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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