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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문화관광해설사가 들려주는 숨은 경주

제비꽃 간지럼 타는, 태종무열왕릉(1)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347호입력 : 2018년 06월 28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詩 풀꽃-

↑↑ 김경애
경북문화관광해설사
봄햇살 고봉밥으로 얹힌 능에 업혀 실바람에 자지러지는 풀꽃들의 향연,
제비꽃 보랏빛 입매로 간지럼 타는 능 둘레가 적적하지 않다.

삼국통일 기반을 다지고 선두를 지휘하던 위대한 왕이기 전에 다정하고 인자한 아버지, 앞서간 딸의 아픔을 숨기려 상심의 통증에 하염없이 속울음 삼켰을 애타는 父情.

가슴에 묻은 첫 정, 맏딸 고타소의 손짓인 양 나즈막히 날개짓 하는 하얀나비 한 마리 홀연히 풀꽃에 앉아 나풀나풀 아비를 달랜다.

딸 바보 김춘추!
삼국시대 신라 서쪽 국경 요새인 대야성(지금의 합천) 백제와의 전쟁에서 사위 품석, 보라궁주가 낳은 첫딸 고타소의 부음 소식을 들은 그는 비통함에 넋을 잃고 왼종일 기둥에 기대서서 사람들이 오가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 체 애끓는 통곡만 삼킨 딸바보 아버지,

“왕은 용모가 영명하고 늠름 하였으며 어려서부터 세상을 구제할 뜻이 있었다”

왕이 태자시절 군사를 청하러 당나라에 갔을 때 그의 당당한 풍채를 본 임금이 “신성한 사람”이라 일컬었고, 【화랑세기】 “18세 춘추공은 백옥 같은 얼굴에 온화한 말투, 언변이 좋았으며 큰 뜻이 있었고 신중한 말수에 행동에는 법도가 있었다.”

“진덕여왕이 사망하자 여러 신하들이 이찬 알천에게 왕위에 오를 것을 요청하니 ‘나는 늙었고 큰 덕행도 없다. 지금 덕망이 두텁기로 춘추공만한 인물이 없다. 그는 실로 세상을 다스릴 영걸이라 할 수 있다.’ 마침내 그를 받들어 왕으로 추대하려 하자 춘추가 세 번이나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왕위에 올랐다.”란 【삼국사기】 기록에서 예의와 겸손의 미덕을 갖춘 위인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삼국유사】 “왕은 하루에 쌀 서말 밥과, 꿩 아홉 마리를 먹었다. 그러나 庚申년(660) 백제를 평정한 뒤로는(잃은 딸 괴로움에 점심을 삼가고) 다만 아침 저녁 뿐이었다. 그래도 하루에 쌀 여섯 말, 술 여섯 말, 꿩 열 마리를 먹었다.” 왕의 권위로 외따로 진주성찬 床을 받지 않고 궁중의 거느린 신하들과 물림상을 함께했던 어질고 따뜻한 인간미의 소유자, 담대하고 통큰 외교적 융통성과 권력의 무게를 능히 다스린 진정한 지도자, “용모가 아름답고 쾌활하게 담소하였다.” 【일본서기】 기록을 실감하게 된다.

백제와의 싸움에서 사랑하는 딸, 사위를 앗긴 슬픔덩이로 점심을 삼가고 검게 재가 된 가슴의 상처 쓸어내리기 위해 한동안 술에 기대야만 잠을 이룰수 있었을 父性.

문득, 까마득한 기억 속 나의 아버지가 스친다.

내 청춘의 그 한 때, 심오한(?) 방황의 획을 건드리면 지금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병환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4남 1녀 눈에 밟혀 차마 걸음 떼지 못했을... 세상 안팍 그립고 그리운 엄마생각에 허무의 뿌리가 전신을 휘감았다.

여학생시절 반 친구의 말 귀담아 들어 둔 비구니 절, 청도 운문사로 사르트르와, 까뮈 책, 詩集 몇 권 끌어안고 동경하던 꿈을 꿰듯 스물한살 나이 훌쩍 떠났는데,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 집 나간 딸 애타게 찾다가 쓰러진 아버지, 수소문 석달만에 찾아 온 큰고모와 새어머니 손길에 금방 속세와 화해(?)한 내 젊은 ‘날의 肖像’이 아련하다.

후담에 남동생의 말을 빌리면 ‘누나 생각에 아버진 식사도 거르고 매일 술로 시름을 달랬다’는 맘 아픈 기억을 상기 시켰다.

제삿날 친정고모님 자랑삼던 입담속 “훤하게 잘 생긴 인물에 귀골이 장대한 기상으로 산천초목도 떨은” 울아버지, 얼마나 속이 탔으면 짧은 단 기간 쓰러지셨을까!

그 의문은 부모가 된 후 비로소 깨달았다. 가출한 딸 걱정에 그 석달이 천년만년 암울했을거라는 걸...
古書에 딸 고타소 사망이후 점심마져 굶고 술이 등장하는 장면을 짐작해보면 천년을 거슬러 또 천년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 딸 바보 사랑은 애틋해서 눈물겹다.

그날 누가 울었지
붉은 흙이 눈물처럼 고와라
제비꽃은 흙과 뒤섞이고
나지막한 노래 사이 누군가 울었어
울음이 어디에서 그토록 가볍게 스미는 것을
정말 보았네
오래 모닥불은 따뜻하고
저자에서 이곳까지 설움이 떠민
낯선 무덤 앞인데도
가지런한 석류알처럼 편안하네
이제 그는 제비꽃이나 보랏빛으로나
앞길 언저리마다 되비칠 것이니
-송재학詩 어느 날-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347호입력 : 2018년 0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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