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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문화관광해설사가 들려주는 숨은 경주

꿈꾸는 고분군(古墳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입력 : 2018년 06월 07일

무덤은 생명 품은 어머니 만삭의 둥근 몸 같다.

사람들은 죽어서도 그 품 못잊어 안태고향 둥근 뱃살 흙집으로 지어내 평생 잠 청하는 걸까! 서라벌 도심 한복판 둥실둥실 살고 있는 고분군, 관광객으로부터 “신라사람들 ‘공동묘지’ 인가요” 불쑥 던지는 질문에 즐거운 소통의 폭으로 해설하는, 거대한 타임캡슐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 돌무지덧널무덤을 바라볼 때마다 생과 사를 보듬고 다독인 생명의 모태(母胎)를 느끼게 된다.

신라인의 안식처로 편히 쉬고 있는 고분군 마실엔 왕으로 확인 된 무덤을 능(陵), 발굴 결과 왕족으로 주인공이 확실치 않을 때 총(塚), 나머지 무덤은 고분(古墳)으로 부른다.

천년고도 노른자위 터에 수북이 어우러져 점잖게 자리잡은 능묘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98호분 황남대총(표주박형쌍분: 남분 남자, 북분 여자)을 공개관람하기 위해 서쪽 구석진 봉분 낮은 고분을 시험적으로 1973년 발굴한 155호분 천마총, 대형고분 발굴 부담감으로 시범삼아 먼저 시도한 발굴과정에서 말이 달릴 때 말발굽에서 튀어 오르는 흙을 막기 위해 안장의 양쪽에 늘어뜨리는 백화수피장니(白樺樹皮障泥 자작나무껍질 말다래, 국보 207호 가로 75㎝, 세로 53㎝, 두께 6㎜)가 출토되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자작나무 껍질을 여럿 겹친 한복판에 뿔과 갈기를 곧추세우고 길게 혀를 내민,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 땅으로 내려 온 듯 기상 넘치고 역동적인 흰색 실루엣의 말그림, 가장자리엔 흰색 붉은색 갈색 검정색 덩굴무늬를 그려 넣고 가죽으로 테두리를 잇대어 사선으로 한 땀 한 땀 마름모꼴로 누벼 옻칠한 천마도,(天馬圖 천마가 아닌 고대 미술품 및 동양 고전에 나타나는 ‘기린’ 해석도 제기됨) 고구려벽화, 백제회화, 버금가게 하늘을 나르는 신라의 말그림, 유구한 역사의 흐름을 돋을새김한 순간을 짚어 찬란한 유물과 마주하는 감응이 언제나 새롭고 신비로운 건 해설사의 몫을 일상에 접목시킨 소중함이기에 그 길이 질척이지 않고 겸허하게 이음새를 맺기도 해서 다행스럽다.

왕의 자가용격인 말을 화려하게 치장한 장신구 말다래출토유물로 천마총이라 불리는 옛사람들의 터전을 살피면, 하늘 땅 매듭을 풀고 멎은 목숨의 호흡도 풀어 윤회의 고샅길 휘감아 오는 회귀설(回歸說)을 안고 있는 양 장엄한 모양새다.

알에서 태어난 난생설화(卵生說話) 맞물린 숨결인 듯 토기항아리 오붓이 출토된 부활의 상징 계란이며, 신라에서 가장 큰 황금빛 당당한 금관, 금모자, 새날개 금장식, 금제허리띠 드리개장식 옹기종기 늘어뜨린 물고기문양, 향료, 칼, 족집게, 숫돌, 태아 닮은 곡옥, 그리고 볼수록 참한 살림살이로 다가와 삶이 느슨한 소풍날 밑반찬 담아 나들이 하고픈 소박하고 소담스런 칠기찬합, 새 모양 목기(木器)잔 등, 살아생전 귀하게 지니고 보배롭게 다루던 진귀한 부장품을 고스란히 껴안아 후손에게 물려준 문화유산이 위대하고 경이롭다.

월성궁궐 가까이 잘 고른 평지에 진흙을 깔고 냇돌을 깐 다음 안치된 피장자의 목관을 놓고 다시금 나무로 곽을 짜 방을 만들어 해 뜨는 동쪽 머리맡 껴묻거리 궤에(밑바닥엔 쇠솥 4개, 크고 작은 토기류를 동갠 다음 칠기와 금속용기를 채워 얹은 맨위쪽 천마문 말다래 발견) 유품들을 챙겨 봉하고 머리크기만한 냇돌을 차곡차곡 쌓아 덮었으며 틈새 없이 자갈로 꽉 차게 메운 다음 빗물이 새지 않게 찰흙을 덧발라 다진 후 흙을 쌓아 봉분(封墳)한 어머니품속 같은 아늑한 둥근 집 한 채 지극정성 꾸며 영원한 요람의 안식을 꿈꾸었을까!

[삼국사기] 신라본기 눌지마립간 19년조(435년) “역대의 능원을 고쳐 쌓았다”는 기록에 즈음해 월성왕경 평지의 고분들은 *삼국시대 내물계 왕족 김씨가 통치하던 4세기 중엽에서 6세기 초까지의 마립간시대 왕권의 성장을 배경으로 축조된 무덤으로 추정하는 견해다.

그림자 두리뭉술한 능을 낀 솔숲사이 일출과 일몰의 경계를 가로질러 쉼의 시간을 말아올린 봉분의 민낯을 바라보며 허무의 문턱을 허물은 평화로움에 넋 뺀 걸음이 홀가분타..

이승저승 구분 없이 덩실덩실 살아가는 덩치 큰 고분 너머, 옛날의 낯설음과 오래된 낯익음으로 낯가림 없이 친해지는 저 풍경들은 천년세월 농익어 발효된 알집, 소멸과 생성의 무한괘도를 오르내려 머나 먼 행선지 결코 수월치 않았을 둥근테의 나이를 가늠하며, 숨 멎어도 그리워 안기는 어머니 품안으로 살아있는 신라의 고분군 저 둥근 잉태의 몸.


*이근직 삼국사기 강의 인용 <2002년>

글: 김경애 경북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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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문화관광해설사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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