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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문화관광해설사가 들려주는 숨은 경주

길 묻는 박물관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입력 : 2018년 05월 10일
↑↑ 김경애 경북문화관광해설사
ⓒ (주)경주신문사
오래된 미래, 과거와 현재의 공존 속에 옛사람들의 숨결을 맡다보면 생채기로 부르튼 삶의 흉터가 흠집 맑은 曲玉으로 처연해지고 유물을 따라가는 길머리 마음 안까지 살피는 종소리의 음률이 천년 깊이로 편안하다.

선사시대를 거슬러 천년의 유물과 교감하려 물물이 찾는 국립경주박물관, 나의 걸음이 이방인으로 낯설지 않은 까닭은 舊박물관과 웨슬레유치원 신작로 옆 골목길, 태어나고 자란 유년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어서일까! 기억을 더듬으면 울아버지 4남1녀 고명딸 삼천리호자전거 태워 바래다주던 유치원 파하고 나면 동네 조무래기들과 구박물관 뒤뜰 아름드리 은행나무 아래서 왼종일 소꿉놀이에 해지는 줄 모르다 은행알 고약한 냄새에 색동고무신 동동 발 구르던 일이며 市의 경사스런 날이면 굵은 당목으로 울리던 에밀레종소리.... 가버린 시간 보관하는 그곳엔 내 유년의 살가운 기억도 물끄러미 얹혀 있는 듯하다.

그날도 여우비에 홀려서 마음이 먼저 길 묻던 박물관 뜨락은 안개비 흩어지는 고즈넉한 품안을 활짝 젖혀 시공을 초월한 천년의 흐름속에 나를 빨아들였다.

흙살 다진 빗살무늬토기 빗질한 자국으로 촘촘히 비 뿌려지는 풍광이 흡사 맞주름 잡아 펼친 부챗살로 아득했다.

마음 동할 때마다 찾아와서 장난기 묻은 흙인형 土偶와 놀기도 하고, 두 개 골 함몰된 돌무지덧널무덤 화려한 부장품 눈으로 마음으로 꺼내 금빛고깔 두르고 신라의 왕족을 꿈꾸다 보면 어느새 소중한 유물과 친해지는 두터운 情分 가득했다.

반나절 빗금 친 흔적 없이 여우비 꼬리 감추고 밝게 씻긴 햇살이 탑의 몸돌을 숫기없이 핥아주고 있다.

지붕꼭대기 치미 한 쌍 올빼미 눈으로 지키는 방향엔 에밀레종으로 한결 친근한 성덕대왕신종이 녹음된 음성으로 시간을 울리고 있다. 종소리 물결따라 심신이 환하게 빨려들어 간다. 비어 있을 때 비로소 가득차게 울리는 소리, 골 깊은 숨결로 마음바닥까지 퍼 올리는 신비의 저 소리는 인간이 만들어낸 하늘과 땅의 소리, 그 음성 꽃비로 뿌려져 영혼을 휘둘러서 깨달음의 지혜로 세상을 살아가라 하심이리.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소리의 청정한 여운이 연꽃봉우리 띠 두른 鐘몸통 天衣자락 휘감아 천년의 시간을 들어올림이 경이롭다.

삼국유사에 보이는 신라 三寶 중 하나인 성덕대왕신종, 신라 경덕왕(742~765)이 부왕 성덕대왕을 기리기 위해 조성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뜻을 이루지 못하자 그의 아들 36대 혜공왕이 완성을 보게 되어 “聖德大王新鐘”으로 일컫게 되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구리 12만 근의 힘을 지탱하며 무게만큼 버거웠을 세월, 하늘 땅 막힘없이 아우르고 사룬 크고 우뚝한 자태는 천년숨결로 생생한다. 연꽃방석 위에 무릎 꿇고 향료를 올리는 여인, 묶은 머리칼 가지런히 겨드랑이 휘감겨 있는 옷자락, 매듭끈 고웁게 여며 구름무늬 흩날리며 하늘 길 열어가는 공양자상은 깨달음의 미덕 곧게 돋을새김한 잎 넓은 모란당초문 거대한 경전 한 권 펼침이다. 종에 새겨진 1000여字의 양각 명문중 산문으로 쓴 序 첫머리에 있는 구절은 종소리 다함없는 울림과 일치해 칭송하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기 비교할 데 없다.

“무릇 지극한 진리는 형상 밖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눈으로 보아서는 그 근원을 알 수 없습니다. 큰 소리는 천지 사이에서 진동하여 귀로 들어서는 그 울림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비유의 말을 내세워 세 가지 오묘한 경지를 보듯이 신종을 매달아 놓아 일 승의 원음(一乘之圓音)을 깨닫게 합니다”

넓고 크게 비울수록 높고 깊게 울려퍼져 깨달음의 길에 오르게 하는 도리, 듣도 보도 못한 龍의 형상을 좇아 범종 하나를 탄생시키기까지 혼신의 땀을 기도의 몫으로 송두리째 쏟아부었을 옛선조님들의 얼이 나를 전율케 한다.

말려들거나 구겨지지 않는 소리의 신비, 부풀어 빈속으로 소리 내어서 그 메아리 끊이지 않는 걸음으로 길 묻는 마음, 갈앉지 못하고 떠도는 몇 소절 소리의 떨림들이 그리운 편종으로 매달려 맥놀이 현상에 젖고 있다. 마음 안에 나를 가두고 길 묻듯 흘러든 박물관, 길손을 위로하고 달래는 종의 음성이 즈믄세월의 품안으로 넉넉하다.

하늘 끝닿은 청동두레박 속 가부좌 틀고 앉아 話頭 삼는 내 안이 어느새 둥글어져 가볍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입력 : 2018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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