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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 류의건선생. 경주 화곡을 읊조리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16호입력 : 2019년 11월 28일

↑↑ 오상욱
시민전문기자
경북고전번역연구원장
경주 내남의 선비 화계(花溪) 유의건(柳宜健,1687~1760)은 1730년 44세에 경주 내남 화곡에 화계서당을 짓고 경주학문의 발전을 위해 많은 제자를 가르치며 지역인재발굴에 힘썼다. 평소 대단한 독서광으로 독서에 깊이 빠져 여름에는 부채도, 겨울엔 화로도 없고, 밤에는 요를 깔지도 않고 책을 읽었다.

게다가 손에는 잠시도 경전을 놓지 않고, 입으로는 잠시도 책 읽는 소리를 멈추지 않았으며, 성현이 남긴 자사서(子史書)·제자서(諸子書) 등을 섭렵해 다 읽었고, 비록 천문역법의 도수와 잡가의 유행일지라도 깊이 꿰뚫지 않음이 없었다. 이처럼 독서에 지나침이 있었던 화계는 사시사철 화곡의 자연풍광이 주는 자연의 변화 덕분에 계절의 섭리와 인생사 그리고 세상의 변화에 깊이 자득할 수 있었다.

조선에 주희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이 전해지며 현자의 삶을 선망하며 자신들도 구곡경영을 통해 유자(儒者)의 삶을 고대하였다. 조선후기에 이르러 이가순의 「옥산구곡」․ 한문건의 「석강구곡가」․조우각의 「옥산구곡」「양동구곡」 등 경주 역시 구곡문학이 등장하는데, 학자가 머무는 공간 역시 공부에 대한 의지를 배가시키는 아름다운 풍광이 주변에 가득하였다.

화계선생이 머문 화곡은 당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였지만, 아쉽게도 현재 화곡못이 생기면서 기존의 경치 좋은 곳들은 대부분 수몰되어 자취를 찾기가 어렵다. 다만 『花溪集』卷9,「記․花溪書堂巖臺泉石及左右峯巒 皆有標題 各以數語記其意」등이 남아 당시의 풍광을 짐작케 한다. 또 「화계구절(花溪九絶)」에서 花溪․蘭室․觀魚㙜․進漸臺․無盡臺․文山․芝重山․松潭․石井 등을 읊조렸는데, 花溪․進漸臺․無盡臺․芝重山 등은 거듭 언급하면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였다.

게다가 자신의 공간을 설명하면서 유자의 글과 노장사상(老莊思想)의 ‘호수(濠水)’․‘상산사호(商山四皓)’등을 인용하며 자신의 유유자적함을 드러내었고, 특히 화계서당의 뒷산인 지중산(芝重山:강당산)은 한 고조의 부름을 거절하고 지초를 먹으며 상산(商山)에 은거한 상산사호를 자신과 비유하며 화곡에 은거하고 지내는 자신을 은근히 드러내었다.
화계서당의 암대(巖臺)의 물과 돌 그리고 주변의 봉우리는 모두 제목을 달고 각각 몇 마디 말로 생각을 기록하다.

화계서당(花溪書堂)은 화곡(花谷) 계곡 가에 있어 이름을 취하였다. 대개 초목은 꽃이 먼저 피고 나중에 열매를 맺는다. 물이 흘러 계곡을 따라 바다에 닿듯 학문에 비유하면 초학이 발원하는 곳이다.

암대(巖臺)는 8·9층으로 가장 아래의 대를 관수대(觀水臺)라 하는데, 물에 가까이 있어 볼만하다. 맹자가 “물을 바라보는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물결치는 지점을 바라보아야 한다.”라 하였으니, 이는 비록 작은 물일지라도 웅덩이를 채우고 나아가고, 샘의 물이 콸콸 솟아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다면 넓은 바다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이 또한 초학자가 스스로 힘써 노력해야할 경지이다.

가운데 층 하나의 대를 진점대(進漸㙜)라 하는데, 이곳에서부터 상대(上臺)에 점차 나아간다. 회암(晦菴) 주희(朱熹)선생이 “사물의 이치를 널리 궁리하고 점차 나아간다”라 하였으니, 배우는 자는 마땅히 이것을 살피고 일에 따라 몸소 궁구하고, 순서에 따라 노력하고 훌쩍 뛰어넘거나 조급하게 나아가서는 안 된다.

무진대(無盡臺)는 대의 위층으로, 암대는 이곳에 이르러 다한다. 그러나 그 위에 또 척구대(滌舊臺)가 있고 또 그 위에 산이 있다. 산 위에 또 하늘이 있으니, 그 나아가는 것 역시 과연 무궁무진하다. 이는 의리가 무궁하여 학문이 곳곳에 도달함을 말하니 또한 감히 스스로 만족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덕린대(德隣臺)는 무진대의 서쪽에 있고, 무진대와 서로 마주한다. 『논어』의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必有隣).”에서 뜻을 취하였다. 배우는 자가 이곳을 보고 서로 도와 학덕(學德)을 닦는다면, 선을 권하고 인을 돕는 방도에 대해 얻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승고대(升高臺)는 덕린대 아래에 있고, “높은 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낮은 곳부터 밟아야 한다(升高自卑).”에서 뜻을 취하였다. 그 의미는 더불어 점점 나아가는 것과 같으니 배우는 자가 이곳을 보고 일용사물(日用事物) 사이에 대해 반드시 감히 낮고 가까운 것을 싫어하고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배우는 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정이다.

척구대는 옛 서당의 기초로, 몇 년간 땅이 황폐하였으나, 지금 다행히 중건해 새롭게 하였다. 배우는 자가 진실로 자신의 잘못된 관습을 씻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나날이 새로워진다면, 아마도 서당을 지은 본래의 뜻을 져버림이 없을 것이다.

척구대 아래 계곡 반석(盤石)은 물이 넘쳐흐르다가 잠기면 물에 씻기고, 사람들도 이곳에서 관세(盥洗)하기 때문에 세암(洗巖)이라 부른다. 배우는 자가 이곳을 보고 얻음이 있다면 자신의 허물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또한 마음의 얽매임을 씻을 수 있다.

세암으로부터 3․40걸음 물이 순탄하게 흐르고, 계곡물 중간에 놀기 좋은 반석이 있는데 낙암(樂巖)이라 하며, “장주(莊周)와 얽힌 고사 가운데 호상에서 음악을 즐기다(濠上觀樂)”에서 뜻을 취하였다. 무릇 물고기가 물에 노니는 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고, 사람이 이곳에 노니는 것이 사람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노니는 사람이 떠나가면 새들 역시 즐거워하니, 만물은 모두 자득(自得)하는 의사가 있다. 배우는 자가 이곳에서 깊이 생각하고 자득한다면, 아주 활발한 기상을 또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중산(芝重山)은 서당의 주산(主山)이다. 옛날부터 부르던 이름이지만 그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옛사람이 “상산사호(商山四皓)는 지초(芝草)가 있어 한 고조를 경시하였다.”하였으니 지중(芝重)의 뜻을 여기서 취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 서당에 머무는 자는 진실로 난세(亂世)에 큰일을 행하고, 치조(治朝)에 봉황의 위엄을 갖추며 기리계(綺里季)와 녹리선생(甪里先生)가 수시로 종적을 감추고 드러낸 것처럼 한다면 상산의 꼭대기가 전보다 유독 아름다움을 독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월출봉(月出峯)은 서당의 동산(東山)이다. 「적벽부」에 “동산에 달이 솟아올라, 북두․견우 사이에 서성이네(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이 구절에서 뜻을 취하였다. 그러나 배우는 자가 이곳을 보고 그 밝은 덕을 밝히고, 가는 곳마다 밝아져 달이 하늘 가운데에서 빛나는 것과 같다면, 모든 일마다 물건마다 궁격(竆格)의 공부가 아님이 없을 것이다. 어찌 천주산(天柱山) 항아(姮娥)의 달구경처럼 한갓되이 마음과 눈을 즐겁게만 하겠는가.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16호입력 : 2019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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