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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연사(玉淵祠)를 찾은 경주부윤의 술회(述懷)
경주신문 기자 /  1384호입력 : 2019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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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욱 시민전문기자
경북고전번역연구원장 | 경주시 내남면 망성리 두릉동에 이르면 의병장 매헌(梅軒) 권사민(權士敏,1557~1634)선생을 모신 안동권씨 권지정(權至正) 좌윤공파 두동문중 소유의 옥연서당(玉淵書堂)이 나타난다. 1849년 옥연사로 세워졌다가 1868년 서원 철폐령에 따라 사당을 허물고 강당만 남은 것을 1960년에 중건해 현재의 서당으로 현판을 바꿔 걸었다.
매헌선생은 조부 권계중(權繼中)·부친 권덕린(權德麟)의 가학을 이었고, 모친상을 당해 3년간 시묘살이를 할 때 효성에 감동한 호랑이가 묘 앞에서 울었다는 전설이 전하고, 임진왜란이 일어나 나라가 어려울 때 의병장으로 충성을 다하였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제자와 문도 200명을 이끌고 안강 모전산전투에 참가해 큰 승리를 거뒀고, 이후 팔공산회맹·문경 당교회맹·영천성 탈환전투 그리고 망우당 곽재우장군과 경남 화왕산전투에서 왜장 가토 기요마사 부대를 막는 등 100여 전투에서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게다가 난이 평정된 후 선무원종공신(宣武原從功臣)에 녹훈되고, 언양현감에 제수되었으나, 나아가지 않는 등 명예와 이익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후에 1781년(정조5) 통정대부 승정원 좌승지에 추증되고, 1786년 2월에 후손 권학인(權學仁)이 상소를 거듭 올리고, 1841년 암행어사 별단과 관찰사 포장(褒獎)에 이어 1844년(헌종10) 효행을 기리는 정려비가 건립되었다.
정려가 행해진 이후 기유년(1849) 경주부윤을 맡은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1792~1871)는 경주부 남쪽 내남의 옥연사를 찾아 충정심과 문인으로서 존경심을 표하며 「옥연사강당기(玉淵祠講堂記)」를 지었다. 성주출신 응와선생은 부친 이형진(李亨鎭)과 모친 함양박씨 사이에서 태어나 조승수(趙承洙)·정종로(鄭宗魯)의 문인으로 1809년(순조9) 별시문과에 급제하였고, 류정문(柳鼎文)·류치명(柳致明) 등과 교유하며 정언·대사간·공조판서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하였다. 여러 번 관직을 파직당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경험하였는데, 1846년 평안남도 순천의 자산(慈山) 도호부사에 임명되지만, 병으로 파직을 당하고, 1849년 4월에 경주부윤에 임명되어 1850년 4월까지 경주부를 다스렸다. 비록 짧은 임기였지만 경주의 많은 유림들과 돈독한 유대를 쌓았고, 영남남인으로 회재선생을 흠모하였다. 당시 노론이 집권하면서 남인의 입지가 그리 좋지 못한 형편이라서 이후 성주로 낙향해서 1851년에 만귀정(晩歸亭)을 짓고 여생을 유유자적하며 살았다.
당시 경주부윤 응와선생이 내남의 옥연사를 찾아 매헌선생의 충정과 회재선생의 유학연원에 대해 읊조리며 경주학문의 우수함과 후학의 계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옥연사강당기(玉淵祠講堂記)
내가 부임한 월성의 남쪽 옥천동(玉川洞)에 매헌(梅軒) 권사민(權士敏,1557~1634)선생을 모신 옥연사(玉淵祠)가 있는데, 앞서 조정에서 충효(忠孝)를 표창하여 정려(旌閭)를 내렸다. 사당과 정려문 거리는 겨우 100보 정도로, 사당은 마침 내가 경주부윤으로 부임하는 초에 이뤄졌는데, 유림들과 관에서 도왔고, 예를 드리는 희생(犧牲)과 폐백(幣帛)은 법식이 있었다. 또 본손(本孫)의 요청으로 사당의 강당기(講堂記)를 적는다.
옛날에 학교를 세워[庠塾] 가르치고 배우는 일 가운데 그 지역의 선배를 향사지내는 것으로 모범을 삼지만, 한갓 은덕에 대해 보답하는 곳만은 아니다. 매헌공의 충과 효의 진실함에 이미 정려문을 세우고 제사까지 지냈으니, 반드시 우선적으로 이렇게 세워진 연유를 안 후에야 선생을 우러러볼 수 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아! 왜적이 침입해 물러가지 않자 단신의 몸으로 그들을 몰아내고, 야수(野獸) 호랑이보다 사납지는 않지만 한마디의 말로 그들을 막고 굴복하게 하였으니, 지극한 정성의 능함이 아니겠는가? 듣기에 공의 부친 귀봉(龜峯) 권덕린(權德麟,1529~1573)공께서 회재 이언적선생의 문인 가운데 뛰어난 제자로 칭송받았고, 가학을 이어받아 신하가 되어서는 적에 대한 분노의 의로움을 떨치었고, 자식이 되어서는 돌아가신 부모를 그리워하는 정성을 다하였으니, 모두가 학문의 공력이다.
훗날 이곳 강당에 오르고 사당에 배알하는 자가 있다면 한갓되이 엎드려 제사지내는 일로 선생에 대한 보답이 충분하다고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독서하여 이치에 밝아서 자식들이 선생의 가학을 거슬러 오르고, 문원공 회재선생의 가르침을 표명하였으니, 동도(東都)의 이름난 고을에 장차 반드시 선대의 업을 이어받아 일으키는 자 가운데 충효를 배우고 요구한다면 누군가는 거의 사문(斯文:유학)에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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