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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조선 스토리[19]-경주부윤의 선정비 비문을 판독하다!
경주신문 기자 /  1346호입력 : 2018년 06월 21일
 |  | | | ↑↑ 오상욱 시민전문기자 경북고전번역연구원 원장 | | ⓒ (주)경주신문사 |
경주시 중부동 집경전지(集慶殿址) 주변 정비사업 중 경주부윤 선정비(善政碑)가 쪼개진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비문에는 ‘부윤 여상공 애민선정비(府尹 呂相公 愛民善政碑)’라 쓰여있다. 비문의 내용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公諱必容 字休卿 公曾王考祐吉 舊尹玆有淸德碑 癸未夏 公下車 移竪其碑而閣之 號其閣曰白玉 公爲政一 以便民爲務思 不墜家聲 乙酉秋 秩滿歸 州之民 僉謨立石 以□去後思云爾
공의 이름은 여필용, 자는 휴경(休卿)이다. 공의 증조고 여우길께서 옛적 이곳 경주부윤으로 계시면서 청덕비(淸德碑)가 있었는데, 계미년(1703) 여름 공께서 부임해 와 그 비석을 옮겨 세우고 비각을 설치하고, ‘백옥각(白玉閣)’이라 하였다. 공은 정치가 한결같았고, 백성의 편리를 도모하는 것에 늘 힘썼으며, 가문의 명성을 실추시키지 않았다. 을유년(1705) 가을, 임기가 끝나 돌아가는데, 고을의 백성들 모두가 비석 세우는 일을 계획하고, 떠나간 뒤의 사모함이 없겠는가라 하였다.
銘曰 一意於民 連世芳名 無忝于祖 片石千古
비명에 이르길 “한결같이 백성을 향한 생각, 대를 이어 명성을 떨치었네. 선조에게 누가 되지 않으니, 돌조각이여 영원하리라.”
康熙四十五年三月日 立
강희 45년(1706) 3월에 세우다.
*□은 훼손된 글자로 문맥상 ‘無’로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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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부윤 선정비(善政碑)가 쪼개져 발견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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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의 주인공은 경주부윤을 역임한 함양(咸陽)여씨 여필용(呂必容,1655~1729)으로, 숙종 9년(1683) 증광시(增廣試)에 합격해 요직을 두루 섭렵하였고, 1703년 6월부터 1705년 8월까지 경주부를 다스렸다. 80여년 앞서 증조부 여우길(呂祐吉,1567~1632) 역시 1623년 5월부터 1623년 8월까지 경주부를 다스렸다. 증조부 여우길은 탁월한 외교가로서 임진왜란 이후의 처리를 담당하였고, 지방관으로서도 선정을 베풀었으며, 특히 1623년 경주부윤 재임 당시 지역유림 진사 최동언 등과 공조해 서악서원 사액을 받는 등 유림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인물로 평가되지만, 아쉽게도 실록에는 1622년 이후부터 사후까지 관직의 기록이 없다. 가계를 살펴보면, 여우길(증조부)-여이량(呂爾亮,조부)-여규제(呂奎齊,부친)-여필용(呂必容) 모두가 노론계 인사다.
비문에 의하면, 여우길의 청덕비(청렴하고 고결한 덕행을 기리어 세운 비)가 경주부 어딘가에 세워진 것을 다시 증손자인 여필용이 부윤으로 오면서 비석을 옮겨 세우고 백옥각 비각을 세운 것으로 확인된다. 1932년 편찬된 『경주읍지』에도 여우길의 선정비가 있었다고 전하지만, 소재를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에 해당 비석의 발견은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본 선정비는 여필용이 임기를 마치고 떠난 다음 해인 1706년 3월에 세워진 것으로, 이때 노론계 계주(桂洲) 허윤(許玧,1705.09~1706.06)이 고을을 다스리던 시절이다.
선정비는 말 그대로 선정을 베푼 관리를 위해 세운 비석으로, 조선시대 경주를 다녀간 부윤만 339명으로 많지만, 1/10 정도의 선정비만 남아있는 상황에 존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며, 비석의 허리가 2조각으로 부서지고, 글자가 훼손된 여필용의 선정비 역시 그 상황이 궁금하다. 여필용 이후 1718년 노론계 이정익 부임 후에 1721년 이사상·1722년 권세항·1723년 정해 등 소론·남인들이 잠시 정권을 잡았고, 또다시 1724년 류만중·1725년 조명봉·1726년 조문명 등 노론계가 다시 경주부윤을 맡는다. 당시 1721년(경종1)부터 1722년에 걸쳐 신임사화(辛壬士禍)가 발발하는데, 경종과 장희빈에 얽힌 왕위계승문제를 둘러싼 노론과 소론 사이의 당파싸움에서 소론이 노론을 역모(逆謀)로 몰아 소론이 일시적으로 권세를 잡으면서 그 여파가 지방관리 인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후 또다시 노론으로 정권이 바뀌고 40여년이 흐른 후 1773년 윤득우·1774년 윤득의 등 소론이 다시 부윤으로 오는 등 지방관의 행보가 중앙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러한 부윤의 교체로 지역의 인심과 유림의 공조가 입장을 달리하면서 향전(鄕戰)이 끊이지 않았으니, 짐작건대 정권의 교체와 관련해서 해당 비각과 비석이 훼손되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다. 특히 경주부는 신임옥사(1721~1722)와 계림사화(1725)를 겪으면서 유림 간 향전이 발생해 노론계 인산서원의 훼철과 심지어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하였다.
경주부윤 선정비에 관한 글로 [조철제 역·오세윤 사진,「돌에 새긴 백성의 마음」,『경주학연구원』, 2010.]에 자세히 기록되었으나, 본 선정비는 빠져있으며, 해당자료를 바탕으로 경주부윤과 유림의 관계 그리고 금석학의 비밀을 풀 열쇠가 있기에, 추후 심도 있는 연구가 지속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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