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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철길 건널목 가로지르는 기차의 덜컹거림을 오래 바라봅니다
경주신문 기자 /  1346호입력 : 2018년 06월 21일
 |  | | | ↑↑ 김호연 화백 | | ⓒ (주)경주신문사 |
건천읍 율동(두대리). 이 마을 서쪽에는 ‘두대리 마애석불입상(보물 제122호)’을 비롯해 인근에 유적들이 많으며 전해 내려오는 설화 등도 적지 않아 고풍스러운 정취가 느껴지는 점잖은 마을입니다.
마을 초입을 조금 지나칠라치면 한 눈에도 정겨운 기차 건널목이 있습니다. 아직도 여러 지역에서 이런 철도건널목을 볼 수 있지만 율동에서 만나는 건널목은 유난히 시선을 끕니다. 건널목의 두 개 차단봉은 기차가 지나가며 내는 강력한 진동과 굉음으로부터 잠시 우리의 안전을 담보해 주었습니다. 기차가 지나갈 때까지 혹은 기차가 들어올 때, 유난히 명도가 선명한 차단봉의 다소 어눌한듯한 움직임이 참 좋았습니다. 딸랑딸랑 신호음을 내며, 내려지고 걷히던 가느다란 차단봉과 ‘정지’라는 두 글자로부터 우리는 보호받았던 것이죠.
기차가 강력한 문명의 힘을 상징하던 시절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본질적인 ‘기차’라는 문명은 이제 향수로만 남을 상황입니다. 이 기차 건널목의 모체인 율동역은 역이 위치한 지명을 토대로 지은 이름으로 이 지역에 밤나무가 많았다고해서 ‘율동’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이 역은 금장역이 관리역이며, 모량역과 서경주역 사이에 있습니다. 특히 율동역은 경주 관내의 11개 간이역 중에서 신호장으로 분류됩니다. 신호장의 역할은 여객의 승차가 이뤄지지 않고 화물취급도 이뤄지지 않은 역으로써 열차의 교행 또는 대피의 기능을 하는 역이라고 합니다.
경주에서 신호장은 율동역과 동방역 2군데입니다. 율동역은 1918년 11월 1일 개업해 1939년 표준궤개량으로 이설 및 역명이 변경(서악역에서 율동역으로)되었습니다. 1944년 폐역되었고 1967년 을종승차권 대매소로 지정됐는데요, 이후 1974년 다시 폐역 되고 1976년 역사를 신축하고 1977년 신호장으로써 다시 영업개시를 했으며 2005년 4월 여객열차는 정차하지 않고 무인신호장으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율동역도 2020년경 동해남부선 복선공사가 완료되면 경주의 다른 역들과 마찬가지로 신경주역과 통합될 것이고 이 철로 역시 사라지겠죠. 이 마을 철길 건널목을 가로지르는 기차의 덜컹거림을 오래 바라봅니다.
김호연 화백님이 화사하게 표현하신 것처럼 아직도 기차의 체온이 느껴지듯 건널목은 따뜻합니다. 이 건널목의 철길 역시,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기찻길이었습니다. 이제 이 철길도 머지않아 철거되고 사라지는 길이 되겠지요.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은 그 역할과 함께 이야기도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추억 속 흑백필름처럼 아련한 기차가 지나는 풍경과 함께 말이죠.
그림=김호연 화백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
경주신문 기자 / 1346호 입력 : 2018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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