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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에 닿으면… 시원(始原)의 신비 간직한 양남면 해안길

경주의 바다로 떠나라, 그 넉넉한 품에 ‘와락’ 안겨 보라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51호입력 : 2020년 08월 12일
↑↑ 관성 해안.

경주 도심의 유적지를 둘러보고는 경주를 다 보았다고 하는 이들이 흔하다. 그들은 경주의 바다를 모르는 이들이다. 한 번 찾으면 다시 가지 않을 수 없는 바다. 수 천년의 비경을 감춘 채 지금까지 말없이 경주를 구성하며 어루만지고 있는 바다...,

그 천혜의 동해바다가 지척에 있다. 경주 시내서 40분만 달리면 동해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것. 특히 감포에서 양남면으로 이어지는 바다 100리 길에 위치한 해변은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아기자기한 해안의 풍경들은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처연하다. 해안선을 따라가면 어느 곳 하나 절경 아닌 곳이 없고 날씨에 따라 다양한 질감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위력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몫으로,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해 뜻밖의 눈호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몰아치는대로, 짙푸른 하늘과 고요한 파도의 파문은 또한 그대로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양남면 바닷가다. 특히 관성바닷가 해안선의 유려함은 눈물을 쏙 빼놓을만큼 아름답다. 하물며 아직 알려지지도 않아 그 절경이 감춰져있어 더욱 보배롭고 귀하다. 또 양남 주상절리의 그림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하서해안공원과 솔숲과 모래밭, 자갈이 공존하는 관성 해변,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경주 바다의 백미다.

지난 10일은 태풍 ‘장미’가 상륙하던 날이었다. 짙은 해무는 해안에 서 있는 바위를 휘휘 감쌌고 격랑은 바위에 세차게 부딪히곤 흩어지길 반복했다. 관광객들은 잠시 바다를 떠났지만 얼굴엔 시원스런 웃음이 가득했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양남면 해변의 관성리 해안선 절경과 수렴항의 군함바위 일대, 솔밭이 해안선을 끼고 있는 하서리, 읍천항까지 온몸으로 비바람을 즐기며 스케치 해보았다. 경주의 여름 바다, 그곳은 아직 시원(始原)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었다. 해 저물면 하나 둘씩 따스한 감귤색 불빛이 켜지기 시작할테고...,

↑↑ 성 해안 사자를 닮은 바위.

-경주 동해안 최남단, 울산과 경계 이루는 관성 해안... 숨은 절경과 자태 꼭꼭 숨기고 있어

시원하게 트인 바다가 와락 안긴다. 바로 울산과 경계를 이루는 지경(地境), 바로 경주의 관문인 관성(觀星)리다. 관성리는 옛날 시계가 없을 때 별을 보고 시간을 측정하는 첨성대 같은 것이 있었다하여 관성이라 불려졌다고 한다. 예전부터 사람들이 몰린 관성 해수욕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관성솔밭해변은 울산과 인접한 곳에 자리한 해변으로 송림과 해안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검푸른 바위들이 해안선을 따라 자연스레 흩어져 있는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수줍은 듯 맨 얼굴을 내민다.

 관성 바닷가 갈매기들은 세찬 비바람에 지친 탓인지, 거친 바람의 공기 저항 때문인지 쉬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태고적의 크고 작은 바위들을 완전히 가릴만큼 짙은 해무는 장관을 연출했다. 격랑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파도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가운데 한 쌍의 연인들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이 관성 해안은 해안선이 유려하다. 그럼에도 경주시민들에게 숨은 절경과 자태를 꼭꼭 숨기고 있다. 이곳 해변가에는 두 곳의 펜션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장맛비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해변의 풍경을 즐기는 이들로 북적였다.

↑↑ 수렴항 군함바위.

-수렴항, 일명 ‘군함바위’ 유명... “갈치, 광어, 낙지, 문어가 엄청났어. 이곳 사람들은 고기 잡아 배 채웠어”

관성에 이어지는 곳에 수려한 풍광의 수렴항이 있다. ‘수렴(水念)’은 임진왜란 때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수병의 병영을 가졌던 곳이라 수영포리라 했는데 1914년에 행정리명을 수렴리라 했다고 한다.
겨우 서 너 사람이 탈 정도의 작은 배들이 항구에 정박해있는 수렴항 풍경은 작아서 더욱 정겹다. 섬 같은 검은 바위들은 항구를 에워싸고 파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었다. 횟집이 즐비한 수렴항 인근에는 바로 군함바위가 눈에 띤다. 항구 맞은편 방파제 위로 올라가본다. 거기, 군함바위라 불리는 바위들은 소나무를 머리에 이고 군락을 이룬다. 군함바위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바위들로 군함처럼 바위가 형성되어있다고 해서 군함바위라고 불린단다. 수렴항은 관성해변과 연접해 있으며 경치가 빼어나고 특히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몰려드는 곳이다.

지난해, 수렴항 일대 개발사업을 추진해 해양관광객을 늘리는 사업이 추진됐다. 해양레저 및 수산특수사업에 어항 기반시설과 문화체험시설 등을 건설해 수렴항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수렴항 어촌뉴딜 300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 읍천항 해안선.


8대조부터 이곳 수렴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김한호(75) 어르신과 이웃인 김형일(79) 어르신이 항구 입구 정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은 수렴 포구예요. 울산 등 이 인근서는 어업이 가장 활성된 곳이었어요. 제일이었지요. 지독한 보리고개 시절에 울산의 온산 사람들이 이곳 수렴에 많이 와서 살았어요. 어종이 매우 풍부했는데 갈치, 광어, 낙지, 문어 등 엄청났어. 이곳 사람들은 생선을 쌀로 바꿔 연명할 정도였어. 고기 잡아 배 채우던 시절이었지. 일제강점기 일인들이 멸치 저장을 ‘축간(항구)’에 하곤 했다는데, 어릴적 고디 잡으려고 항구 바다에 잠수를 하다보면 수족관 같은 어항으로 보이는 시멘트 장치가 있었어요. 아직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요. 예전엔 적산가옥도 있었어요. 지금의 용명횟집, 수궁횟집 자리에 그런 가옥들이 있었어요”

“이 동네는 경주 김씨가 많이 살아요. 농사도 짓고 고기도 잡고 살았어요. 우리도 횟집을 30년간 운영해 애들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고 했어요. 아직도 우린 고기 잡아요. 저기 우리 배도 있어. ‘한진호’, ‘흥일호’가 우리 배요. 놀기 삼아 바다 나가서 장어도 잡고 잘개이(성대), 가자미 등을 잡아요. 재수 좋으면 20~30만원 벌지. 하하”

1983년 월성해안 침투 공비 격멸을 기념하는 전적비가 수렴2리 해안가에 세워져있다. 40여 년 전의 이곳을 상상하니 격세지감이었다.

-하서리 솔숲엔 200년 넘는 해송이 숲 이루고 있어 휴식처로 각광
수렴항에 이어 길은 다시 하서리에 이른다. 하서리 솔밭이 나타나고 솔밭을 마주한 곳에는 하서해안공원이 해안선을 따라 조성돼있었는데 조형물들과 작은 정자 사이로 6.25 참전 및 월남전 참전 용사의 충정어린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선양비가 서 있다. 솔밭에는 야영장이 마련돼 있고 피서객들이 머물고 있었다. 올망졸망 바위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하서 1리는 전통시장이 열리는 ‘장터마을’이라고도 한다. 하서 1리와 하서 3리 경계지점 해변에 ‘하서해안공원’이 조성돼 있으며 주위에는 이 지역의 명소인 하서 솔밭이 있다. 이 솔숲에는 200년이 넘는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있어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과 하서 송림공원을 연결하는 산책로가 건설되면서 풍부한 먹거리와 해안선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주상절리 <제공=오세윤 사진작가>.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 잇는 1.7km ‘파도소리길’...길의 하이라이트 부채꼴 주상절리

수렴항에서 다시 이어지는 주상절리군. 양남 주상절리를 곁에 두고 거닐 수 있도록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1.7km ‘파도소리길’은 주상절리를 파도소리와 함께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해안 트레킹 코스다. 복잡한 일상사를 잠시 내려놓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길은 부채꼴 주상절리(천연기념물 제536호)를 만날 수 있는 해파랑길 경주 구간 중 백미다. 길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부채꼴 주상절리는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허연 포말이 잘게 검은 바위를 어루만지고는 사라진다. 이 검은 갯바위는 2012년 천연기념물(536호)로 지정되고 2017년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주상절리군이다. 오랫동안 해안초소가 자리 잡고 있어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던 지역인데, 군부대가 철수하면서 철조망을 걷어내고 2011년 일반에 개방됐다. 주상절리 주변에는 이곳의 유명세와 궤를 함께하듯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 펜션들이 에워싸고 있다. 주상절리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들어선 이들은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2017년엔 주상절리의 신비로운 모습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4층 규모의 조망 타워가 우뚝 섰다. 경주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한 조망타워에서는 주상절리와 함께 동해안 해양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 타워에서 바라보는 경관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 주상절리 타워.

파도소리길을 들른다면 읍천항 벽화마을을 지나칠 수 없다. 길은 다시 읍천항으로 이어진다. 읍천항은 파도소리길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다. 읍천항 마을에선 집집마다 담벼락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읍천항의 담벼락은 여전히 고달프고 아름다웠다.

거친 바다는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그것은 투박한 위로일수도 있고 일상으로부터의 일탈과 해방감을 맛보게도 한다. 경주의 바다로 떠나 보라. 위대한 자연이 내주는 넉넉한 품에 ‘와락’ 안겨 보기를...,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51호입력 : 2020년 0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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