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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목공인...남성 일변도 목공일에 꽃 피우고 감성 더해 승부한다

당당하고 다부지다… 그녀들의 목공 이야기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49호입력 : 2020년 07월 22일
경주에서 여성 목공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목공방은 세 곳이다. 대개의 목공방은 남성의 전유물이다. 남성 일변도의 목공일에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감성을 더해 승부하는 열혈 여성 목공수들을 만났다.
그 중 두 곳(‘우드 인 스토리’, ‘이쁜 가구 즐거운 공방(이가즐공))을 찾아 그녀들이 전하는 목공일과 경주 정착기,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나무를 통해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며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있는 강라희 대표.

-‘우드 인 스토리(wood in story)’-“아침마다 일을 시작하면서 설레요”

“이곳의 모든 가구나 인테리어 장식품은 전부 제가 만든 겁니다”
봄이면 겹벚꽃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불국사 인근 진현동에는 수 년 전부터 작고 예쁜 카페들과 밥집, 체험형 공방, 서점, 갤러리형 카페 등이 하나씩 생기고 있다. 그 흐름에 액센트를 찍고 있는 목공방이 하나 더 가세했다. 바로 강라희(46) 대표가 운영하는 ‘우드 인 스토리(wood in story)’가 그것이다. 2층의 아담한 한옥 유스텔을 리모델링해 목공체험, 원목가구 주문제작을 주로 하면서 2층엔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한다. 이 한옥 공방엔 시종 눈웃음이 예쁜 주인장이 처음 이곳을 찾는 이들도 편안하게 반겨준다.

목재가루가 온몸을 뒤덮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당찬 강 대표는 인터뷰 당일에도 톱밥을 얼굴 가득 묻히고도 툭툭 털어내며 자신의 일과 행복한 일상에 대해 유쾌하게 전한다. 그녀의 천진스러운 기운과 기분 좋은 에너지는 금새 우리에게 전가되었고.

↑↑ 우드 인 스토리 전경.

“그간 직장생활과 일을 치열하게 하면서 쉼 없이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제 자신을 혹사시키며 경쟁 일변도였던 자신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요. 자연을 좋아하는 내 안에 있는 나를 위로하는 공간이자 또 그런 공간이 필요한 이들과 공유하기를 원했죠.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것은 목공일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됐습니다. 다시말해, 하나씩 목공기술을 배워 인테리어 일체를 제가 원하는 공간에 채워 넣기 위해 목공일에 도전한 거죠(웃음). 그래야 만족도가 높아질 것 같았거든요. 돈을 벌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기술만 익혀도 돈을 버는 것이라 생각했고 조급하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2012년 그녀는 울산서 원래 목공소였던 자리를 얻어 먼저 작은 개인 작업실을 만들었고 그 작업들을 지켜 본 사람들은 주문하기 시작해 이 사업의 미약한 시작이 됐다고 한다. 운 좋게도 원래의 목공소 주인에게서 목공일을 배웠고 이는 기술의 축적으로 이어졌다. 여자 감성 특유의 생활가구를 주로 제작했는데 주문량이 한 두 달 밀려질 정도로 주문 요청이 쏟아졌다. 소품을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12자 장롱부터 생활가구 제작은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가구 선택권이 있는 여성을 상대로, 여성들이 상상하던 감성으로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하고 제작하다보니 불티가 났다고 한다.

 “여자가 해서 오히려 더 유리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소품보다는 침대, 장롱, 장식장, 책상, 장식장 등 생황가구를 주로 제작했어요. 당시 직원을 네 명이나 두고 일할 정도였죠”

많은 수입이 들어왔으나 강 대표는 뜻하지 않게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었고 다시 그녀의 계획은 차질을 빚는다.

“경주는 숨어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무궁무진해서 늘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되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에 감동하는 도시죠. 특히 진현동은 너무 아름다워요. 격조 있는 동네죠. 그런데도 원래 유스텔이었던 한옥건물이 계속 임대가 되지 않고 있었고 힘들었던 저는 상대적으로 너무 저렴한 임대료여서 바로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강 대표가 경주에서 재기한 이유다.

“정말 빈털터리여서 공사장 가서 폐목을 한 차 가득 싣고 와서 일일이 못을 빼고 재단하고 매만져서 문도 만들고 바닥재로도 활용했어요” 지금의 목공방으로 안정된 모습이 있기까지 그녀의 손길과 땀이 배지 않은 곳은 없을 정도였다. 이 건물 전체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장식은 모두 그녀가 했다.

↑↑ 우드 인 스토리 강라희 대표.

-“나무는 자연이고 이미 최고의 작품입니다.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합니다”

“나무를 다듬어 생활에 필요한 가구로 만드는 과정이잖아요. 최대한 나무의 본질을 존중하고 나무의 품성을 잃지 않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합니다. 필요한 가구는 뭐든지 저와 함께 만들면 돼요. 일반적인 과정은 거치지 않아도 돼요. 아까운 목재를 필요없는 과정에 소모하는 일 없이 그 과정에 초중고급 과정을 자연스레 녹여 작업을 함께 진행합니다. 쓸데없는 과정의 소비나 목재의 낭비를 없애는 거죠. 핸드메이드는 기성품과 달리 상처가 나도 더 이뻐져요. 더욱 멋스러워진다고 할까요? 대를 이어 물려 쓰는 가구로 사용됐으면 좋겠어요”

이 공방에서는 수강생을 위한 클래스를 운영한다. 목공 체험을 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one day class)’는 여행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보조의자나 도마 등을 수 만원에 만들 수 있으니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저더러 무늬만 여자래요. 하하. 천직인가 봐요. 자연을 이해하는데서 목공일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힘든 과정은 없어요. 다 재밌어요. 아침마다 일을 시작하면서 설레요. 굳이 말한다면 배송이 힘들긴 하지만 수요자가 만족하면 최고의 기쁨이죠. 그때 재충전 한답니다. 앞으로도 이곳 진현동에서 이 아름다운 동네와 공간을 알리는데 동참하고 보탬이 되고 싶어요”

자연주의적인 삶을 소망하며 원하는 목표를 향한 과도기를 슬기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녀는 지금도 이미 나무를 통해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며 자신의 꿈에 한발 짝 더 다가가고 있었다.

↑↑ 목공일은 주문자의 공감을 얻어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하는 서미경 대표.

-이·가·즐·공, ‘이쁜 가구 즐거운 공방’- 16년째 한 곳에서 베테랑 여성 목공인이 운영

동천동 도심 한복판서 나무 향을 내뿜고 있는 이·가·즐·공, ‘이쁜 가구 즐거운 공방’의 서미경(45) 대표는 이곳서 16년째 목공방을 운영해 온 베테랑 여성 목공인이다.

“제 공방의 기본 모토는 생활 가구입니다. 생활 구석구석에 필요한 가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서 대표의 얼굴엔 여유가 넘친다.
“혼자 힘으로 차릴만한 곳이 경주였고 이곳에서 16년째입니다”

이가즐공은 여성 혼자 꾸리는 목공방 치고는 꽤나 규모가 큰 작업장이다. 독립적인 이미지의 서 대표 체취가 공방 곳곳서 묻어난다. 이곳에선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며 자연 그대로의 원목 향기와 무늬결을 느낄수 있는 핸드메이드 가구를 만드는 곳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원목 가구 주문 제작을 주로 하며 D.I.Y( do-it-yourself) 회원도 모집한다.

↑↑ 이가즐공 내부.

-“작은 작업보다는 현장에 나가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배우는 경우도 많아요”

서 대표는 부산 출생으로 경주에 정착하기 전, 서울서 생활하면서 컴퓨터 관련 전공을 하고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목공일은 주문을 조절할 수 있는, 즉 다소 탄력적으로 일을 조율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행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서 대표가 목공일을 선택한 이유다. 16년 전 서 대표가 서른 즈음엔 D.I.Y 라는 기능과 개념 자체가 거의 생소할 때였다. 공방도 흔치 않았다.

“친구 따라 안동의 목공방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목공일 하는 부부의 삶이 멋져보였어요. 배우고 싶었으나 주위에선 ‘여성’이고 ‘혼자’라는 이유로 현실적으로는 힘들 거라 만류했었죠” 그러나 서 대표는 안동에서 전격적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곳 동천동에 정착한다.

“목공 작업 자체의 속도와 경주의 여유로움이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좀 여유로운 공간에서 일하면 제 삶도 다소 느긋하게 닮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당시는 기계라야 재단하는 기계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4~5년이 지나자 D.I.Y 개념이 다소 보급되기 시작해 일하기 훨씬 수월해졌죠. 또 각기 조금씩 스타일이 다른 여러 공방들도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공생하게 됐구요. 개업한 당시는 나무 받아 재단 기계 하나 달랑 가지고 어떻게 일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보다는 많이 열악했어요. 기계 하나 사더라도 일일이 대도시를 다녀왔고요. 일을 할 때도 요령이 없다보니 목재를 혼자 자를 수도 없었지만 목재의 적재나 일할 수 있는 환경에 맞춰서 진행하다보니 점차 요령이 생기게 되었죠”

“목공일은 작업자 혼자만의 만족이 아니라 공감을 얻어 주문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문자의 요구에 따른 표현과 기술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목공일은 그런 과정의 순환이죠”

“소재의 다양성과 함께 이전과는 패턴이 달라졌어요. 요즘은 공간을 맞춤 가구로 채워 넣기를 바라고 그 중에서도 원목의 재질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집을 지을 때부터 가구나 수납용도에 따른 작업들을 진행하는데 인테리어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원목을 많이 추천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그들과 같이 그 집에 적절한 가구컨설팅을 해드리고 있어요”

“작업 초기엔 소비자보다는 제가 전문가니까 제 생각을 밀고 나갔다면, 지금은 오히려 제가 상상하고 경험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소비자에게 배우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좋은 예는 다음 경우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수요자의 취향이나 집의 분위기, 집의 자재 등을 잘 파악해서 섬세하게 조언하고 적용시켜야 해요”

서 대표는 이 일에는 이골이 났지만 주문자의 반응이 아직도 궁금하고 걱정된다고 한다. 가구 일체를 제작한 경우가 기억에 유독 남아있는데 책장, 침대, 옷장, 의자 등 모든 가구를 편백으로 작업해서 트럭 세대에 실어 부산까지 배달했던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나무의 수급서부터 필요한 양과 원하는 판재를 구해 가공하고, 만들고, 조립할 때까지 꼬박 두 달 여 걸렸는데 모든 과정을 서 대표가 결정해서 진행했기 때문에 힘들었던 작업이었다고 한다.

“귀찮을 정도로 수요자에게 물어보고 세세한 질문을 하고 체크해주는 과정을 오히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여성 목공인의 장점일까요?(웃음)”

“예전에는 화려하고 포인트가 되는 가구를 원했다면 요즘은 다소 평범하고 편안한 가구를 원하는 경향입니다. 가구를 적게 두는 대신, 하나를 들여도 비용을 치르더라도 원하는 재질과 모양의 가구를 요구하는 추세죠”

이가즐공에서도 회원으로 등록하면 작업장을 같이 쓰고 원하는 가구는 일대일 수업을 통해 만들 수 있다. 공구를 사용하다보니 차근차근 초보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작업부터 권한다.

“지금까지는 고객이 원하는 작업에 치중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원하는 가구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팔기 위한 가구가 아닌 제가 만족한 가구를 만들어 그것이 구입으로 연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49호입력 : 2020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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