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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몰랐던 우리의 보물 ‘책거리’… 그 놀라운 예술세계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를 아시나요? “k-아트의 대표 주자로 세계화 할 것”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47호입력 : 2020년 07월 09일
↑↑ 이택균의 책거리 개인소장.

조선시대에도 책에 관한 놀라운 예술이 있었다. 그것은 정물화였는데 바로 ‘책거리’였다. 서양의 정물화처럼 일상적인 물건이나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책으로 특화된 조선의 정물화였다. 세계 각국의 정물화 가운데 명칭에 ‘책’이란 키워드가 들어있는 것은 세계 유래가 없는 조선의 책거리가 유일하다. 조선에서는 네덜란드 정물화보다 한 세기 늦은 18세기 후반에 정물화가 성행했다. 20세기 전반까지 200년 남짓 왕부터 백성들까지 폭넓게 다양한 계충에서 책거리를 향유했다. 그런데 한국전통화를 이야기 할 때 정물화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이 책거리라는 정물화가 조선시대에 있었다는 것을 정작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우리의 민화 중 책거리에 열광하는 오늘의 서양인들을 두고 얼핏, 인상파 시대 재패니즘(Japan-ism)에 열광했던 우키요에(Ukiyoe, 浮世繪)의 붐에 견줄만하다고 한다. 최근 신간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를 발간해 다시 한 번 ‘책거리’라는 민화의 가치를 환기시키고 있는 정병모 교수(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를 만났다.

정 교수는 한국 전통문화 중 세계화 가능성이 가장 큰 장르가 민화라는 믿음으로 20여 년간 국내외 박물관과 개인 컬렉션 등을 찾아다니며 민화를 발굴하고 연구해왔다. 국내외 여러 민화 전시회를 기획하고 민화 국제 세미나를 자문하는가하면, 한국민화학회와 한국민화센터를 창립한 이다. 민화 명품도록 ‘한국의 채색화’를 기획했으며 ‘민화는 민화다’, ‘한국의 풍속화’,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힘쓰고 있다. 경주대학교 초빙교수이자 문화재청, 경상북도 문화재전문위원 등을 지낸 정병모 교수. 정 교수가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은 민화 책거리의 ‘세계화’였다.

↑↑ JTBC ‘차이나는 클래스’에서의 강의.

-신간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세계미술사 한 페이지 장식할 것

JTBC 차이나는 클래스, MBC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스타 강사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한 정 교수는 책으로 특화된 조선의 정물화로서 책거리를 K-아트의 선두로 나선 조선의 회화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최근 정 교수는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다할미디어/300쪽)’를 펴냈다. 우리만 모르는 우리의 보물인 한국의 정물화 ‘책거리’가 세계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민화를 세계로’라는 프로젝트로 이 책을 집필했다.

한국의 구성적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보여준 회화, 왕과 백성이 함께 즐겼던 조선의 회화, 현대적 미감이 돋보이는 회화였던 책거리에 대한 흥미로운 발견과 정보로 꽉 차 있다. 무엇보다 책거리가 그 시대가 탄생시킨 산물임을, 또 시대의 유행 색상까지 소화한 그림이었음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또 젠더적 표현과 우주적인 상상력, 현대적인 표현 기법을 지닌 책거리 특유의 모더니티를 해부한다. 궁중 책가도에 등장한 서양화법이 민화에서는 거꾸로 평면화된 점, 가부장 사회에 항의하듯 반짇고리, 은장도, 비단신 등 여성의 물건만 배치한 책가도의 등장 등 책을 관통하는 문화사적 해석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 2016년 뉴욕에서 열린 책거리 전시회 포스터

-책거리... 한국미술의 다크호스, 우리만 몰랐던 우리의 보물

“책거리는 단순한 조선시대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릴만한 한국의 문화유산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 존재를 몰랐거나 과소평가했지만 최근에는 여러 전시회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책거리에는 우리의 문화유산으로는 드물게 세계를 향한 열린 사고가 담겨 있고 놀라운 구조적인 짜임과 현대적인 조형 등 예술적 성취가 빛나고 있습니다”

“‘조선의 정물화를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판단에 우리나라에서도 책거리 붐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2년 책거리 특별전 ‘조선 선비의 서재에서 현대인의 서재로’를 계기로 책거리를 국내외에 알릴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어서 2016년 ‘조선 궁중화· 민화 걸작-문자도· 책거리’전을 열었고 전시회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이 전시회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고 2016년 9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책거리: 한국 병풍에 나타난 소유의 권력과 즐거움’이라는 제목으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클리블랜드미술관 등 세 군데서 미국 순회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회에서 40여 개 세계박물관 큐레이터들이 참여한 워크숍을 여는가하면, 여러 각국의 미술사학자들과 함께 책거리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로써 책거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공헌했다고 봅니다. 책거리에 대한 관심이 폭증되는 시간이었지요. 이 전시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책거리 붐이 일어날 정도였어요. 뉴질랜드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책거리를 구입하겠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는데 문화재청에서 구입을 허락한 첫 사례가 됐어요” “전시 끝 무렵, 한국회화인 민화 책거리와 세잔의 정물화를 나란히 걸면서 ‘조선의 정물화’라 명명하는 것을 보며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일련의 이런 일들은 책거리 전시 이후에 거둔 성과들이었다. 이로써 책거리가 한국미술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것이다.  초미의 관심을 가지게 된 외국에선, 전시 이후에도 책거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지속적인 연구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 책거리 미국 전시회에서 박물관 큐레이터들에게 설명하는 정 교수.

-그렇다면 왜 ‘책거리’인가?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한국적 감성이 뛰어난 민화

“제가 처음 민화에 전념하겠다 했더니 지도교수도 말렸었죠. 지금와서는 너무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풍속화 전공이었던 제가 2000년 ‘한국의 풍속화’라는 책을 낸 뒤 해외 답사시 한결같이 ‘민화가 가장 한국적이다’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한국적 감성이 뛰어난 민화에 매진하게 되었죠. 그 이후 민화를 세계화 하는 과정에서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아이템으로 정한 것이 바로 책거리였습니다. 우리 민화의 세계화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하는 것은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소재의 발굴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책이었고 서재문화는 어느 나라든 모두 좋아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책거리에 열광했던 것은 외국에 소개했던 기존의 한국회화와는 너무나 판이했던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매우 화려하고 동양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들로 가득한 화면과 구성과 색채가 매우 현대적이라는 평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재에 용이 날아다니는 것은 환타지적 요소요, 새와 거북이, 기린, 사슴, 호랑이가 등장하는가하면 서재에 연못을 배치하는 등의 장치는 책거리에서 서양의 유명회화를 느끼게 하는 구성이었죠. 즉 모더니티(Modernity)를 느끼게 하는 현대적 요소들을 지닌 그림들도 많았던 것이죠”

민화 책거리의 가장 큰 장점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데 있다. 전통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현대인의 취향을 거스르지 않는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구현한 파격의 미가 민화 책거리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 미국 빌보드 잡지에 실린 방탄소년단의 사진 배경은 민화 모란도병.

-k-아트의 대표 주자, ‘방탄소년단’도 홍보영상에서 민화 배경으로 사용// 민화 전체로 어필하기는 어려워, 정예군으로서 책거리 집중 공략

지난해 정 교수는 새로운 책거리 전을 시도해 선보였다. 바로 현대의 작가들이 그리는 책거리 전을 열었던 것인데 ‘2019년 책거리 투데이’라는 전시였다. 이 전시 역시 대성황을 이뤘고 이 흐름은 올해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국립중앙도서관 초대전, 프랑스 낭트 ‘한국의 봄’ 축제 초대전, 한국문화원 초대전, 클리블랜드 미술관 전시, 도쿄올림픽 기념 전시, 러시아 전시 등도 기획예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로 모두 취소되었다고 한다.

“내 생애 가장 바쁜 해가 될 줄 알았었죠. 하하” 그간 정 교수의 행보 덕분에 국외에서도 민화를 중심으로 하는 다수의 기획을 요청해오고 있었던 차제였다.

우리만의 특색이 강한 책거리가 해외에 가장 자랑할만한 적합한 아이템이었다는 정 교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국내외에서 책거리가 조선의 대표적 회화로 지명도를 높이면서 이에 대한 전시회나 이벤트를 벌이기 시작한 것. 조선시대 책거리와 더불어 현대 작가들의 책거리 작품 독려도 병행하고 있으며 특히 책거리는 도서관과 밀접한 관계여서 책거리 작품 기증운동도 펼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몇 곳의 도서관에 현대 작가 책거리를 몇 점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각 지역의 민화 작가와 지역 도서관을 연결시켜 기증하도록 유도해 책거리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 책거리 파리 패션쇼.

“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각광을 받는 현상을 보고 민화 시장 자체가 차원이 달라짐을 느끼면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전시를 치르면서 젊은 민화 작가층의 창의적 작품을 대거 발견했고요. 민화 시장 자체가 풍요로워지고 있어요. 현대 민화는 현대인의 삶과 밀착되는 양상입니다. 민화가 가장 한국적 그림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가서는 민화 시장이 폭발적인 힘을 가질 것입니다”

한국화를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실정에서 민화장르는 되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하는 정 교수는 ‘방탄소년단’도 홍보영상에서 민화를 배경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들은 한국미술로는 항상 민화를 배경으로 시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적 회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인다며 명실상부한 민화의 위상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책거리가 한국의 대표 미술로 부각되는 것이 첫째 목표입니다. 한류문화의 또 다른 큰 축이죠. k-아트의 대표 주자로, 민화의 얼굴마담이 바로 책거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여러 전시기획 경험으로 미루어볼때 민화 전체로는 어필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예군으로 책거리를 부각해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 책거리.


↑↑ 신간 표지
-“민화가 지닌 기본적 문법에 경주의 빛나는 문화 융합하는 작업해야”

“이제는 경주 민화를 그려야 합니다. 민화가 지닌 기본적 문법에 경주가 지닌 경주만의 소재를 담아야 합니다. 그래야 경주를 대표하는 민화 작가로 대성할 수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접근해 조선시대 혹은 현재 서울민화의 기본 틀은 지니되 경주의 빛나는 문화를 융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책거리를 세계화하는 작업은 멈추지 않고 추진해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단순한 구호나 연구거리가 아니라 이런 일들이 저의 가장 큰 사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47호입력 : 2020년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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