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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정책과 엇박자...섬세하지 못했던 가로수 전정(剪定), 빗발친 민원… 나무 함부로 대하지 마라

관광객, 강전정에 강한 불만, 조경 전문가 도입 절실, 세밀한 전정 작업해야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15호입력 : 2019년 11월 21일
↑↑ 전정하기 전의 통일전 은행나무길.

나무 한 그루 한그루는 경주의 위대한 문화유적과 함께 경주시 전체의 도시 이미지를 좌우한다. 도시에서 중요한 기반시설 중 하나인 공원녹지, 녹지시설, 광장, 하천, 도시숲 등은 그 자체가 도시의 경관을 좌우하는 척도이자 핵심적 관광자원이다. 그래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조경은 중차대한 관광의 요소다.

통일전 맞은편 은행나무 길은 경주 동남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2km 가량 직선으로 도열해 있는 이 은행나무길은 매년 11월 첫째주와 둘째주 즈음이면 사진동호인들과 관광객들이 진을 치며 서트를 누르던 곳이다. 이곳은 1977년 9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통일전이 조성됐고 당시 경주시에서 길 양쪽으로 은행나무 가로수를 415본 심었고 지금의 통일전 은행나무 길이 됐다고 한다. 4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은행나무들은 경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또 이 길은 ‘대한민국 100대 아름다운 길’로도 선정돼 많은 이들이 꾸준하게 찾는 경주의 대표 가을 명소였다.

그리고 불국사 주변 불국신택지길도 메인도로 4길, 남북으로 8개의 길이 바둑판처럼 조성돼 시원스런 가로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곧고 가지런히 식재돼 있어 가을이면 곱게 물든 경관이 뛰어난 곳이었다.

그런데 경주시가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주요관광지 일대의 가로수 전정에 대해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기자에게 직접적인 제보들이 있었는가하면, 민원제기도 여러 건 있었다. 두 곳 모두 수형과 주변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전정과 전정 시기의 부적절함이 가장 큰 민원제기의 이유였다. 본지(1411호 10월 24일자)보도를 필두로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바도 있었다.

시는 지난달 말 4660만원을 들여 불국사 주변 경관지역인 영불로 외 4개 도로에 느티나무 166본, 은행나무 213본에 대해 전정 작업을 진행했다. 영불로의 경우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곱게 물들어가고 있는 절정의 시기에 잘려져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경주시의 행정에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공원녹지과를 찾아 이번 전정작업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 통일전 현재 모습.

-‘통일전 은행나무 왜 이래요?’...“올해는 오가며 아무리 봐도 인적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올해, 만추의 통일전 은행나무길을 기대하며 이곳을 찾는 이들마다 한마디씩 하는 말들이다. 통일전 근처 남산동에 사는 주민 A씨는 지난해 겨울,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지나치게 전정(剪定, 세부의 가지를 솎아주거나 잘라냄)과 정지(整枝, 가지를 자르는 것)가 돼 올해 가을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며 안타까워했다.

“통일전 이 근방은 동남산권을 찾는 방문객이 연간 30여 만명일 정도입니다. 지난해까지는 곱게 물든 통일전 은행나무를 보기위해 양 도로가에 차들을 도열해놓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아 사진을 찍는 북새통을 이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오며가며 아무리 봐도 인적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수형을 바로잡으려면 수 년이 걸릴텐데 이는 이곳 주민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주시 전체의 문제입니다. 한 곳이라도 더, 볼거리와 다시 찾을 장소를 만들어 외지인들이 오도록 해야하는데 그나마 오던 이들마저 실망시켰으니...,”

이 일대는 은행나무와 함께 경북산림환경연구원, 동남산권 문화유적이 어우러진 알찬 관광명소로서 손색이 없었는데 그 중 중요한 한 곳을 당분간은 잃어버린 꼴이다.

A씨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잘 가꾼다면 주민들도 은행나무 덕으로 먹고 살 일도 생기지 않겠습니까”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동네서 공방을 운영하는 한 주민도 11월 첫째주와 둘째주엔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노랑색 물결이라고 지인들에게 자랑했다고 한다.

“이 길을 들어설때면 행복감을 느끼곤 했었습니다. 나뭇가지가 잘려나갔을 땐 홧병이 걸릴 정도였고 너무 놀라서 딸꾹질이 계속 날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너무 속상해요. 다시 풍성해지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남산동 주민들은 다시 명소로서의 이름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가 조경전문가에 자문을 구해 연차적이고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하루 빨리 회복시키는 방법을 강구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련부서 관계자는 “통일전의 경우는 비교적 급한 사유가 없어서 단풍이 지고나난 뒤 강전정에 들어갔다. 그곳은 수 년간 전정 작업이 없어서 병해충 예방은 물론, 바람이 통해야 나무가 부러지거나 쓰러지는 경우가 덜해서 7~8년간 미뤄오다가 작업을 했다. 나뭇가지가 너무 밀(密)해서 한 번 열어주는 작업을 해야 하는 시기였다”면서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어서 속지만 자른 경우였고 수형은 보존한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 강전정으로 가지치기 해 몸통만 남은 영불로 느티나무들.

-“자르더라도 주민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탁상 행정이라는 책망을 면치 못할 겁니다”

지난달 22일, 본격적인 관광철을 앞두고 진현동 불국사 진입로 주변 가로수들을 잘라내 이맘때 절정을 이루며 붉은 빛을 뽐내던 나무들이 나뭇잎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볼품없이 잘려나갔다. 양쪽으로 쭉 뻗은 느티나무는 한창 물들고 있던 시점이어서 관광객들과 주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느티나무의 경우 늦가을~겨울에 전정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는 수종이라 주민들의 불만은 거셌다. 인근 상인들도 한창 관광객이 모여드는 시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진현동에서 올 가을 은행나무길을 산책할 기대에 부풀었던 한 주민은 지난달 말경 갑작스레 이뤄진 전정 작업에 대해 “멘붕이 올 정도였습니다. 진현동 주변의 스토리와 함께 가로수 경관이 아름다워 드라마 장소 섭외 애기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연락이 없습니다. 거의 나무의 몸통만을 남겨두고 잘라내더군요. 관광객이 몰리는 시점인 절정기에 ‘싹뚝’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를 잘라내버렸으니..,”

“40~50년된 은행나무가 예전 수형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조경 전문가가 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가지치기를 할 때 저희도 직접 항의 전화도 하는 등 민원도 제기했습니다. 자르더라도 주민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설득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탁상 행정이라는 책망을 면치 못할 겁니다. 이곳 주민들의 생업과 직결되는 일이잖습니까”

“저희는 한동안 일이 손에 안잡힐 정도였습니다. 관광 자원이 훌륭함에도 활용은 커녕 시에서 큰 실수를 한 것입니다. 대신, 빈 터에 꽃길이라도 조성해주고 다른 볼거리를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과거의 화려함과 역동성이 주춤한 이곳에서 진현동 사람들은 ‘불국사 일대 진현동이 경주 관광 1번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공방, 카페, 빵집, 음식점 등 각자 영역에서 이 지역의 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이번 전정은 ‘행정이 역행’하는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관광객 한 명 이라도 더 다녀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던 차제였고 불국사 주변경관과 관광객을 연계할 시점이었는데 가로수가 이렇게 삭막해져서 더욱 발길이 끊겼다는 것이다.

↑↑ 불국신택지길 골목 안 강전정 한 은행나무들.

-강전정으로 한꺼번에 전정할 수 밖에 없었나. 연차적으로 수형 고려하며 경관과 조화로운 가지치기가 될 수는 없었는가. 그렇다면 조경 전문가의 개입은?

이런 민원에 대해 경주시 관련부서를 찾아 입장을 들었다. 담당자는 불국사 영불로의 경우 강전정이었음을 밝히면서 “주변이 거의 상가이고 인도 블록 위에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위로 잘 자라는 은행나무의 수고(樹高)가 너무 높아 바람에 흔들리는 반경이 커져 기와를 치는 등의 민원이 있었다”고 했다. 수고(樹高)를 줄이려는 작업이어서 강전정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한편, 바깥쪽 영불로의 느티나무는 수령이 오래돼 수관이 위로 뻗쳐 풍성한 수형에 비해 뿌리는 매우 약해 불균형이었고 올해는 태풍으로 큰 나무들이 도로쪽으로 쓰러진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 또한 수고를 낮춰서 옆으로 퍼지도록 하기 위해서 시행한 강전정 작업이었다고 해명했다. 강전정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자 일시 작업을 중단했으나 이미 강전정이 70% 진행돼 자르다가 중지하니 미관상 더 흉하다는 지적에 마저 잘랐다고 한다.

또 “전정은 매년 연차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은 맞지만, 전정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 봄, 가을에 맞춰 지역별로 전정시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전정을 한 것은 올해 여러번의 태풍으로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판단하에 수고(樹高)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었다. 10월말 발주했는데 또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미연에 피해를 예방하고자 시기를 더욱 앞당겨 전정을 강행한 것은 사실이다. 저희도 이번 일을 계기로 통상적으로 주민들과 소통없이 진행해온 관행을 고치도록 하겠다. 향후 이런 작업이 계획되면 주민에게 알려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 잘려나가고 있는 영불로 느티나무 가지들.

전문가의 부재에 대해선 “전정의 과정과 전정 수위 조절, 전정시기 등은 시 행정 편제 내부의 직렬상 전공자 팀의 판단에 근거했다. 전문적 ‘조경직’은 따로 없다. 외부의 조경 전문가의 개입은 없었다. 물론, 사업의 규모에 따라 전문가의 개입이 있을 순 있으나 이번 작업은 통상적인 ‘관리’ 부분이었으므로 그대로 진행했다. 최근 조경전문가 기간제 유입요청을 해 둔 상황이긴 하다”며 전문직 기용이 절실하다고 했다.

경주 같은 관광문화도시에 조경 전문가의 개입 없이 가로수를 정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별팀을 꾸려서라도 주민들의 원성을 줄이고 타협점을 찾는 조화롭고 체계적인 수목의 관리가 필요하다. 차제에 이에 대한 특별 예산도 편성돼야 한다. 조경과 자연경관이야말로 문화유적과 함께 관광자원의 일등 공신인 것은 여러 사례에서도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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