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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운 선생과 목월 선생 생가에 위대한 사상과 시인의 체취 묻어나는가

생가 복원하면 뭐하나,
수운·목월 생가 건물 외형적 관리에만 급급하고 프로그램 운영 거의 없어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입력 : 2019년 05월 09일
콘텐츠 없는 외형은 쓸모없어
동학 관련자료 집대성부터
목월 생가 주변 환경 정비돼야

목월 생가 복원으로 한국 문단의 위대한 작가인 목월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문학관광 명소로 육성해 새로운 관광 트랜드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는가. 2014년 개관 이래 관람객을 불러 모은 성적이 영 신통찮다. 문인들과 청소년, 관광객이 널리 찾는 문학의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선 대표 콘텐츠 발굴과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 1 건천읍 모량리 목월 선생 생가 내부.
그리고 세계에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우리의 토박이 사상이 바로 동학이다. 동학이야말로 우리의 병든 내면을 깊은 통찰로 이끌어 새로운 대정신의 지주로 버팀목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위대한 동학사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에서 발상되었다. 동학농민혁명과 3.1운동 발발의 정신적 토대를 마련하고 동학의 철학적 기반을 확립한 수운 선생과 해월 선생은 모두 경주에서 나셨다. 그러나 수운 선생의 생가는 주중 이틀이나 문을 닫고 방문자수는 2014년 개관 이래 7605명(2014년 7월~현재)이 전부라고 한다. 관람객을 위한 간략한 안내 책자도 구비되지 않았으며 생가를 활성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목월생가와 수운생가의 건축물로서의 복원이 그리 대단한 것인가. 두 분의 생가 모두 건축물적인 관리, 즉 외형적인 건물관리에만 급급해 보였다. 프로그램 및 콘텐츠 부분에선 전무했다. 경주시 왕경조성과 고도육성팀과 문화예술과를 찾아 생가의 현황들을 살펴보았다.

-수운 최제우 선생의 생가 복원은 '동학발상지 성역화 사업' 일환
동학발상지 성역화 사업은 근대사상의 뿌리인 동학을 재조명해 민족의 긍지와 주체성을 확립하고 동학발상지인 경주를 한국정신문화의 중심지로서 위상정립을 해나간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수운 최제우 선생의 생가 복원은 '동학발상지 성역화 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경주시에서 동학의 문화유적을 되살리고자 복원한 수운 최제우 선생의 본래 생가터는 경주시 현곡면 가정리다. 생가는 선생이 20세 무렵에 화재로 소실되고 그동안은 1971년 세운 유허비로써 표식해왔다. 당시 수운 생가 위치에 유허비가 위치한 자리는 동서로 약 18m, 남북으로 약 16m, 288㎡(약88평) 정도의 집터자리였다. 이 유허비가 있는 생가터에 생가가 복원되었고 유허비는 생가 앞쪽으로 이전했다.
수운 선생 생가복원 사업부지 문화재 정밀발굴조사 계획서(2012년,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에 의하면 ‘사업대상지 2326㎡에 대해 발(시)굴조사 실시 결과, 조사대상지의 중앙부 동쪽을 중심으로 2개의 문화층이 존재하고 있음이 파악됨. 상층은 석렬, 부석, 기단석렬, 시멘트 기단, 아궁이 등이 남아있는 근·현대건물지가 조성된 층이고 하층은 조선시대 후기의 소성유구 1기 및 소토, 재, 기와·자기편 등이 포함된 층이다’라고 밝혀 놓았다.
생가는 2014년 7월 복원해 개관했다. 경주시 현곡면 가정리 315번지 일원에 사업비 8억으로 지어진 이 생가는 면적 2860㎡, 건축면적 150㎡다. 안채, 사랑채, 방앗간채, 잿간, 화장실, 사주문, 협문을 복원했으며 생가 시설물 관리를 하는 기간제 근로자 1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매주 월·화요일은 휴관이다. 월요일 찾은 수운 생가는 굳게 문이 잠겨져 있어서 아예 생가에 들어갈 수 없었다. 휴관이었지만 생가를 둘러볼 수 있는 목월 생가와는 대조적이었다. 방문자수는 2014년 개관이래 7605명(2014년 7월~현재)이며 올해엔 월평균 183명, 일일평균 9명 정도가 방문했을 정도로 거의 방문이 없는 편이었다.
↑↑ 시는 현곡면 가정리 555번지 일원에 수운기념관 및 교육수련관 등 건립 및 탐방로 조성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학발상지 경주 수운 최제우 기념·교육관 건립 추진 중... 건물만 지어놓고 길 잘 닦아 놓으면 무슨 소용? 동학 관련자료 집대성부터 시급
시는 현곡면 가정리 555번지 일원(29필지, 3만5401㎡)에 동학성역화 사업으로 수운기념관 및 교육수련관 건립공사를 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133억원(국비 93억, 도비 12억, 시비 28억)을 들여 수운 최제우 선생 생가복원, 유허비 이설에 이어 수운기념관 및 교육수련관 등 건립(119억원)과 태묘정비 및 탐방로 조성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동학성역화 사업은 1차 사업으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수운 최제우 생가를 복원했으며 2차 사업인 수운기념관 및 교육수련관 건립은 지난해 9월 착공 후 3월 현재 공사를 재착공해 2020년 12월에 준공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달 찾은 용담정 아래 기념·교육관 건립 건축 현장에는 가정3리 주민들이 플랜카드를 걸어 시위하고 있었다. 건축현장 바로 옆에 있는 마룡지 근처에 화장실, 샤워시설 설치가 천혜의 저수지와 인접해 있다는 주장에 대한 것이었다. 경주시는 이같은 민원 제기에 대해 오수 관로를 묻는데 있어 신중을 기해 마룡지와는 상관없이 안전하게 공사할 계획이라고 전하면서 건설업체나 경주시에서는 하등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편, 옛 도심내 중앙교회 자리에 공영주차장 부지에는 동학 제2대 교주인 최시형 선생의 생가터가 포함돼 있다. 천도교계와 지역문화계 일각에서 해월 최시형 선생의 생가터를 동학공원화 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현장답사도 하는 등 공원화를 위한 용역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주 터전삼아 한국문단에 큰 획 남겼던 박목월 선생 생가, 민간위탁 (사)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가 맡아 관리
기자는 목월 생가가 복원되기 전 옛 생가를 몇 차례 찾은 적이 있었다. 선생이 어릴 때 살았던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의 마을 안쪽 허름했던 파란색 대문이 있는 집이었다. 모량리 마을 입구에서 수소문 끝에 작은 개울을 따라 굽은 길 끝자락에서 만난 집은 초가집을 현대식으로 개량한듯한 아담하고 전형적인 농촌 주택이었다. 조심스레 훔쳐본 옛 생가를 보는 내내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있다. 목월생가는 선생이 유년시절을 보낸 장소로 선생의 대표시 ‘윤사월’이 이곳을 배경으로 쓰여진 시다. 선생의 나그네 또한 경주에서 탄생한 일화가 있다.
모량리 664-4번지에 위치한 목월생가는 2014년 6월 개관됐다. 건립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모두 23억 1800만원(도비 2억원, 시비 21억 1800만원)이었고 대지 4319㎡(1306평), 건물 146㎡(44평)에 안채, 사랑채, 디딜방앗간, 우물, 시낭송장, 정자, 밀밭, 목월 동상 등으로 구성됐다. 안채와 사랑채 등에는 시인의 액자들과 시인의 유품으로 책상, 가방, 필통, 책, 전기난로 등이 전시돼 있다. 이 생가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목월생가복원 사업 추진을 위해 생가복원위원회를 열어 가족과 문인 등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생가복원을 시작했다.
현재, 생가는 민간위탁관리로 (사)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가 맡아 올해 12월 31일까지 관리한다. 연간 3천500만원으로 운영하며 건천지역민 사무원 1명과 청소원 1명을 두고 있다고 한다. 한편, 지난달 찾은 목월 생가 주변환경은 엉망이었다. 생가를 거의 가릴만큼 큰 규모의 비닐하우스와 버섯재배 농가로 보이는 허름하고 지저분한 시설물이 난립하고 있었다. 개인소유지여서 속수무책이겠지만 멀리서는 이곳이 목월 생가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생가주변이니만큼 주민의 협조와 계도가 시급해보였다.
↑↑ 1. 현곡면 가정리 수운 최제우 선생 생가 외관. 2.수운 선생의 생가터에 있었던 유허비(1971년 세움)가 복원된 생가 앞으로 옮겨졌다. 3. 목월 생가주변의 주민들에 대해 협조를 통한 환경개선 계도가 시급하다.

-정기적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는 요원하고 목월 생가 활용방안은 거의 전무, 전남 강진 영랑 생가와 비교돼
경주시는 생가 내 시화를 전시하는 방안을 강구중이었으나 그밖에 구체적으로 생가를 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은 따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간위탁에 맡겨 관리하면서 문학관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했으나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았다고. 정기적 프로그램이나 알찬 콘텐츠는 요원해보였다. 밀밭을 조성하는 등 생가 자체 환경은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어우러져 있었으나 선생의 체취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생가 활용방안은 거의 전무했던 것. 

그간 시행해온 프로그램은 경주시 시낭송협회의 ‘시낭송회’ 개최, 경주문협의 ‘시의 향연’ 행사(시 낭송회)정도가 전부였다. 앞으로의 활용방안으로는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벽화그리기를 통해 박목월길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과 동리목월문학제 행사와 연계해 목월 생가 홍보 및 시낭송장으로 활용한다는 정도였다.
한편, 지지부진한 동리 생가 복원에 대해선, 생가터의 진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이 일대 소방도로가 나면서 생가터 부지의 지가상승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 

시의 ‘박목월 생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방문한 관람객은 모두 7328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개관한 첫해에는 7763명(월평균 1109명)이었다. 2016년 5471명, 2017년 7375명, 2018년 7328명 등이었다. 2014년 개관이래 2018년까지 한 달 평균 방문객 수는 대략 610명이 생가를 방문한 셈이다. 주요 관람객층으로는 중고등학교 및 문학단체 관람, 세계한글작가대회 참가객 외 문학관련 단체 및 관련단체장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었다. 관람객수의 저조와 관람층의 편중은 문학 명소로서 목월 생가를 알릴 수 있는 행사나 대표 콘텐츠가 없다는 것의 방증으로 보였다. 

전남 강진에 있는 영랑 생가는 우리의 목월 생가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1903년 지어진 영랑 생가는 지금까지 잘 보존됐고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시인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생가는 건축학적 가치와 문학사적 시인의 업적을 인정받아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바 있다. 이와 연계한 영랑 시문학파 문학기념관이 나란히 위치해 작가의 생가와 그의 문학세계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우리 지역 목월 생가와 문학관이 각기 다른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선애경 문화전문기자 violetta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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