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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골목은 살아있다. 골목이 희망이다(7) 탑동 ‘천원마을’과 ‘탑리마을’

유서깊은 문화재와 조화 이루고 대 이으며 사는 자긍심도 높아
선애경 기자 / violetta22@naver.com입력 : 2019년 04월 18일
월정교와 교촌, 황리단길 인접해
최근 조금씩 활기 띠는 동네

교동과 월정교 맞은편에는 탑동 ‘천원마을’이라 불리는 아담한 동네가 있다. 한편, 오릉 맞은편에는 ‘탑리’라는 점잖은 동네가 있다. 이 마을들은 대문을 아예 열어 놓거나 열어 놓은채 외출한 집들이 많았다. 담장 또한 아예 없거나 낮은 집도 많았다. 숭덕전(경북문화재자료 254), 오릉(사적 172), 천관사지(사적 제340호) 등 이 마을 전체가 조상이 물려준 문화재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모습이었다. 이들 두 마을은 월정교와 교촌, 황리단길이 인접해있어 최근 조금씩 활기를 띠는 동네기도 하다.
권순채씨가 쓴 ‘토박이 마을 땅이름과 나무’에서는 본래 탑동이라는 동네 이름은 신라때 담암사 라는 절이 있었는데 그 절터에 큰 탑자리가 있어 ‘탑리’라 했다고 한다. 탑리는 1955년 경주시에 편입되면서 탑동으로 불리다가 경주시 행정 구역 개편때 탑동의 ‘탑’ 자와 사정동의 ‘정’자를 따서 탑정동으로 하면서 2009년부터는 법정동으로 황남동으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한편, ‘천원(泉源)’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문천 남쪽에 있는 마을로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 천원이라 불렀다고 하고 천원사라는 절이 있었다고도 한다.
↑↑ 1 마을해설사이자 황남동 제2통장인 김기종씨 부부가 자택의 뜰에서 함께 했다. 2 탑리의 한 주택에 할머니 세 분이 옹기종기 모여 두런두런 정담을 나누고 있다. 3 탑리 민박집 ‘그린& 힐링’에서 이어지는 골목길.

-탑리...신라천년 시초가 된 박혁거세의 제1대 왕비인 알영부인이 태어난 유서깊은 마을
탑리에 대한 설명은 마을 입구쪽에 작은 안내판으로 적어놓고 있다. ‘오릉의 동쪽 휘멀리 언덕 아래 탑리 마을은 신라 6촌의 제1촌인 알영양산촌 사량리 마을로 신라천년 시초가 된 박혁거세의 제1대 왕비인 알영부인이 태어난 곳으로 전해진다’ ‘휘멀리 언덕 아래 남천을 사이에 두고 월정교 건너 재매정에 있을 김유신을 그리워하는 천관녀의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이 전해지는 천관사 터가 위치해 있다’ 또한 탑리는 삼국유사 기록 중 ‘담엄사의 북쪽에 사릉(현재 오릉)이 있다’라는 기록 등으로 아담하지만 유서깊은 마을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갤러리형 카페 ‘신원’이 있는 탑리, “우리는 탑리를 앞마을, 뒤마을, 주택마을로 나눠 부르고 있어요”
탑리는 탑리1~4길, 탑리 안길, 포석로 등의 도로명으로 연결돼 있다. 오릉 근처 한옥의 유려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꽃마을 한방병원’으로 이르는 골목은 포석로인가하면, 월정교 맞은편 구멍가게 안 골목은 탑리 안길이다.
바로 오릉을 마주해있는 갤러리 ‘신원’을 따라 골목을 잦아드니 작고 큰 골목이 제법 이어졌다. 이 동네에 반해 문을 열었다는 신원갤러리는 김승유 대표가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다. 주로 민화를 전시하고 있는 이곳은 늘 소박하고 사람좋은 웃음을 머금으며 방문객을 반기는 김 대표 덕분에 잠시 쉬어갈수 있는 갤러리형 카페다.
이곳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골목안으로 한참 걸으니 ‘광민 석유’라고 적힌 가정집 석유 판매소가 나타나 이채로웠다. 이어지는 탑리의 한 주택에 할머니 세 분이 옹기종기 모여 무료한 오후 한 나절을 보내고 있었다.
두런두런 정담을 나누는 이 집 작은 마당 한켠에는 어여쁜 분홍앵초가 한창이었다. 주인 할머니는 결혼 후 60여 년을 이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나이가 많아 농사짓지도 못하지만 거의 다 농사짓고 살지요. 우리는 탑리 동네를 대략 앞마을, 뒤마을, 주택마을로 나눠 부르고 있어요”라며 주민들이 평생 살아온 동네 탑리의 속살을 설명해준다.
↑↑ 4 탑리에서 만난 정원이 유난히 예뻤던 집. 5 월정교 맞은편 탑리 안길 골목.


-예전그대로 재현한 구멍가게 ‘대원상회’, “이 골목 끝까지 일부러 걸어보는 이들도 많아요”
한편, 교동 맞은편 탑리 골목(일명 주택마을) 입구 첫집에는 구멍가게 ‘대원상회’가 아날로그식으로 예전그대로 재현돼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너무 작고 독특해서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다. 간단한 주류와 음료, 과자와 담배를 파는 표현 그대로 구멍가게였는데 작고한 모친의 대를 이어 딸이 최근 이 가게 문을 다시 열었다고 한다.
“보잘것없는 우리 가게를 이쁘다고 하면서 사진도 찍고 음료수 하나라도 사가지고 가니 즐겁죠. 그런 방문들이 재밌기도 하고요. 요즘은 우리 가게서부터 이 골목 끝까지 일부러 걸어보는 이들도 많아요”
이 가게에서 시작되는 탑리 안길 골목은 쭉 뻗은 직선골목으로 평수가 크지 않은 집들이 줄지어 있다. 길고 좁은 골목 안으로 다시 여러 갈래의 골목이 이어지고 연결돼 있다. 골목 안 개구쟁이 아이들이 숨바꼭질하기 좋았을법한 길이다. 이 골목 어귀에서 다시 작은 구멍가게가 나타난다. 주민들 생필품들이 제법 진열돼 있어 만만치않은 가구수가 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포석로 길로 이어지는 골목 끝에서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화사한 집들이 서너채 이웃하고 있었다. 주인 부부가 정원 손질에 한창이었는데 구경 좀 하자는 제안에 주인 내외가 흔쾌하게 승낙해준다. 지게에 실려있는 꽃들은 아이디어가 특이했다. 다육이와 화초들이 크고 작은 옹기들과 어우러진 이 집은 오래된 집을 사서 지금까지 관리했다고 하는데 일반 주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정성껏 잘 꾸며져 있었다. 이웃해있는 바로 맞은편 주택에도 봄꽃들의 개화가 한창이었다.
↑↑ 1 천원1길에 있는 비교적 큰 규모의 신축한옥 펜션 골목.
2 천원마을 개울가 집들. 3 탑리 갤러리 ‘신원’. 4 교동 맞은편 골목 입구 구멍가게 ‘대원상회’.

-천관사지 석탑 복원이 한창인 들에서 바라보는 천원마을은 한 폭의 그림, “이웃과 함께 서로서로 나누며 정답게 삽니다”
천원마을과 탑리는 연결돼 있는데 탑동 제2공영주차장을 경계로 맞은편 골목서부터 천관사지가 있는 곳까지가 천원마을이다. 작은 동네에 탑동경로회관과 천원마을경로회관이 엄연하게 분리돼 있어 재밌었다. 천원마을은 천원안길과 천원1길과 2길로 이뤄진다.
‘천원슈퍼 구판장’은 흔적만 남아있고 천원마을 경로회관에는 어르신 몇 분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천관사지 석탑 복원이 한창인 들에서 바라보는 천원마을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천관사지 석탑을 지나 들길로 걷자 교동과 월정교가 마주보이는 전망좋은 곳에 신라전통한옥스테이 ‘월정루’ 등 펜션 여러 동이 새로 선을 보이고 있어 이곳에서의 변화들이 감지됐다.
마을해설사이자 황남동 제2통장인 김기종 어른을 골목에서 우연히 만났다. 김기종 통장의 제법 너른 마당 구석구석과 작은 텃밭에도 각종 야생화와 꽃망울을 곧 터뜨릴 모란과 작약이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자라고 있었다.
김 통장은 “천원마을은 행정적으론 월성동이고 탑리는 황남동입니다. 이곳에는 대를 이어 사는 주민들이 많지요. 조용한 우리 동네엔 손씨 박씨가 많이 살고 있습니다. 최근 황리단길과 월성의 분위기가 이곳까지 연계돼, 예전에는 알려지지않고 다소 낙후된 동네였는데 요즘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어요. 주민들의 자긍심도 예전보다는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주말이면 방문객도 제법 이 동네 골목을 찾고 있습니다”라며 “가장 자랑거리는 서로 믿고 대문을 잘 잠그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누군가 나눠먹을 거리를 가져다 놓으면 며칠 뒤 그 이웃을 알게 돼요. 하하. 아직 시골 인심이 그대로 남아있는 동네입니다”라고 했다. 서로 나누고 사는 모습이 정겹고 따스하다.
“시골 사는 재미가 이런 거잖아요. 아내가 꽃 가꾸기를 좋아해서 정원이 늘 예쁘지요. 꽃들도 이웃과 함께 서로서로 나누기를 좋아합니다”

-이 마을 변화 선도하는 징후... 새로운 숙박업의 대두는 주민들의 환영 받고 있어
최근 몇 년전부터 이 마을의 변화를 선도하는 징후가 있으니 바로 여행자 숙소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탑리에는 ‘바람꽃펜션’과 최근 문을 연 민박집 ‘그린& 힐링’이 조용한 집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며 자리하고 있다. ‘그린& 힐링’은 대기업 임원 출신인 주인장이 농촌 민박집 형태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남산을 오롯이 마주 할 수 있는 이 집은 축복받은 터전으로 지난해 귀농귀촌한 주인장이 이곳 고향집을 가꾸고 농사일도 배우며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있다. 이 집의 상징이라고하는 오래된 뽕나무가 곧 큰 그늘을 드리워 더욱 풍성해질 이곳에서의 스토리가 기대됐다. 한편, 천원1길에 있는 와담정 신축한옥 펜션과 한옥 1번가 등은 비교적 큰 규모를 자랑하며 ‘신식’의 건축미를 뽐내고 있었다. 그 옆에 새롭게 신축하고 있는 펜션건물도 보였다. 이들 새로운 숙박업의 대두는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선애경 기자 / violetta22@naver.com입력 : 2019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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