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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골목은 살아있다. 골목이 희망이다(2)

걸어다닐만한 매력 넘치는 골목… ‘많아지면 달라진다’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76호입력 : 2019년 01월 31일
지난 21일, 변성희 동의대학교 관광켄벤션연구소 연구교수이자 한국관광정보정책연구원장과 함께 원화로 월성동주민센터 옆 골목, 황리단길, 봉황로, 읍성주변 북성로까지 걸었다. 변 교수에게서 걷고 싶은 거리의 요소들과 도시 재생과 맞닿아있는 경주의 매력적인 골목길을 만들기 위한 제언들을 들어보았다.
↑↑ 읍성과 이어지는 북성로 일대 수제과자점 앞에 선 변성희 교수.


-“골목길은 결국 사람위주” “경주의 어느 부분을 지우고 살릴 것인지 상호관계 조절해야”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걷고 싶은 거리를 구하는 요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라고 했다.
변 교수는 이를 언급하며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이 비좁고 다니기 힘들지만 걷기중심의 짧은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서 사람이나 기념품 가게, 주변의 풍광 등 이벤트 요소가 많아 걸어 다니며 관광하기에 좋다는 말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프렌차이즈 가게가 아닌 독특한 개인이 꾸려가는 가게가 많아져야 한다면서 사람이 걸어다닐만한 매력들 즉,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걷고 싶은 거리는 결국 골목길과 상충하는 문제로 얼마나 자주, 다양한 가게가 들어서있느냐는 물리적 조건과의 만남인 것.
“우리나라 골목길의 가장 큰 문제는 외국보다는 소음과 공해,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것입니다. 골목길은 결국 사람위주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물론, 이에는 많은 고민이 뒤따라야 하고요”
변 교수는 유현준 교수의 글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골목길을 그리워하게 되는 이유는 골목은 없고 복도만 있는 조직과 주거환경, 즉 머리 위의 하늘을 빼앗긴 도시로 변해서 다시 머리위에 하늘이 있는 골목들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라며 “요즈음 젊은층은 사방이 막혀있고 하늘을 보지 못하는 문화가 대부분입니다. 일부러 황리단길 같은 골목을 찾는 이야기가 없는 이들 세대는, 공연이나 문화현장 등에서 사람마다의 다른 이야기들을 찾아 가는 것이지요. 이것이 요사이 골목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도시는 유기체처럼 변화가 있고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그래서 도시는 계획자의 디자인이라는 수동적 패턴을 뛰어 넘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패턴들이 보이는데 이같은 자생적 패턴은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는 충분한 증거가 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오랫동안 이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 참여했던 지역커뮤니티가 같이 형성돼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숙원이나 마을이 바뀔 수 있는 이야기들을 먼저 제기하고 거꾸로 행정과 전문가들의 타당성 여부를 상호 컨설턴트해가며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죠. 그럼에도 원도심의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힘들 것입니다. 쇠락한 도시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죠. 자연스러우면서 더디게 줄어들도록 하되 살릴 것과 내버려둘 것을 선택해 스마트 쇠퇴(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하도록 놔둬야합니다”고 했다.
“경주도 일반적인 장소를 특별한 장소로 만드는 것을 인위적으로 할 것인지, 자연적으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하고 특별한 장소로 만드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유현준 교수의 말처럼 경주같은 역사적 시간이 깊은 도시는 여러 장의 트레이싱페이퍼가 쌓인 것처럼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어느 부분을 지우고 어떤 부분을 살릴 것인지 상호관계를 잘 조절해야합니다”라고 주문했다.

-“스토리 있는 관광지나 문화유적지에 인접한 골목은 살리려는 노력해야, 골목 활성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약도”
바로 첨성대 대로에 이르는 월성동주민센터 옆 좁은 골목길을 걸으면서 변 교수는 “우리가 간과하기 쉽고 잊어버리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 골목에 사는 사람들의 변천사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골목 속의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약도입니다”라며 좋은 약도는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로써 관광꺼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좁은 골목길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다소 생경했다. 변 교수는 “모든 골목길을 다 살릴수는 없지만 스토리가 있는 관광지나 문화유적지에 인접한 골목은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최소한 방문객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 하는데 이 골목도 부각하려면 입출구를 비롯한 건물의 정체성이나 내력 등과 함께 예쁘게 디자인화된 약도 형태의 지도가 있어야 합니다”라며 첨성로로 접근하는 여러 골목들에 대한 약도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관광객들은 큰 도로위주로 걸을 수 밖에 없고 낯선 골목길에는 들어가지 않으므로 골목을 활성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약도라는 것. 구성이 미로처럼 되어있는 것은 매력적이나 정작 미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함께했다.
“1894년 지어진 옛 가옥을 리모델링한 황남동 게스트하우스 ‘사랑채’의 경우도 거리 입구부터 홍보를 시작할 필요가 있어요. 그 건축물에 대해 소소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그 건축물이 있는 거리 전체를 홍보하는 역할을 함께 하기 때문이죠”
골목에서 첨성대 거리로 이어지는 대로는 많은 차량이 다녀 위협을 느꼈다. 변 교수는 현재는 첨성로도 사람위주의 거리이기보다는 차량 위주의 거리임을 지적하며 “이런 거리에도 상가들과 협의해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부분적으로 제한하면 장사가 잘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통이 원활하면 오히려 장사가 덜 되는 거죠. 직접 걸어다녀야 쇼핑에의 욕구가 증가하니까요. 결국 도로의 속도와 밀접합니다”라고 했다. 황리단길, 봉황로를 지나 읍성과 이어지는 북성로 일대에서 ‘이재원 과자공장’이라는 작고 소담한 가게를 만났다. “이 가게는 골목을 살리는 좋은 예라고 봅니다. 휙휙 지나쳐가는 위치에서 먹을만하고 구입할만하고 볼만한 가게가 입점하면 주변도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겁니다. 클레이 셔키의 말처럼 ‘많아지면 달라진다(Cognitive Surplus)’가 되는 겁니다. 관에서도 실력이 좋은 인력을 먼저 유치하고 입점 여건을 조성하고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하겠지요” “개성적인 공간에서 사진 찍기 좋고 이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들어서면 변할 것입니다. 특히 오프라인공간에서 홍보를 활성화 시켜야 하는데,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을 팔면 좋겠죠. 읍성 동문 맞은편 동네도 경주도심과 자연스레 연계되기 때문에 깊은 연구를 거쳐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제대로 접근해야 합니다”

-성동시장 주변 골목에서의 많은 이야기와 풍경들,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
↑↑ 성동동사무소 뒤편 골목에서 텃밭과 마당이 널찍한 오래된 한옥에서 만난 할머니.
22일은 경주시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점 사업지 중 한 구역인 성동시장 북성로 옆 골목길들을 지인과 함께 걸어보았다. 여러 크고 작은 상가들 사이로 멀리 경주 읍성 향일문이 마주 보이는 골목은 매력적이었다. 시장 근처 성동동사무소 뒤편 한 골목으로 들어서니 텃밭과 마당이 널찍한 오래된 한옥주택을 갑작스레 만날 수 있었다. 툇마루에는 서너명의 할머니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볕이 너무 좋아 한 겨울 오후의 평화로움을 더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이 집을 임대해 모두 여섯 가구가 모여 사는 집이었다.
연이어서 만난 성모안과 옆에는 예전 아주 잘 지은 집으로 보이는 이층집 주택이 우뚝 서 있었다. 시장 상가통 안에서도 오래도록 버티어온 옛 집이었다. 북정로 골목에서는 담벼락을 넘는 오래된 향나무가 시선을 끄는 기역자 집 전통한옥 한 채가 주변 상가 사이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듯했다.
‘신라방’이라는 여행자 숙소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지금껏 개발에의 유혹을 뿌리친 것 같아 유난히 반가웠다. 시장 골목의 다양성을 맛보게 했기 때문이다. 상가들 일색인 골목에서 만나는 오래된 주택들은 신선한 눈요기였다.
↑↑ 시끌거리던 성동시장 주변 골목길에는 개척교회, 막걸리집, 40년 넘은 이발소, 철물점 등이 나란히 있다.
↑↑ 북성로 옆 크고 작은 상가들 사이로 멀리 경주읍성 향일문이 마주 보였다.
다시 발길을 성동시장 중심상가들로 옮겼다. 시장 안은 설을 앞두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디선가 뻥튀기 소리가 들렸다. 쌀 한 되 튀기는데 4000원, 이 시장 안 뻥튀기 하는 곳은 세 곳 뿐이라고 한다. 석유로 가열해 곡물을 튀겨낸다는 이 기계들은 100년이 넘은 기계들이라고 했다. 상인들은 기름값도 안나온다고 푸념하지만 얼굴 가득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시끌거리던 시장을 지나 나오면 원화로길로 이어진다.
↑↑ 월성동주민센터 옆 첨성로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바로 오른쪽 골목길에는 화평개척교회, 땡투막걸리, 이 동네에선 가장 오래된 이발소로 이 자리에서만 40년이 넘은 삼오이발소, 승화바나철물점 등이 나란히 있는 낡은 건물이 있었다. ‘마껄리, 쏘주, 맥쭈’라는 재밌는 문구로 시선을 사로잡은 땡투막걸리 집은 그러나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골목 한켠으로는 ‘대현국수공장’이라는 매력적인 가게도 나타났지만 현재는 간판만 남아있고 창고로 바뀌어져 있었다.
시장 안 어둡고 차가운 골목 한 귀퉁이에서 팥고물을 듬뿍 묻힌 인절미를 파는 할머니도 보이지 않고 5~6년전까지만해도 옛날식 수제짜장면집에서 짜장면을 팔던 할머니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 주변 골목에서의 많은 이야기들이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였다. 지워져버린 그들의 삶의 현장의 이야기들도 이번 도시재생사업에 함께 반영돼 복구되고 현대화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76호입력 : 2019년 0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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