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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인 듯 ‘오늘’인 듯 고금(古今)을 관통하는 즐거움 황리단길에서 누려보세요

생성 2년여 만에 다시 들여다보는 ‘황리단길’의 뜨거운 오늘
유서깊은 한옥마을의 깊숙한 골목 속 아날로그를 바탕으로 하는 황리단길
팍팍한 현실 보상받는 쉼터 같은 위로의 장

선애경 기자 / violetta22@naver.com1372호입력 : 2019년 01월 04일
↑↑ 전형적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한파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줄지어 황리단길 거리를 찾고 있었다.

2년전부터 형성돼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황리단길’은 내남사거리 대릉원 서쪽 담에서 시작돼 황남 파출소 부근 골목 깊숙한 곳까지 확산일로에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게들이 등장하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황리단길로 급부상한 황남동 한옥 지구는 ‘대릉원 담장을 사이에 두고 첨성대, 계림, 월성 등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둘러싸여 건축물 고도규제를 받는 지역으로 한옥 구조의 민가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주거지역’이다. 이런 바탕위에 황리단길의 새로운 풍속도는 그 기세가 등등하다. 터전 자체가 유서깊은 천년 사직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것. 황리단길 상가들은 황남동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전통성을 간직하면서도 세련된 모던함이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1~2년 혹은 불과 수개월 전 개업했음에도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시간의 더께가 입혀져 ‘새것 같지 않은 새것’임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 황리단길을 지배하고 있는 전체적인 컨셉은 바로 뉴트로(New-tro,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열풍이 그대로 반영, 적용되고 있다.

마치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한 물건과 소품으로 인테리어를 한 카페나 음식점들이 최근 들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들이 그것이다. 아날로그를 바탕으로 하는 황리단길은 직접적인 위로의 현장은 아닐까? 잠시나마 팍팍한 현실을 보상받는 쉼터 같은...,

이 거리는 카페들과 함께 음식점, 사진관, 서점, 빵집 등의 다양한 업태들이 연이어 펼쳐져 더욱 재밌다. 이런 콘텐츠들이 이제는 골목으로도 깊숙이 확산되고 있다.

골목마다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활기를 띠고 있는 것. 독창적 콘텐츠를 가진 가게들이 청춘으로 무장해 도전하고 입점한 결과 비약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2017년 3월 황리단길의 시작점에서 보도한데 이어, 2년여 만에 다시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황리단길을 스케치해보았다. 실로 놀라운 상전벽해(桑田碧海)에 비유할만한 변화가 있었다.

↑↑ 황남동에 살면서 자택의 한 켠을 활용해 공방과 체험 공간을 운영하는 아이디어가 신선했던 사례.

-오히려 옛 가게들이 이제는 낯설어질 정도, 기존 상가와 함께 황리단길의 다채로움 더해주고 있어
지난 12월 31일과 1월 1일 찾은 황리단길은 전형적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한파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줄지어 이 거리를 찾고 있었다. 2년여 만에 점집과 주점들, 40년째 오래된 양화점, 인력전문공급업체, 다방 등 기존의 많은 가게들은 이미 사라졌다. 특히, 가장 많았던 점집들은 한 두 군데 밖에 보이지 않았다. 세련된 상호를 가진 가게들 사이사이로 과거의 흔적들은 거의 지워진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간간이 건강나라, 황남이용원, 대광철물, 천마문구완구, 황남분식, 세탁, 함석닥트, 황남장식 등 옛 상가들이 혼재하고 있긴 했다.

오히려 옛 가게들이 이제는 낯설어질 정도다. 놀라운 변화다. 확연하게 달라진 풍경이었다. 이곳의 식당이나 커피집 등에서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줄을 서는 풍경은 이제는 이곳 황리단길의 흔한 일상적 모습이 되었다.

‘배리삼릉 선물가게’, 독립책방 등은 황리단길 컨텐츠 중에서도 단연 기염을 토하고 있는 가게들이다. 경주만의 기념품을 살 만한 곳이거나 단행본의 작은 독립출판물을 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경주 작가들의 작품이나 출판물이 선전하고 있기도 하다고. 카페 등 식음료 위주의 문화속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좋은 예다. 한편, 기존 두어 곳 뿐이던 베이커리 가게도 수제빵과 과자를 만들며 부쩍 입점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액서서리와 옷가게, 소품점도 최근 증가 추세라고 한다.

경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고경래 교수는 “황리단길 가게들은 거의 기존의 한옥을 리모델링 하고 있는데 재료의 변화를 통해 현대적인 감각을 부여해 개방감을 주고 있어서 경주의 이미지와 잘 맞으면서도 고답적이지 않은 편입니다. 이들은 황리단길의 다채로움을 더해주고 있으며 지속적인 인기를 구가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 황리단길 가게들 대부분의 전체적인 인테리어 컨셉은 뉴트로(New-tro)열풍이 그대로 반영, 적용되고 있다.

-골목안에 들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황남동의 진풍경, 어수선한 골목 밖에서 ‘골목안으로 잦아들어라’

어느 골목 어귀에는 공중전화 부스가 그대로 남아 있어 정겨움을 더하고 있었다. 골목길에도 많은 방문객들이 걷고 있었다. 골목 속 새로운 게스트하우스의 증가도 눈에 띤다.

그래도 골목안을 걸으면서 골목안 풍경에 동참하는 이는 아직 적은 편이다. 골목 밖은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반면, 한옥을 바라보며 조용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쉴 수 있는 골목안은 색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골목안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보이는 황남동의 풍경이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2층으로 지은 신축 한옥상가에서 내려다보는 황남동의 연이은 기와들의 정렬은 유난히 아름답다. 골목안으로 잦아드는 것은 시간이 다소 걸리는 걸까. 골목을 찾는 이들을 위해서는 어우러져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들 골목길 중, 올 4월에 개업한 포석로 어느 베이커리에 들렀다. ‘빠뜰리에’라는 이곳은 서울서 온 젊은 부부 둘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제빵 일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서 경주에 왔다는 이들은 마주 보고 있는 한옥 두 채를 사들여 한 채에서는 홀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다른 한 채에서는 빵과 커피를 주문하고 생산해내는 공간으로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살고 있던 자택의 한 켠을 활용해 ‘넉점 반’이라는 공방과 ‘달고나’ 체험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는 인상적이었다. 황남동에 살고 있는 주민의 아이디어와 참여는 새롭고 신선한 접근으로 보였다.

↑↑ 골목 깊숙하게 들어가면 자주 만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들.

-문화유산들과 함께 최신 유행에 밝은 ‘힙한’ 가게들의 병렬적 조합은 고금을 관통해

황남동 중에서도 낙후돼있던 황남시장 양쪽 입구와 출구 쪽에도 새로운 카페와 식당들이 들어섰다. 한옥 두 세 채를 합친 ‘스컹크 웍스’라는 카페가 최근 들어서서 거칠었던 옛 모습을 완전히 덮었다. 하루가 다르게 기존의 건물들과 기억들을 지워내고 있었다.

그러나 시장 입구를 들어서자 아직 옛 시장의 쇠락할대로 쇠락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옛 황남동 민낯과의 조우다. 황남시장 바로 맞은편 기와집의 1층 상가들과 주택도 현재 비어져 있었고 곧 새로운 점포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오래되었지만 매우 견고하고 잘 지은 건축물로 황남동의 대표적 건물이었던 ‘황남탕’ 건물도 골조만 남겨두고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었다. 오는 1월 말경 카페로 개업할 예정이라고 했다.

황남동 손시양 정려비가 있는 골목 어귀에도 어김없이 찻집, 카페 등이 빙 둘러져 있다. 골목 깊숙한 곳에서 만나는 변모된 풍경에 격세지감을 감출 수 없었다. 조선시대 정려비 바로 옆, 트렌디한 카페들과의 병렬적 조합은 아이러니 하면서도 황남동의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유서깊은 마을의 깊숙한 속살을 드려다 볼 수 있는 여러 문화유산들과 함께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한 소위 ‘힙한’ 가게들이 고금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 기존의 한옥을 리모델링하고 재료의 변화를 통해 현대적인 감각을 부여한 한 카페.

-소음, 쓰레기, 주차 등의 문제 심각, 도심재생 및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 대책 마련해야

대릉원을 끼고 있는 도솔마을 골목길에도 변화가 많다. ‘경주수호정’이라는 게스트하우스 맞은편에는 ‘마실(전향숙 대표)’이라는 천연염색을 통한 우리옷을 다루고 파는 가게도 있었다. 마침 그곳은 마을해설사의 집이기도 했다. 마을해설사는 황남동을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 마을의 토박이들을 중심으로 마을의 연혁 및 스토리를 들려주는 일을 하는데 골목과 마을의 문화유산들을 간단하게 들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전향숙 대표는 “지가 상승 등의 이익이 되는 점도 있지만 실제로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분들은 연세가 많은 이들이 대부분이라 소음이나 쓰레기, 주차 등의 문제로 다소 불편해 하십니다. 경주시나 순수봉사단체들이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고는 있으나 역부족입니다.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고 있는 반면, 장사가 잘 될수록 가게 앞이 지저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릉원 담장주변도 주차 이면에 버려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죠. 주차 문제 또한 좁은 골목까지 차량진입을 허용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지난해 여름 휴가철에는 방문객들이 주차로 인해 너무 힘들어 할 정도였어요. 황남동 입구주변에 주차를 할 수 있는 방안과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먼저 배려하는 식의 제도도 도입할 만한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 황남동의 대표적 건물이었던 ‘황남탕’ 건물도 골조만 남겨두고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동우 국립예술단체연합회 사무국장은 황리단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황리단길이 사람들을 유인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여러 아이템들이 있기는 하지만 좀 더 획기적이고 개성만점 아이템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형성되고 있지만 상가들의 라인업(line up) 등이 좀 더 다양해져야 하고 다채로운 즐거움을 느끼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라며 “‘황리단길 신드롬’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민간의 자발적인 생태계 구축 노력에 있었고 상인 각각의 이기적인 노력이 전례 없는 명소를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들이 도심재생 및 활성화에 기여한 만큼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일입니다. 사유재산제도와 충돌하지 않도록 황리단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주시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선애경 기자 / violetta22@naver.com1372호입력 : 2019년 0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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