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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행복학교 ‘행복전도사’ 故 서영자 교장을 추모하며

아름다운 지도자… 26년간 낮고 소외된 이들에게 마침내 ‘행복학교’ 안기고 떠나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63호입력 : 2018년 11월 02일
아름다운 지도자… 26년간 낮고 소외된 이들에게 마침내 ‘행복학교’ 안기고 떠나
역경 딛고 오늘의 경주행복학교 일궈
“눈만 뜨면 오고 싶은 곳, 따뜻한 학교로 만들어야 해요”


↑↑ 경주행복학교 현판식(경주한림학교 입구쪽, 2009년 12월) 당시 관계자들과 함께 한 서영자 교장


만 56년 2개월의 삶이었다. 소외된 사람들의 행복 추구를 위해 생애 끝까지 헌신했다. 패랭이꽃은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거친 들판에서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피워내는 꽃 중 하나다. 

ⓒ (주)경주신문사
이 꽃은 故 서영자 교장(1962~2018)과 경주행복학교의 노인 재학생들을 상징한다. 서영자 교장<인물사진>은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지도자였다. 사랑과 열정으로 봉사의 삶, 베풂의 삶을 살다간 사람이었다. 경주행복학교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을 했을 뿐 아니라 한글학교에 머무르지 않고 마침내 ‘행복학교’를 만들어냈다. 

경주행복학교와 ‘결혼’했고 2,500여 명의 노인 학생들의 눈과 귀를 열어준 57년이라는 길지 않은 생은 그래서 더욱 짧다. 열정적 삶은 우리 공동체의 귀감이었고 사후에 그의 빈 자리가 크고 더욱 그리운 이유기도 하다. 쉰을 넘긴 세월이었으니 열망했던 일들은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 한없이 낮고 어둡고 힘없는 자리에서 평생,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로 일관된 삶을 살았던 그였다. 

‘경주 평생교육의 대모’ 였던 서영자 교장을 사람들은 ‘행복 전도사’라고 일컬었다.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사람, 그는 바로 경주행복학교 서영자 교장이었다.

↑↑ 개교 20주년기념 및 효도잔치(2016년 5월)

-서 교장이 남기고 간 26년간의 업적은 여러 문해학교와 문해교육자들이 본받으려는 규범되고 있어
경주행복학교는 성건동에 있는 노인문해(⽼⼈⽂解) 교육기관이다. 이 학교는 경주한림야간중고등학교가 빌려 쓰는 경주청년회의소 지하교실에서 1997년 9월 첫 수업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개교 22주년을 맞았다. 한글학교, 경주한글학교를 거쳐 2009년 12월엔 교명을 경주행복학교로 바꾸었다. 2014년 9월에는 학교를 성건동 중앙시장 건너편으로 옮겨 작은 교실 3개를 가진 아담한 학교가 된다. 

경주행복학교는 교육부가 인정하고 지원하는 정규학교는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학교며 의미있는 학교다. 남성 중심의 전통사회와 고도성장의 산업사회에서 음지로 밀려나고 한글교육에서도 철저하게 소외돼 한글문해와 기초셈법조차하지 못하는 경주의 비문해 노인들에게 행복학교는 반드시 있어야 할 학교다. 

많은 학생들이 예순이 넘은 나이에 경주행복학교에 와서 처음 공부 하며 한글과 숫자를 깨치고 사회와의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해졌다. 각종 자격증시험과 운전면허증도 취득하고 백일장에서 최우수상까지 받으며 경주행복학교는 학교를 넘어서 노인복지기관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주요 교과과정은 초등, 중학, 고등과정으로 이뤄진다. 수업은 한 학생을 기준으로 일주일에 2~3일간 오전에만 수업한다. 지금까지 초등과정 졸업식이 4회, 중학과정 졸업식이 2회 개최되었고 노인학생 2,500여 명을 가르쳤고 졸업생의 누계는 121명이다. 경주행복학교는 교실문제 등의 역경과 난관을 헤쳐오면서 26년(개교 22년)을 보내며 성장해 왔다. 오늘의 이 학교는 26년간 오롯하게 한 길로 봉사해 온 서영자 전 교장의 애정과 집념이 이룩한 성과며 그간 많은 강사들이 오랜 세월동안 봉사해 온 결과다.

경주시는 2013년 교육부가 지정한 ‘평생학습도시’로 선정 되었다. 경주행복학교는 경주시가 평생학습도시임을 자랑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평생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강석근 경주행복학교 신임 교장은 “이런 노인들에게 한글 교육은 최고의 행복교육이자 복지교육입니다. 공교육이 외면한 이런 막중한 교육을 서영자 전 교장 한 사람이 26년간 지속해 왔다는 것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제, 서 교장이 남기고 간 26년간의 업적은 여러 문해학교와 문해교육자들이 본받으려는 규범이 되었습니다. 지속적 희생과 빛나는 공적으로 경주행복학교는 전국의 수많은 문해학교 가운데 우뚝하고 빛나는 학교가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 초등과정 제1회 졸업식 및 졸업장 수여(2011년 5월).

-“세상 떠나는 날까지도 학생들이 열심히 학교 다니고 학교가 잘되길 바랐지요”
故 서영자 교장은 1962년 현곡 출생으로 경주여자중학교와 경주여자고등학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4부터 3년간 한림학교에서 한글강의를 시작해 2009년부터 2018년 6월 30일, 그가 영면에 들기 직전까지 경주행복학교 강사 및 교장에 재임했다. 

경주행복학교를 창립하고 22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해 온 서영자 전 교장은 지난해 여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일년 여 투병 하지만 지난 7월 21일 별세하고 만다. 그는 경주한림야간중고등학교 경주청년회의소 지하교실에서 수업하던 1994년부터 자원봉사로 수업을 시작해 2018년까지 경주행복학교를 일구어낸 주인공이었다.

이 학교를 경주시 대표 평생교육기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었고 그의 헌신적인 공훈은 본지가 수여한 경주시민상(봉사부문) 수상을 비롯해 2011년 포항MBC 삼일문화대상 교육본상, 2013년 대한민국자원봉사대상 안행부장관상, 2014년 경북 여성상, 올해의 여성상(경북도지사) 등의 상훈에 빛났다. 

한편, 경주행복학교는 지난달 개교 제22주년을 기념하고 서 교장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경주행복학교의 역사와 공적-패랭이꽃 고 서영자 교장 추모문집(강석근 편)’과 학교문집 제12호 ‘패랭이꽃의 꿈’ 2권을 서 교장의 모친인 김위출 여사(83)께 헌정했다. 

그간 서 교장의 행보를 지켜 본 어머니 김위출 여사는 “여전히 딸이 그립습니다. 친구처럼 지냈던 딸이었고 너무 일찍 갔잖아요. 어르신들이 ‘우리 선생님’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었지요. 안타깝고 외로워 보였지만 본인은 ‘할머니들이 많아서 행복하고 외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세상 떠나는 날까지도 학생들이 열심히 학교 다니고 학교가 잘되길 바랐지요. 저도 할머니들에게 내 딸 보듯이 다니라고 권유하고 있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풍물반 수업, 고급반 수업을 하고 있는 경주행복학교 학생들.

-‘멀미약 드시고 학교 와서 선생을 맞는다’...‘가슴에 맺친 한이 다 풀어졌어요’
서영자 교장은 습작시 몇 편과 산문들을 남겼다.

‘아침에 눈을 뜨자 책가방 메고 버스타고/ 멀미약 드시고 학교 와서 선생을 맞는다/ 선생은 어리고 딸 같아 굶을까 걱정이고/ 학생은 백발 엄마 같아 아플까 걱정이다’ -아침이면 나는 학교를 간다(2015) 중에서.

‘땅에 뿌리 내리고 햇살받고 서 있어 봐/ 희노애락 부귀영화 어리석고 부질없어/ 세상살이 달관한 척 반쯤 풀어 놓은 꽃잎채/ 할 일 있다며 반쯤 움켜쥔 내 모습이 거기에’ -패랭이꽃 (2011) 중에서.

이형우 시인(경주행복학교 자문위원)은 서영자 교장의 유고시를 해설하면서 “서영자 교장은 경주의 가슴 아픈 사람들에게 행복이 무언가를 알려 주었다. 사람답게 사는 길, 그리로 가는 길을 온몸으로 보여 주었다. 서 교장은 여리지만 강했고 작았지만 컸고 빈 손이었지만 부자였다. 나를 버려 여럿을 살렸다”고 했다. 한편, 문집에 실린 학생들의 시들도 많다. 지면 관계상 그 중 한편만 소개한다.

‘저이 나이가 60이 넘어서 경주항글학교로 찾아고/ 선생님은 저이들을 방갑게 바아주고/ 맻이 뒷자리에 않차놓고 맷주글을 가르치다가/ 바을 한반 내어주어서 공부를 하기 되어/ 글을 맷 자 배웠다고 되도 않는 한글 몇 자에 편지에 답을 보내주어서/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면서 읽고 또 읽었어요/ 지난 해 또 몬난 저이들 핱네/ 평생 잊을 수 없는 큰 상장을 주어서/ 평생 사아온 소원이다 이루어진 것 갔다/ 가슴에 맺친 한이 다 풀어졌어요’ -송귀남, 경주행복학교 교장선생님에게 중에서.

-반 평생을 경주행복학교와 함께...“그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 내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치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지난 6월, 병상에 누워있던 서 교장과 박경림 시인은 두 시간여 대화를 나눴다. 아래는 서 교장과의 대담 중 극히 일부분으로, 생생한 그의 육성을 통해 그간의 행보와 소회를 전한다. 대담 기록을 그대로 옮겼다.

박경림: 처음 행복학교를 열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요?

서영자: 제 직업이 과외 교습이었어요. 수업이 끝나고 오후가 되면 할 일이 없어요. 그래서 한글 모르는 어른들이 있다 해서 오후에 운동 삼아 찾아간 곳이 한글학교입니다. 가보니 저보다 4살 어린 사람이 글을 모르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어요. 그래서 공부를 가르쳤는데, 기존 선생님들보다 낫다고 안놓아 주셨어요. 제가 수업하는 교실로 학생들이 몰려들었어요. 그 분들의 열정은 대단했어요. 공부를 못할 처지가 되면 서로 끌어안고 울어요. 

할머니들은 ‘한글학교’하면 부끄러워해요. 할머니들이 평생을 두고 추구하는 게 뭔가 생각해 보니 행복이데요.

그래서 경주에서 행복을 배울 수 있는 곳, 행복을 추구하는 곳 ‘경주행복학교’라 했어요. 다른데도 한글교육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안 되는데, 여기는 왜 잘되는가를 생각해 봤어요. 제가 수업하지 않는 반 학생들도 저를 따라요. 왜 그런가 생각해 봤어요. 입학할 때 그 사람들 마음을 알아줘요. 그리고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해드려요. 그동안 많이 상하셨잖아요. 마음 안 다치게 해드리고, 편하게 해드리는 게 좋은가 봐요. 어디 가서도 소외되고 자존심 상하고, 자격지심을 어루만져 주는 것 덕분에 더 계속 오시게 됐을 거예요.

그분들 발전하게끔, 살아갈수 있게끔 보고 좀 도와주라는 거죠. 무슨 말이냐 하면요, 노인네 혼자 있으면 수도 요금 용지가 날아 와도 뭔지 몰라요. 약속장소 농협앞, 이래도 농협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간판을 못 읽으니 익히 아는 장소가 아니면 나갈수가 없어요.

“우리는 공부보다도 교장선생님이 좋아서 다닌다”는 말을 직접 합니다. 그 말 한마디를 들으면, 내 모든 것을 다 바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하지요.


-“경주행복학교 기념실을 만들어서 문집, 자료들과 어르신들의 활동 사항 등을 모아 보관하고 싶어요”
박경림: 교장 선생님께서 혼자, 가족과 어울리는 시간 없이, 오직 학교에 정성을 쏟기 때문에 이 분들이 애틋한 정이나 사랑을 느끼는게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는 어떤 복안이 있으신지요? 특히 향후 학교의 책임자에게 부탁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지요?

서영자: 우리학교 학생들은 아픈 곳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로운 게 병입니다. 아침에 눈 뜨면 갈 데가 없습니다. 그래서 눈만 뜨면 오고 싶은 곳, 따뜻한 학교로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학생이 줄어들지 않아요. 학생들 맘 다치고, 내 욕심대로, 내 필요한 대로 운영하면 학생이 줄어요.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 주면 맘도 편하고 운영도 잘돼지요.

앞으로의 바램이 있다면 경주행복학교 기념실을 만들어서 문집과 자료들과 어르신들의 활동 사항 등을 모아 보관하고 싶습니다. 제 꿈이 커요. 행복학교 단독 건물이 있어서 수업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우리 학생들이 된장 싸가지고 와서 비벼먹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 공간에서 오후에는 윷놀이라든가 다른 놀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주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다립니다. 여자로서 한계가 있고 젊다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물러서지 않기 위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다독이며 천천히 오면서 행복학교 발전을 위해 왔습니다.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63호입력 : 2018년 1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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