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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서정 무르익는 ‘서악동’ 나들이

문화유산 활용이 보존… 서악리 기품있는 마을로 ‘환골탈태’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62호입력 : 2018년 10월 26일
문화유산 활용이 보존… 서악리 기품있는 마을로 ‘환골탈태’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경관 보유한 마을속으로 걸어보아야

↑↑ 마을 곳곳에서도 자지러지게 만발한 구절초 무리들을 볼 수 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모르고 지냈는데 숨어있는 보석을 찾은 것 같아요”

서악동이 변했다. 최근, 김유신 장군의 누이 보희, 문희의 꿈 이야기 배경 장소인 선도산국립공원 자락으로부터 펼쳐지는 마을인 서악동을 두고 하는 방문객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왕릉과 고분과 사적들과 보물, 아름다운 지형과 자연경관을 보유한 이 마을은 전체적으로 평지와 산지형이 섞인 지형으로 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마을 곳곳은 요즈음 잔치같은 나날을 맞고 있다. 구절초며 국화들이며 가을꽃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문화재 경관이 회복되면서 그들과 어우러져 절경을 자아내고 있는 것. 

비교적 도심에서 멀지않은 서악동은 경주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역사문화경관과 더불어 힐링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동네다. 그 변신의 끝이 어딜지 내년이, 내후년이 더욱 기다려지는 마을이기도 하다.

↑↑ 연못 또한 자원화 시키고 있다. 코스모스가 절정.

서악동 건너편 무열왕릉 뒤로 왕릉 4기를 비롯해 보물인 서악동 삼층석탑과 도봉서당, 진흥왕릉을 비롯해 진지왕, 문성왕, 헌안왕릉 등으로 추정되는 고분군이 마을 안에서 호흡하며 한눈에 시원스레 펼쳐진다. 이외에도 용작골 주상절리, 선도산 정상의 삼존불상 등 숨겨진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이 공존하는 곳이다. 하늘빛이 유난하다는 올해 가을이다. 여러차례 자연과 역사로부터 위안받을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 서악동을 찾았다.

‘문화유산활용을 통한 보존’이라는 신념과 열정으로 서악을 이처럼 환골탈태 시키며 오늘의 서악을 만든 경북문화재돌봄사업단 진병길 단장(신라문화원 원장)과 함께 이 마을을 걸어보았다. 걸어서 40~50분 정도면 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는데 마을 곳곳을 수놓고 있는 우윳빛 구절초가 나날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가려져서 방치되고 잊혀져가던 서악동의 문화유산들과 자연경관들은 ‘문화재돌봄’이라는 이웃을 만나 기품있는 마을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 신라시대 3현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서악서원.

-자연과 문화유산의 경관 회복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경주 될 수 있어
최근 경주에서 가장 큰 핵심적 변화가 있는 마을을 꼽으라면 당연히 서악동의 변신을 꼽을 수 있다. 자연과 문화유산의 경관 회복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경주가 될 수 있다는 우수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주만의 잠재력으로 인근 도시에 영향을 미치고 그 도시들을 리드할 수 있는 것. 이미 여러 가지 기분좋은 징후와 소식들이 이곳 마을에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진병길 단장은 “전체적으로 이 마을의 변화는 서악서원 정비사업을 계기로 9년여에 걸쳐 변혁이 진행됐습니다. 문화재 돌봄을 지원받으면서 8년여 만에 대나무를 베어내는 등 6년간은 유적중심으로 정비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고요. 기존엔 문화유적 중심으로만 정비했다면 돌봄 사업이 도입되면서는 유적 주변경관까지 정비하게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2년간은 마을 가꾸기 사업(KT&G의 전적인 후원과 함께 관계되는 주민들의 자부담 협력)을 진행해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서악마을가꾸기 사업으로는 서악동 샛골마을 30여 집의 푸른 판넬지붕을 검은 유성페인트로 칠해 골기와와 조화를 이루고 담장낮추기, 돌담쌓기, 벽돌담장, 흰벽 페인트 작업, 마을길정비, 유휴공간, 주차공간 확보 등 마을경관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 전체 마을 담벼락을 비롯해 통일성이 있으면서도 조화롭게 단장하고 있다. 주민들의 대부분 자발적인 요청으로 마을 가꾸기가 쾌속으로 진행됐고 주민이 함께 마을을 가꿨던 것이다. 한편, 마을이 바뀌면서 부녀회가 재결성되기도 했다고.

최근엔 ‘구절초달빛음악회’가 수차례 열려 경주시민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울려 가을 분위기를 만끽하기도 했다. 보물인 서악리 삼층석탑 주변에 꽃들을 심자 10평의 문화재가 2000평의 문화자원이 된 것이다. ‘문화재 활용이 보존이다’는 진 원장의 평소의 신념이 문화재 자원의 가치를 배가 시키고 있는 사례.

↑↑ 보물인 서악리 삼층석탑 앞에서 열린 ‘구절초달빛음악회’.

-서악동 나들이...넘실대는 구절초와 가을꽃 속에 서악서원, 도봉서당, 무열왕릉, 서악리삼층석탑, 선도산 고분군 등이 조화 이뤄
그렇다면 서악동을 자세하게 한 번 들여다보기로 하자. 서악서원에 주차를 하고 먼저 서악서원부터 들려보아야한다. 이 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경주에서 옥산서원과 서악서원 단 두 곳 만이 존속했을만큼 유서깊은 사액서원이다. 그래서 건물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고 서원 스테이도 운영하고 있으며 9년전 서원을 정비하고 개방한 이후 항상 문을 개방해 오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김유신 장군과 함께 설총, 최치원 선생 등 신라시대 3현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서원으로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이 서원은 문화재 활용의 훌륭한 사례로 회자 되고 있으며 전국 서원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 진흥왕릉으로 추정하는 고분과 서악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서악 서원을 들렀다면 걸어서 5분 거리인 무열왕릉(사적 제20호)을 들르자. 무열왕릉 입구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4기의 고분군(사적 제 142호)이 있는 중턱까지 반드시 걸어볼 것을 권한다. 

경주 시내의 여느 고분들과는 달리 장중한 위용이 느껴지는 큰 고분군 중턱의 능선에서 경주 시내를 내려다보면 멀리 남산, 토함산이 보이고 월성, 대릉원, 황남동 등 시내 일원도 내려다볼 수 있다. 이 고분군은 학자들간 견해 차이는 있지만 23대 법흥왕, 24대 진흥왕, 25대 진지왕릉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열왕릉 능선 끝자락 즈음에 고분 4기에서 우측으로 다다르면 문이 하나 있다. 무열왕릉 뒷편 고분군과 서악마을의 경계 철문인데 굳게 잠겨 있다. 이 철문은 주변 경관과도 어울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철문을 걷어내고 문을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방문객들이 무열왕릉과 서악마을을 자유롭게 오가는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보였는데 닫혀있어 안타까웠다. 이곳 주민들과 경주시의 협력을 통한 해결 방안이 시급해 보였다. 

이 문을 열면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선 연꽃이 피고 연못 주변에는 코스모스가 번갈아 피고 진다. 연못 또한 자원화 시키고 있는 것으로 연못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풍경도 가히 아름다웠다. 연못 주변엔 올해 9월초 꽃무릇 2만 송이를 심어서 내년엔 붉은 꽃무릇이 펼치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 도봉서당 황정 선생 묘로 전해지는 고분 앞의 문인 석상 한 쌍.

이 연못을 지나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가면 천혜의 용작골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 오른쪽으로는 환한 구절초 향연의 주인공인 보물 제65호로 지정된 서악리 삼층석탑이 오롯하게 나타난다. 이 석탑은 통일신라시대 탑으로 모전석탑계열의 탑이다. 

이 석탑 주변엔 바야흐로 구절초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봄에는 연산홍과 진달래가, 부처님오신날 즈음 5월에는 작약이 어우러진다. 부처님오신날 피는 작약은 등을 달아 소원을 빌며 탑돌이를 하는 행사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낸다. 

이어, 바로 옆에 인접한 도봉서당을 둘러보자. 도봉서당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97호로 조선조 학자였던 황정 선생의 학덕과 효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당이다. 서당의 뒷편으로는 진흥왕, 진지왕, 문성왕, 헌안왕으로 전해지는 선도산 고분 4기가 구릉을 타고 자연스레 있다. 또 한 기의 고분이 더 있는데 도봉서당에서 모시는 황정 선생 묘로 전해지는 고분이 그것이다. 

이 고분 앞에는 문인 석상 한 쌍이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데 석상의 조성 시기는 조선시대라고 한다. 이렇게도 수더분하고 귀엽기까지 한 석상은 본적이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 ▲고분군을 오르면 마을의 기와지붕들과 함께 서악리 고분군을 선명하게 마주 바라볼 수 있다. 이 마을에서 손꼽히는 뷰 포인트(view point).

-마을 언덕 마다 골목마다 볼거리 다양하고 손꼽히는 뷰 포인트(view point) 있어, 반드시 마을 속으로 걸어야 해
여기서 시간이 더 허락된다면 선도산 9부 능선 즈음에 있는 서악동 마애여래삼존입상을 보면 된다. 탑에서는 40~5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가벼운 등산복을 입고 트래킹 코스로 적절할 것 같다. 거기에서 다시 내려와 탑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살짝 오르면 비지정 문화유적인 고분 20여 기를 만날 수 있다. 이 고분들 주변은 잡목과 수풀로 우거져 심하게 방치돼 있어 고분들의 형체조차 알 수 없었던 상태였는데 문화재돌봄사업단에서 주변을 정비해 지금은 훤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들 고분 뒤안길로 가다보면 예전엔 대나무와 잡목들에 가려져 무열왕릉 뒤편 서악리 고분군들이 아예 보이지 않았는데 정비가 된 지금은 포물선을 그리고 있는 서악리 고분군을 선명하게 마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을의 기와지붕들과 함께 멀리 시내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는 이곳 능선 정상에서의 조망은 최고였다. 이 마을에서 손꼽히는 뷰 포인트(view point)여서 꼭 한 번 감상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꽃이 없는 겨울엔 이 능선에서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실컷 감상했다면 마을쪽으로 다시 내려오게 된다. 

또 여러 기의 고분을 지나 주차를 해놓은 서악서원과 만나는 길로 다시 이어진다. 4~50분이면 이 모든 마을과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향후 서악리 문화해설사 상주도 계획하고 있으며 올해 후반기에는 서악리를 안내하는 지도와 마을의 변화전후를 설명하는 교재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진병길 단장은 “이 마을 투어의 핵심은 서악서원이나 무열왕릉 두 곳 중 한 곳에 주차하고 반드시 마을 속으로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을 언덕 마다 골목마다 볼거리가 다양해서 차로 이동하면 마을을 느낄수 없습니다”고 했다. 한편, 간이 화장실 등이 필요해 보였는데 경주시와 함께 관광자원 화장실을 구상중이라고 전했다. 

이 마을을 찾은 성건동의 한 시민은 “서악마을은 역사와 문화가 주민들과 함께 공존하는 곳인 것 같아요.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동네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아름다운 마을에 홀딱 빠져 들었답니다” 라며 즐거워했다. 또 이 마을을 찾은 문화체육관광부 홍성운 국내정책과장은 “한 사람의 관광 리더가 지역을 변화시키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껴봅니다. 서악동이 한국 관광의 샛별로 빛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보겠습니다”라며 애정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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