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대표 미술사학자 4인 공덕 추모비 5기, 감포 바닷가에 나란히-미술사학계 태두인 스승과 그 학덕에 감화된 제자들, 감포 바닷가에서 영생 얻다
고유섭, 황수영, 진홍섭… 신라와 경주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연구 거듭하고 천금같은 의미 부여해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45호입력 : 2018년 06월 15일
|
 |
|
| ↑↑ 감포읍 대본리 681번지 ‘동해구(東海口)’ 에는 한국 대표 미술사학자 고유섭, 황수영, 진홍섭, 정영호 선생의 공덕 추모비가 세워져있다. |
|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도 잊어서는 안 될 작품으로 경주의 석굴암 불상을 갖고 있다. 영국인은 인도를 잃어버릴지언정 섹스피어를 버리지 못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귀중한 보물은 이 석굴암의 불상이다’ -동아일보, 1934년, 우현 고유섭의 글 중에서.
우현 고유섭 선생(1905~1944)을 사사한 개성 출신 수묵 진홍섭(1918~2010) 선생과 초우 황수영(1918~2011) 선생. 이들은 경북의 문화재, 특히 경주의 문화재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인물들이다.
양북면 봉길리에 있는 신라 문무왕의 해중릉이 내려다보이는 이견대와 대종천 사이의 작은 동산(감포읍 대본리 681번지)에 석비들이 세워져있다. ‘신라 동해구’ 비석과 신라 동해구 비의 해설문이 적힌 ‘동해구’ 석비가 그것이다.
이 석비들이 있는 곳은 전 동국대 총장 황수영 선생이 문무대왕과 그를 추모하던 고유섭 선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동해구(東海口)’로 명명한 작은 동산이다.
|
 |
|
| ↑↑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는 경주와 문무대왕을 숭모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있는 고유섭 선생이 쓴 수필 제목이다. |
|
여기서 언덕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미술사학계의 태두인 고유섭 선생(이하 존칭은 생략함)을 기리는 비석 5기가 나란히 서 있다. 고유섭의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 비 양 옆으로는 제자 황수영과 진홍섭의 비와 최근 3대 제자 정영호의 비석이 추가로 건립돼 4명의 추모비가 있다. 제자 황수영과 진홍섭으로 인해 스승 진홍섭의 학문적 성과는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이른바 ‘개성삼걸(開城三傑)’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는 이 현창비는 고유섭·황수영·진홍섭이 한국미술사학계의 제1세대로서 한국미술사 연구를 이끌어 왔고 모두 개성 출신의 미술사학자였기 때문에 ‘개성삼걸비(開城三傑碑)’로 불리고 있다. 여기에 이들 비석을 세운 데는 이유가 있었다. 1967년, 인근 봉길리 해변으로부터 200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자연석을 황수영 등이 참여한 신라오악학술조사단이 조사했고, 그곳이 '문무왕 해중릉'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린 것에서다. 3대에 걸친 스승과 제자들의 넋이 이 작은 터에 함께 호흡하고 있는 듯 했다.
미술사학계 거물들이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간 흔적을 찾아 제법 빗줄기가 굵었던 지난 11일 ‘동해구’에 다녀왔다.
-동해구(東海口), ‘고유섭의 비림(碑林)’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어
강석근 경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소장은 ‘고유섭의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동해구(東海口)의 비림(碑林)을 찾아서’에서 ‘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 비(고유섭 서거 30주기를 기념해서 한국미술사학회에서 건립)는 1974년, ‘문무왕의 유언’ 비는 1990년, ‘대왕암’ 시비는 1985년으로 각각 서 있다. 따라서 이곳 동해구를 ‘고유섭의 비림(碑林)’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라고 했다. 강석근 소장은 동해구에 있는 ‘고유섭의 비림(碑林)’에는 기이한 향기가 난다. 아주 특별한 스승과 유별난 제자의 아름다운 인연에 감동할 따름이다. 스승의 향취와 학덕에 감화된 후학이 평생을 다해 스승을 받드는 아름다운 미담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라고 했다.
또 ‘이곳은 용당리(대본리·봉길리)의 바닷가에 서서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를 외치던 고유섭이 제자인 황수영에 의해서 영생을 얻은 장소가 되었다. 이제 대종천과 해중릉이 있는 양북면 봉길리와 감포읍 대본리의 바다는 많은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추억의 장소로 변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문무대왕의 장엄한 기풍과 호국정신을 추앙하고 있다’면서 ‘문화 선각자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는 구체적으로 증언해 준다’고 했다.
|
 |
|
| ↑↑ 진홍섭 선생, 황수영 선생, 정영호 선생의 공덕추모비. |
|
-우현 고유섭(1905~1944)...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문무대왕 해중릉에 천금 같은 의미 부여
우리나라의 미술사학을 열어준 고유섭은 1905년 인천에서 출생한다.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철학과(미학 및 미술사학 전공)를 졸업하고 1933년 개성부립박물관장을 맡고, 이후 이화여전과 연희전문 등에서 미술론 등을 강의하면서 한국미술사 관련 논문을 신문과 잡지에 활발하게 발표한다. ‘조선탑파의 연구’는 대표적 저서이며 미술사와 미학 연구는 탑·고분·건축·불상·도자·회화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사의 전 분야에 망라돼 있다.
그는 한국미술사 연구에 초석을 쌓아 미술사학계의 태두로 평가받아 왔고 새로운 연구 방법을 적용한 ‘한국미술사’ 초고를 완성한 1944년 40세를 일기로 개성부립박물관 관사에서 간경화로 사망한다. 그의 학맥은 황수영·진홍섭ㆍ최순우 등에게 이어졌다. 특히 황수영은 고유섭의 학문과 인품에 감동해 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을 평생 실천하게 된다. 고유섭은 경주 사람은 아니지만 오매불망 경주의 용당리 바다를 잊지 못했다. 개성에서 한국미술사 연구로 바쁜 가운데서도 마음은 항상 용당리 바다와 문무대왕의 해중릉에 두었다.
강석근 소장은 “그의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는 호고적(好古的)인 문체와 난삽한 한자어를 많이 사용한 글이지만 경주와 문무대왕을 숭모하는 마음이 잘 드러난 글이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실린 문무대왕의 기록에 감동해 당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문무대왕의 해중릉에 천금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고유섭의 견해는 너무 감동적이지 않은가. 경주에 대한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난 또 다른 글에는 ‘경주 기행의 일절(一節)’이 있다. 이 두 편 수필에는 그의 뜨거운 경주 사랑과 탁월한 예술적 심미안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하면서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를 읽어 보고 아울러 동해구에 건립된 5기의 비석을 찾아 그 가치를 천천히 음미해 볼 것을 권한다고 했다.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바다로 향하면 대왕암의 엄숙한 자태, 무심한 흰 갈매기는 파도와 함께 조용히 날아가는데
아래는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의 일부분이다.
‘경주에 놀면 불국사에 노닐 줄 알고 불국사에 노닐고 나면 석굴암을 누구나 찾지만 다시 석굴암의 산골짜기를 끼고 가는 물줄기를 타고 가고 가기 육십여 리, 이 대종천 하류에 이르면 펑퍼짐한 언덕, 그곳에서 푸른 파도는 벌써 보이기 시작하는데, 용당 산하에 버려진 감은사지의 고고(高高)한 삼층석탑, 그곳에서 다시 나와 바다로 향하면 대왕암의 엄숙한 자태, 무심한 흰 갈매기는 파도와 함께 조용히 날아가는데 파도에 떠 있는 저 일엽편주는 바람결에 던져져 있고..., 중략..., 바다의 향기는 숨어들고, 솔바람소리는 귀에 들려온다. 그래서 이곳 바다를 나는 ‘잊히지 못하는 바다’라고 한다’.
이 글은 1939년 고려시보에 처음 실리고, ‘전별(餞別)의 병(甁)’에 다시 실렸다.
 |  | | | ⓒ (주)경주신문사 |
-초우 황수영(1918~2011)...신라와 경주에 대한 각별한 연구로 문무왕릉과 이견대의 위치확인하는 획기적인 연구하고 석굴암과 불국사의 원형 복원 연구
초우는 아호다. 1918년 경기도 개성에서 출생해 1941년 도쿄제국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황수영은 중학생 시절부터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경주 수학여행 때 절터에서 얻은 연화문 막새기왓장을 평생 간직하는 등의 학구열로 평생에 많은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특히 황수영은 불교미술과 불교문화재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학시절 개성박물관장이었던 고유섭의 가르침에 큰 감화를 받아 일찍부터 한국미술사 연구에 뜻을 두고 있었다.
1948년 1월부터 국립박물관 박물감을 시작으로 고고미술사학 연구에 헌신하는데 박물감 소임은 이러한 의지가 실천에 옮겨지는 계기가 되었다. 고려 제일의 흥왕사 옛터의 시굴 조사와 강원도 양양 선림원지에서의 신라 범종 수습은 미술사 연구의 첫걸음이 됐다.
한국전쟁 이후 유적유물 답사는 계속됐고 1956년부터 동국대학교 교수로 임용된 이후로 연구는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다. 1971년부터 1974년까지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중책을 맡아 국가적인 큰 업적을 남겼다.
특히, 신라와 경주에 대한 각별한 연구로, 경주 삼산오악조사단의 구성과 연구를 통해 문무왕릉과 이견대의 위치를 확인하는 획기적 연구를 한 인물이다.
1960년대 중반, 여러 해에 걸친 석굴암 해체 복원 작업에서 원형을 찾아내고 불국사의 원형 복원을 연구하는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석굴암 중수공사는 특히 손꼽히는 업적이다. 1965년 공사 당시 수석조사관이었던 그는 3년간 석굴암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중수를 주도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시멘트를 발라놔 풍화가 급속하게 진행됐던 석굴암의 훼손을 막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 나갔다. 시굴조사를 통해 무너져 있던 팔부중 부조상의 배치위치를 찾아내 복원했고, 해풍으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해 목조건축형태의 전실을 복원했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국보 제109호), 경주 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 등의 유적 조사는 대표적인 그의 업적이다. 이러한 공적과 석굴암 복원 업적으로 1964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의 고매한 인격과 높고 깊은 학문은 후학 양성으로 이어지고 오늘날 미술사 연구의 초석이 됐다.
-수묵 진홍섭(1918~2010)...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창설하고 문무대왕릉과 남산신성비 발견
수묵은 아호다. 개성 출신. 1941년 일본 메이지대학을 졸업한다. 황수영과 함께 황무지 같던 고고미술사학계를 이끌었으며 개성박물관장에 취임했다.
특히 한국 전쟁후 국립경주박물관장(1952~1961) 재직 10년간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를 창설(1954년)해 오늘에 이르렀으며 신라삼산오악조사와 문무대왕릉과 남산신성비들의 발견은 대표적인 업적이다. 1963∼1983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미술사와 고고학을 강의했으며 박물관장을 보직 받아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의 기반을 든든히 한다. 그는 온후하고 과묵한 성품으로 오로지 학문연구와 교육에만 진력해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문화재위원장, 한국미술사학회장을 비롯해 여러 학회와 문화 단체의 책임자로 추대돼 큰 성과를 이뤘다. 학문 연구도 빛나 대한민국은관문화훈장, 학술원상 등을 수상했다. 교육과 학문을 겸비한 수묵 선생의 교훈과 업적은 후학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있다. 대표 저서로 ‘경주의 고적’ 등과 ‘한국미술사자료집성’ 등의 편저들이 있다.
2015년 진홍섭의 공덕추모비가 제막됐을때 60년째 수업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의 1회 졸업생들과 어린이들이 교가를 불러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은 에피소드가 전한다.
한편, 호불 정영호(1934~2017)의 추모비도 함께 나란히 서 있다. 정영호는 황수영의 가르침을 평생 새겨 고고미술사 연구에 진력했다. 그는 고유섭을 잇는 황수영과 진홍섭의 추모비를 대왕암을 잘 조망할 수 있는 이 곳에 함께 세워 그 뜻을 기리게 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네 번째 비석이 황수영의 비석 오른쪽에 세워졌다. 바로 미술사학자 정영호를 위한 비석이었다.
|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45호 입력 : 2018년 06월 15일 
- Copyrights ⓒ경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방문자수
|
|
어제 방문자 수 : 27,702 |
|
오늘 방문자 수 : 16,820 |
|
총 방문자 수 : 7,072,468,563 |
|
상호: 경주신문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계림로 69 / 발행인·편집인 : 손동우 / 발행인 : 정학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동우
mail: gjnews21@hanmail.net / Tel: 054-746-0040 / Fax : 054-746-004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024
Copyright ⓒ 경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
|
|
|
|
|
회원가입
기사쓰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