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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하성찬 전 교장의 경주이야기

경주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원원사지(遠願寺址)(1)

방하착(放下着)하라
하성찬 시민전문 기자 / 1478호입력 : 2021년 03월 04일
↑ 하성찬 시민전문기자
경주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원원사지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7번 국도인 포항-울산 간의 산업로는 대형 화물차들의 거친 운행으로 통행이 불안하다. 모화초등학교를 지나기 직전 우회전을 한 후 바로 급하게 좌회전을 하여 도로와 철로 아래를 통과하면 모화북1길이다. 길 좌측으로 보이는 천주교 모화성당을 거쳐 경주시지정 모화숯불단지를 지나면 우측으로 모화저수지가 나타난다. 저수지를 지나면 바로 원원사지에 이르게 된다.

절 입구 일주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鳳棲山 遠願寺’라 새긴 돌기둥이 있다.
1669년 경주부윤 민주면이 편찬한 『동경잡기』에는 ‘遠願寺’로, 삼국유사에는 ‘遠源寺’로 표기되어 있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았을 때 원원사가 창건된 것이 까마득한 옛날이니 ‘遠源寺’의 표기가 맞을 듯도 하지만 왜의 침입을 먼 훗날까지 막아야 하겠다는 비원에서 창건된 사찰이라면 ‘遠願寺’가 합당할 듯하다. 문화재청에서는 동경잡기의 기록을 따르고 있다.

절을 향하여 안으로 들어가면 금강문에 있어야 할 금강역사상과 천왕문 안에 모셔야 할 사천왕상이 찬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다. 아직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혹 이 신장들이 감염이라도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호법신중들의 검문을 받고 경내에 이르면 새로 조성된 중심법당인 천불보전 앞에 이르게 된다. 법당으로 오르는 돌계단 왼쪽에 ‘放下着’이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안으로 들기 전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인가?

방하착(放下着)과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 스님이 탁발을 하러 길을 떠났는데, 산세가 험한 가파른 절벽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때 갑자기 절벽 아래서 “사람 살려!”라는 절박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떤 사람이 실족하여 굴러떨어지면서 다행히 나뭇가지를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이게 어찌된 된 영문이오?”

“사실은 저는 앞을 못 보는 봉사올시다. 산 너머 마을로 양식을 얻으러 가던 중 잘못하여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졌는데 다행히 이렇게 나뭇가지를 붙잡고 구사일생으로 살아 있으니 뉘신지 모르오나 나 좀 구해주시오. 이제 힘이 빠져서 곧 죽을 지경이오!”

스님이 자세히 아래를 살펴보니 그 장님이 붙잡고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는 땅바닥에서 겨우 사람 키 하나 정도 위에 있었다.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을 정도였던 것이다. 스님이 장님에게 외쳤다.

“지금 잡고 있는 나뭇가지를 그냥 놓으세요. 그러면 더 이상 힘들이지 않고 편안해 질 수 있소!”
그러나 매달려 있는 장님이 애원했다.

“내가 지금 이 나뭇가지를 놓아버리면 천길만길 아래로 떨어져 죽을 것이니 앞 못 보는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어 제발 나 좀 살려주시오”

스님은 장님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으면 당장 그 손을 놓으라고 계속 소리쳤다.
그런 와중에 힘이 빠진 봉사가 손을 놓치자 아래로 툭 떨어지며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몸을 가다듬은 장님은 졸지에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파악하고 멋적어 하며 인사도 잊은 채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우리도 이와같이 앞 못 보는 장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끝없는 욕망에 집착하며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놓아버리지 못하고 아등바등 발버둥치는 것이다. 방하착(放下着)은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이 방하착은 스님들의 화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당나라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탁발승인 엄양존자가 선승 조주선사를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하나의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어찌합니까?”
엄양존자의 물음에 조주선사가 대답했다.
“방하착하라”
엄양은 어리둥절하여 손에 든 염주와 짚고 온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한 물건도 갖고 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내려놓으라는 말씀이신지요?”
“방하착하거라”
등에 맨 걸망까지 내려놓고 손을 털면서 엄양이 말했다.
“몸에 지닌 것이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내려놓으란 말입니까?”
이에 조주선사가 말했다.
“그러면 착득거(着得去) 하거라”
내려놓기 싫으면 그대로 지니고 가라는 말이다.
하성찬 시민전문 기자 / 1478호입력 : 2021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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