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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잡다가 놓치는 경주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537호입력 : 2022년 05월 19일
↑↑ 박임관
경주학연구원장
경주는 늘 신라 천년의 역사성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자부와 긍지를 바탕에 깔고 중앙정부로부터 특혜나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역사와 문화, 관광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당연한 듯 경주가 투자나 유치가 1순위인 양 큰 소리 치다가 닭 쫓는 개의 꼴이었다. 뜨거운 감자를 탐내어 무턱대고 잡다가 놓쳤다고나 할까.

1991년 정부의 지방경마장 건설계획에 따라 유치운동에 뛰어들어 위기를 겪었지만 1994년 정부의 최종발표로 경주 유치가 성사됐다. 하지만 1999년 연말까지 진행된 천북면 손곡리 일원의 29만4000여평 부지는 문화재 출토로 사적으로 묶인 채 없던 일이 됐다. 2005년 11월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방폐장) 부지선정 유치에 뛰어들어 주민투표 89.5%라는 경이적인 찬성률로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의 논리는 월성원전에 쌓여있는 고준위 폐기물을 타 지역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과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지원으로 경주가 잘 살수 있다는 것이었기에 관제투표를 불사하고 이뤄낸 성과였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까.

21세기 굴뚝 없는 황금산업이란 미명아래 시작된 카지노장 유치운동은 강원도 정선으로 귀결된 채 1998년 강원랜드가 문을 열었다. 그 후 2010년에 경주 카지노 신규 유치의 의욕을 불태웠지만 불발에 그쳤다. 2000년 들어서며 시작된 태권도공원 유치운동은 5년여 기간 동안 국토순례단까지 꾸려 전국을 돌며 홍보하는 대장정을 펼쳤으나 실패했다. 정치적 편견이 개입된 채 전라북도 무주군이 선정된 것이다. 2014년부터 시작한 원자력해체연구소 유치 운동도 5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수로·경수로 원해연 분리 설립 결정이라는 반쪽 성공에 그쳤다. 즉 경주에 중수로 원해연을, 부산·울산에 경수로 원해연을 각각 설립한다는 것이었다. 또 축구종합센터 유치에도 뛰어들어 고군분투했지만 2019년 충청남도 천안시에 넘겨주는 아픔을 겪었다. 경주가 방심하는 사이 2020년에는 방사광가속기 사업 예정지가 충청북도 청주시로 확정되는 일도 있었다.

흔히 국책사업이라 하는 대형 공모 사업은 다분히 정치적 고려가 개입돼 경주를 실망시켰다. 그때마다 우리는 “우야다 이래까지 됐노”, “경주시민 그만 속여라”를 외쳤지만 허공에 맴돌다 사라지는 메아리에 그쳤다. 이러한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다. 이제는 뜨거운 감자를 덥석 잡다가 놓칠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잡고 먹을 수 있는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일찍이 2008년 경주경실련 부설 원자력정책연구소와 동국대 경주캠퍼스 지역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해 국책사업 유치 3주년 분석평가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바 있다. 이 세미나는 경주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유치한 지 3년을 맞이해 지역의 현 상황과 앞으로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처럼 국책사업의 경주 유치를 위한 학술행사나 연구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전개돼야할 것이다. 미리 준비하는 지역만이 기회가 왔을 때 정치논리에 밀리지 않고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지나온 과거의 기록이다. 당시에는 최선이었을지언정 훗날 되돌아볼 때 최악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역사이다. 또 그 반대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는 가정이란 존재하지 않고 결과만 있을 뿐이다. 경주 황성공원 실내체육관 북동편 광장에는 2009년 6월 8일 제2회 경주시민의 날을 맞이해 매설한 타임캡슐이 있다. 이 속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양성자가속기 등 3대 국책사업 유치의 성과를 기념하는 물품도 매설됐다. 100년 뒤 2019년 경주시민은 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 궁금하다.

역사문화권이란 특성과 산업 경제라는 지역의 차별적 우위를 적극 내세워 경주의 미래를 그려 나간다면 뜨거운 감자를 무턱 대다시피 잡다가 놓치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인 신라 및 통일신라의 거점에 따라 상당한 면적이 고도제한이나 개발제한, 환경보전 등의 제약 요건에 물려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들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회피하거나 부정적요소로 접근하기 보다는 지역의 상황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국책사업의 유치를 위해서, 또는 그런 사업 아이디어를 수상하여 선제적으로 지원 요청을 위해서 발 벗고 나설 때이다.

오늘날은 산업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10년 뒤의 미래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급변의 시대에 와 있다. 경주는 해방 이후 1970년대 말까지 전성기였다. 그 후로는 인근의 울산이나 포항에 뒤쳐져 중소도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종별로도 도·소매업이 전체의 약 28%에 이르고, 숙박 및 음식점 27%, 기타 서비스업 12%, 제조업 9.6% 정도의 양상이다.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더라도 2018년 현재 1차 산업(농업·목축업·임업·어업 등)이 3.25%, 2차 산업(1차 산업을 제외한 생산업)이 53.3%, 3차 산업(서비스)이 38.7%의 형태를 보이고 있어서 좀처럼 구조의 틀이 바뀌지 않고 있다.

이제 경주는 다시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꿈만 쫓아가다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 경주를 연구해 경주에 맞는 옷을 맞춰 입도록 힘을 모으자. 뜨거운 감자, 집게로 잡고 반드시 먹도록 하자.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537호입력 : 2022년 0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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