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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경주에서 잡아간 범(호랑이)을 찾아주세요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521호입력 : 2022년 01월 13일
↑↑ 박임관
경주학연구원 원장
1922년 10월 2일 오전 8시경 농사를 짓던 26세 청년 김유근은 주민들과 경주 대덕산 박석골에 땔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느닷없이 큰 범(호랑이) 뒤에서 덮쳐 쓰러졌다. 일행이 구출한 소식을 들은 구정주재소(현재 불국파출소) 미야케 고우조우[三宅興三, 1921년 금관총 최초 확인자] 순사가 주민 수백 명과 수색한 끝에 범을 사살하였다. 경주 하동저수지 서쪽, 대덕산에서 일어난 100년 전의 사건으로 무게가 131kg(35관) 되는 ‘남한의 호랑이’의 마지막을 말해주는 경주 큰 범의 이야기이다.

범띠 해가 시작되었다. 특히 올해는 임인년으로 임[壬]은 검은 색을 나타내므로 ‘검은 호랑이’라는 특별한 범의 해이기도 하다. 보통 12간지에서 우리는 범띠라든가, 범의 해라고 많이 사용한다. 범은 호랑이와 동일한 동물이지만 호랑이띠라든가, 호랑이해라는 말은 입에 붙는 용어는 아니다. 왜냐하면 호랑이를 ‘범’이라고 일컬어 오랫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한자 ‘호랑(虎狼)’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것으로 호랑이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호랑이에서 호(虎)는 ‘범’을 말하고 랑(狼)은 ‘이리’를 뜻한다. 범을 뜻하는 ‘호랑(虎狼)’이라는 한자는 <월인석보(1459년)>에 나타나기 시작하였지만 일반 대중적으로는 19세기 말까지 ‘범’으로 불리어 오다가 50년 전부터 ‘호랑이’로 불리워졌다.

범(虎, 호랑이)은 포유류로 고양이과에 속하며 황갈색의 검은 가로무늬가 있는 육식성 맹수이다. 범은 약 200만~300만 년 전 처음 나타난 이래, 6만~3만 년 전쯤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서식하던 공통조상으로부터 분기를 시작했으며, 인도네시아 쪽으로 남하하여 ‘수마트라호랑이’가 되었고, 인도 방향으로 이동하여 ‘벵골호랑이’가 되었다. 그리고 약 3만 4천 년 전에는 북쪽으로 이동하여 ‘남중국호랑이’와 ‘시베리아호랑이’로 분기했다. 현재 시베리아-만주-한반도에서 서식한 모든 호랑이를 시베리아호랑이(Panthera tigris altaica, 아무르호랑이라고도 함)에 속하는 단일 아종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불과 100여 개체 정도만 살아남아 있다.

우리 역사에는 <삼국유사> 고조선조에 처음으로 범이 나온다. <삼국사기>에 범이 나타났거나 인용된 곳은 24개 정도이며, 대궁(大宮)이나 궁궐, 신궁(神宮), 집사성(執事省)에 출몰한 것으로는 문무왕, 혜공왕, 문성왕, 헌강왕 등 5차례의 기록이 있다. 문성왕 5년(843)에는 무려 5마리가 신궁의 들에 떼를 지어 들어왔다고 한다. <삼국유사>는 11개 정도의 범 기록이 있다. 진덕왕 때 남산 우지암(亐知巖)에서 알천(閼川)이 들이닥친 범의 꼬리를 잡고 땅에 둘러 매쳐서 죽였다는 기록과 혜공왕 때 궁성에 출몰한 기록, 호원사(虎願寺)와 관련된 김현감호(金現感虎) 설화 등 네 번이나 출몰한 기록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경주에서 범에게 공격을 당한 사례가 세 번이나 나온다.

한반도에서 범의 수난사는 조선의 위민제해(爲民除害) 정책으로 개체수가 급감하다가 일제강점기 때 해수구제(害獸驅除) 정책으로 절멸(絶滅)에 이른다. 일제강점기 범 소탕에 조선 사냥꾼 2300여 명, 몰이꾼으로 민간인 9만여 명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일제는 ‘호랑이를 정복한다’라는 명목으로 사냥단인 ‘야마모토 정호군(山本 征虎軍)’까지 만들어 무차별적인 사냥을 실행했다. 조선통독부 통계에 따르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포획된 범의 수는 호랑이가 97마리, 표범이 624마리이다. 이때 사살된 호랑이는 가죽과 고기 형태로 일본에 보내졌으며, 특히 도쿄 제국호텔에서는 호랑이 고기 시식회인 호식회(虎食會)를 열기도 했다.

예로부터 범은 효의 수호신과 후원자로 등장해 효성이 지극한 사람을 돌보는 존재로 각인되었다. 그리피스(William Elliot Griffis)는 1882년 <은자의 나라 조선>에서 “범이 땅과 공기와 하늘의 모든 힘을 장악하고 있다.”고 표현하였다. 최남선은 “조선은 호담국(虎談國)”이라 한 바 있고, 중국의 대문호 루쉰(鲁迅)도 조선사람을 만나면 꼭 “알고 있는 범 이야기를 해 달라”며 졸랐다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표한 ‘구비문학에 나타난 호랑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동물 속담 중 범과 관련된 것이 전체의 10.8%를 차지한다. 개(1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선호동물 1위의 범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마스코트로 쓰였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엠블럼으로도 쓰였다. 2023년에 있을 제25회 세계잼버리 마스코트 이름도 ‘새범이’로 정해졌다.

1908년에 영광 불갑산에서 잡힌 한국산 범이 박제가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경주 대덕산의 호랑이가 남한의 마지막 범인 것이다. 이후에도 잡힌 예는 있으나 비공식으로 친다. 다른 도시에서는 범 동상과 같은 조형물을 만들거나 증강현실로 선보이는 이때, 경주의 호랑이도 살렸으면 한다. 일본 황족인 캉인노 미야코토히토친왕(閑院宮 載仁親王)에게 박제로 헌상 되었던 대덕산 범의 소재를 파악하여 찾아오고 조형물이라도 세웠으면 좋겠다. 그나마 하동 경주민속공예촌에 들어서면 몇 년 전에 만든 범(호랑이) 석상이 있어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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