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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과 함운경, 그리고 우리집 백일홍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99호입력 : 2021년 07월 29일
↑↑ 신 평 변호사
(사)공정세상연구소장
여름철 별미라면 그중에서도 민어회가 돋보인다. 멀리 군산에서 수산물을 취급하는 함운경 씨에게 주문한 민어회를 저녁에 맛있게 먹었다. 그는 과거 반체제 인물의 상징에서 이제 하루하루 바닥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는 자영업자로 살고 있다.

이 정부의 경제정책 중에서 가장 중심은 뭐니 뭐니 해도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이다. 그리고 그 정책의 두 개의 지주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주 52시간제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던 듯하다.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한정하면, 기업은 고용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에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더욱 수적으로 많아진 피용자들의 소득향상이 덧붙여지니 늘어난 소득이 경제성장을 밀어붙여 경제는 상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어느 동영상을 보니, 문대통령은 주 52시간제를 ‘일자리 나누기’로 파악하며 이를 홍보하고 있었다.

선거를 다섯 번이나 떨어지고 갈 데까지 간 함운경은 횟집을 차렸다. 자영업을 하며 그는 소주성이 몰고 온 험한 파고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소주성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다. 사실 소주성은 젊은이들의 실업율 확대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많은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였다. 함운경은 이를 직시했다. 그는 소주성이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정망의 확보를 기업과 고용주에게 미뤄놓는 것이라고 질타한다.

그가 서울 미문화원 점거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을 때 재판장은 그에게 엄한 훈계를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재판장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 내가 경주법원에서 형사단독 판사를 하였을 때, 노동운동, 학생운동을 하다 잡혀온 이들에게 당시로서는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관대한 처분을 하였다. 하지만 나는 판사를 거친 사람으로서 함운경에게 몹쓸 짓을 한 재판장을 대신하여 일종의 부채의식을 항상 갖고 있다. 그러다가 그의 소주성에 대한 비판이 실린 기사를 읽고, 평소의 분분한 생각들이 일시에 일사불란하게 정리됨을 느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경주에 살며 저 멀리 군산 횟집에 회를 주문하게 된 것이다.

장마철임에도 여름꽃인 백일홍이 피기 시작하였다. 원래 우리집 백일홍은 수형이 아주 좋다. 적어도 덕수궁에서 본 나무보다 더 굵고 잘 뻗었다. 그러다 작년에는 이파리들이 시커메지고 꽃도 형편없었다. 지난 늦가을 서리 내리고 난 다음 이 나무를 시작으로 하여 온 마당의 나무들과 밭의 유실수들에 손을 대었다. 그냥 손을 댄 것이 아니라 ‘강전지’라고 하여 과감하게 가지들을 잘라나갔다. 장톱과 같은 각종 장비를 갖추고, 사다리에 올라타 나무꼭대기까지 올라가 잘랐다.

그러나 봄이 오며 근심이 깊어졌다. 너무 자른 것은 아닐까? 새벽에 일어나면 우선 나무들을 살폈다. 집이 서천에서 불어오는 세찬 강바람을 받는 곳이라 다른 곳보다 온도가 좀 낮다. 이를 알면서도 초조했다. 그렇게 괴롭혔던 나무들이건만 고맙게도 늦게나마 하나씩 새싹을 틔워주었다. 하지만 백일홍은 그러지 못했다. 다른 집에는 벌써 싹을 틔우고 새 가지까지 올라오는데 기척이 없었다. 내가 저 귀한 나무를 죽였구나 하는 자책에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늦봄의 날 산책 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백일홍에 연하게 붉고 푸른 기운이 보였다. 살았구나! 하지만 그것이 새싹과 새순임은 근 1주일이나 지나서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후 지금 백일홍은 잎이 건강한 녹색임은 물론 꽃송이가 엄청 많이 달렸다. 작년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이처럼 무엇인가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우선 실정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그다음에 그에 맞는 올바른 처방을 하여야 한다. 내가 나무들에게 한 것은 두 가지의 조건에 모두 맞는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주어졌다.

그런데 소주성은 경제의 실정을 잘 알지도 못하는 어설픈 학자들의 책상놀음이었다. 그들은 그 정책의 실행으로 무엇이 초래될지도 제대로 예측하지 않은 채, 선한 동기로 하면 모두 선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에 의존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사회안전망을 기업, 고용주와 같은 사인(私人)에게 떠넘기려면 그에 상응한 보상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이 당연한 밑받침을 그들은 하지 않았다. 그들은 경제의 실정도 몰랐고 또 올바른 처방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은 주로 청년층이 피해를 입은 수많은 실업자의 양산과 자영업자의 도산이었다.

소주성에 이어 장기적 코로나사태로 곤경이 겹쳤다. 역시 경제의 취약부위인 청년층과 자영업자가 큰 손해를 입고 있다. 출구가 없는가?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99호입력 : 2021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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