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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문화, 리더의 부재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입력 : 2019년 05월 02일
↑↑ 박임관
경주학연구원장
중국의 〈신당서 新唐書〉 동이전 신라조에서는 “국가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여러 사람과 의논해 결정한다. 이를 화백이라 했으니 한 사람이라도 이의가 있으면 그만두었다”라고 했다. 이로써 미루어본다면 화백은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던 것 같다. 아마도 4세기 중엽 나물마립간(奈勿麻立干) 이전까지는 이러한 절차를 거쳐 왕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울진 냉수리비(503년)에는 지도로갈문왕(支都盧葛文王:지증왕)이 수도의 6부 대표들과 어떤 사람의 재산 취득에 대한 사항을 함께 의논하여 결정한 사실을 적고 있다. 또 울진 봉평비(524년)는 국왕이 사부지갈문왕(徙夫智葛文王) 등 13명의 신하에게 교서를 내려 거벌모라 지역 주민에 대한 조치를 의논·결정하게 한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화백을 두고 우리 역사상 최초의 민주주의라고 하기도 한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시대 시민들은 ‘아고라(Agora)’라는 광장에 모여 국가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했다. 아고라의 어원은 ‘모이다’라는 뜻이니 어떤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 여럿이 모여 의결한 것을 알 수 있다. 민주주의(Democracy)는 ‘인민에 의한 지배(rule by the people)’라는 뜻의 그리스어 Demokratia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엘리트에 의한 지배’의 반대 개념으로 나온 말로서 영어에서는 16세기경부터 사용되었다. 결국은 정치 지도자(리더)를 선거로 뽑고 이들에게 나라와 지방의 살림살이를 맡기는 오늘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도자 한 사람으로 인해 크나큰 발전이 있었는가 하면 거꾸로 후퇴와 침체를 면하지 못한 일들을 역사를 통해 배워 왔다. 

하지만 권력이 수반되는 정치 지도자와 소위 돈이 되는 단체장에는 서로 리더가 되려고 온갖 수단을 다하지만, 여타 단체의 리더는 확연하게 회피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반면 아날로그 세대라 할 수 있는 원로급에 접어들수록 자리 지키기에 연연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정보화 시대라 하는 오늘날의 이 문화적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인가?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반대로 ‘박수 칠 때 나서라’는 말도 있다. 많은 이들이 간절하게 원할 때 과감하게 나서는 디지털세대가 필요하고 손가락질 받기 전에 자리를 내 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세대가 절실한 이즈음이다.

경주에는 ‘모임’으로 부르는 단체가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셋만 모이면 모임을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무슨무슨 ‘회’니, ‘포럼’이 부지기수 이고 봉사단체도 우후죽순 격이다. 모두 혈연, 지연, 학연으로 엮어진 모임과 이해관계로 묶인 단체가 많은 것이다. 이는 경주가 그만큼 배타적이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도시라는 뜻일 수도 있다. 즉, 끼워주지 않으니 모임을 만든다거나 경쟁적으로 만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통계는 없지만 친목이나 계모임까지 합하면 성인 시민 한 사람당 대여섯 개 모임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래서 모임 날짜도 중복을 피하다 보니 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참석률도 저조한 편이다. 이런 많은 단체는 근래 들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바로 모임의 대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 것이다. 

경주의 모 청년단체는 한때 입회하기도 참으로 어려웠고 회장이 된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 많은 경비를 들여가면서 선거를 치르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서로 손사래를 쳐서 격세지감이 되었다. 봉사단체를 비롯한 대다수 다른 모임들도 디지털세대로 갈수록 회장 기피현상이 두드러져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는 스마트시대를 대변하듯 ‘홀로 노는 문화’가 팽배한 것이요, 다른 이들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개인주의가 찾아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끼여 있기’ 위해서 모임에 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들 기존의 회원들도 간섭을 피해서 모임 이탈 현상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더라도 모임의 구성원이 이구동성으로 리더의 역할을 맡길 때에는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차원에서 대표로 나서는 자기희생이 절실한 오늘이다. 많은 이들이 권유할 때에는 모임의 수장으로서 지도력이 뛰어 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연세가 있는 아날로그세대에서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대표자리를 내놓지 않고 장기집권하는 예도 있거니와 연임을 자처하거나 분위기를 조장하는 이들이 있다. 왜 그럴까? ‘나 아니면 안된다’라는 생각과 ‘이것이 명예다’라는 아집인 것이다.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제자리 지키기를 고수하지만 모임의 대다수 구성원은 손가락질하며 속앓이를 하는지 본인만 모르는 것이다. 시민들이 보는 시각도 좋지 않아서 ‘저러다 욕 바가지 얻어 먹은 후 물러나지’라며 예의 주시하는 지경이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뒷전으로 물러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인생의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문역할은 항상 나누어 베풀되 대표의 자리에 연연하는 것만큼은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임전국시대를 방불했던 경주가 앞으로는 인구 감소와 개인주의 흐름에 따라 단체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회원 감소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다. 지금까지 만들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유사한 성격의 모임은 통폐합하고 줄여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규모의 단체를 만들어 더욱 내실 있는 운영을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은 스스로 지도자의 자리에 나서거나 발수 칠 때 리더가 되자. 원로들은 과욕을 버리고 후배들에게 수장의 자리를 물려 주자.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급변의 시대에 지도역량이 있는 수많은 다음 세대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 박수 칠 때 물러나는 미덕을 발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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