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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재 방식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636호입력 : 2024년 05월 23일
↑↑ 박성철 교수
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일정한 주기로 분열하고 성장한다. 이것이 주지하다시피 세포 분열이다. 세포 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고 오래된 세포는 자연스레 소멸한다. 세포의 생로병사(生老病死)다.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 예를 들어 몸에 상처라도 생기면 상처 주변의 세포는 즉시 분열하여 새 피부 세포를 만들어 상처를 회복시킨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세포의 죽살이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공식이 안 먹히는 데가 딱, 한 군데 있다. 가령 세포 분열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나면 암과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 또 나이가 들면서 세포 분열의 속도가 느려지면 노화가 진행된다. 둘 다 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들이다. 하지만 우리 몸의 항상성과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분열해서는 안 되는 데가 있다. 바로 뇌(腦)다.

뉴런이라고 알려져 있는 뇌세포는 전기신호를 이용해 인접한 다른 뇌세포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다른 일반 세포와 달리 뇌세포는 태아 때 이미 대부분 만들어진다. 또한 뇌세포는 사람이 죽을 때까지 사는, 수명이 가장 긴 세포이기도 하다. 왜 그런지 이유는 분명하다. 뇌 속에 저장된 기억들 때문이다. 다른 세포들처럼 뇌세포도 분열한다면 평생 저장해 온 정보(기억)도 오래된 세포와 함께 사라지고 말 것이다. 오늘날 심각한 문제로 급부상한 알츠하이머병이 그런 경우다. 뉴런이 죽거나 그 기능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기억이나 의사 결정과 같은 인식 능력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 뉴런 퇴화라고 부른다.

기억은 뉴런의 연결이 강화되거나 새로운 연결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인간에게 있어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존재 방식이기 때문이다. 내 아들의 첫 옹알이, 첫걸음, 처음으로 자전거 배우던 날 등의 기억은 부자(父子) 관계를 지켜주는 핵심이자 기본 요소다. 아들에 대한 기억으로 아빠라는 존재가 구축된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그러고 보면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은 정작 본인한테는 없는 게 또 인간 존재의 특징이자 숙명이지 싶다. 아들의 가장 소중한 탄생 과정을 정작 본인은 기억하지 못한다. 같은 방식으로 자식의 무릎이 되었든 병원이 되었든 마지막 가쁜 숨을 내쉴 내 모습을 온전히 기억할 주체는 내가 아니라 내 자식이다. 인간 존재의 유지 및 전개 양상은 주체와 상관없이 이렇게 기억을 매개로 간단(間斷) 없이 이어진다.

이번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챗GPT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무엇보다 ‘기억을 제어’하는 새 기능이 눈에 띈다. 이제 “이 기억은 잊어버려”, “이 장면은 지우지 마, 계속 기억해 둬” 하는 식의 명령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그 의미는 인공지능이 나보다 내 과거를 시시콜콜 더 잘 기억할 것이고, 뻥 뚫린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나보다 더 빠르고 깔끔하게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세포로 구성된 우리에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때마침 일론 머스크의 뇌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에서 사람 뇌에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우리 뇌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데,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읽어낼 수 있고, 나아가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다고 한다. 괴짜 천재인 일론 머스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뇌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실현해 보이겠다고 한다. 허황된 이야기만도 아닌 게 현재 제브라피시나 송사리 같은 작은 동물 뇌를 스캔하고 뇌신경 연결 지도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한다. 기억을 보존하고 데이터화하는 현 수준이 이 정도라고 한다. 

유엔(UN)의 연례보고서에서도 사람의 기억을 적절한 가격(선진국의 경우 한 사람당 1만달러, 개발도상국에서는 한 사람당 3000달러 미만)으로 보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억에도 선진국과 비선진국이라는 구분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내가 두려운 건 아들의 탯줄을 자르던 그 소중한 기억을 내 머리에서 지운다면 녀석은 여전히 내 아들일까? 이번에 일론 머스크가 개발한 칩 이름이 텔레파시(Telepathy)라는데 그 초능력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정말 궁금하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636호입력 : 2024년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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