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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처음 듣는 말인데?”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588호입력 : 2023년 06월 01일
↑↑ 박성철 교수
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
전화 너머 아들에게 지령을 내렸다. 그것도 반복해서. “아들아, 과자 사러 마트 가는 길이라고? 아빠 바나나도 한 손 사다 줘. 너 먹고 싶은 거 일단 사고” 15분 후 녀석의 손에 바나나는 없었다. 이미 여러 번 경험했던 터라 이젠 놀랍지도 않다. 누군 그런다. 남자는 한 번에 하나씩 미션을 전달해야 성공률이 높다고. 마지막에 들은 미션만 수행할 공산이 크다고, 그게 남자들의 특성이라고... 아이스크림을 쩝쩝대는 녀석 등에다 대고 나직한 목소리로 그랬다. “아들아, 이젠 아빠 말을 좀 알아들을 때가 되지 않았니?” 아무런 대답 없이 자기 방문을 닫는 걸 보니 또 못 들은 게 분명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엉뚱하지만 헝가리 롤란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개는 모국어와 외국어, 심지어 의미 없는 아무 말도 구별할 줄 안다고 한다. 근데 우리 인간은 왜 이러지?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 집 남자들만 해도 한 번씩 그런다. “엄마가 언제 그런 이야기했어?”, “당신이 어제 그랬다고? 우린 처음 듣는 말인데?” 가뜩이나 큰 와이프 눈이 더욱 휘둥그레지는 걸 보면 우리 남자들만 못 알아들은 게 분명하다.

흥미로운 것은 개는 익숙한 언어와 낯선 언어에 대한 뇌 반응이 다르다고 한다. 이는 마치 말은 못 하는데 말은 알아듣는 영유아들과 매우 유사하다. 나아가 나이가 많은 개일수록 들어왔던 익숙한 언어와 낯선 언어를 잘 구분한다고도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언어는 각기 다른 청각 규칙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는 왠지 이응 발음이 많은 것 같고 프랑스어는 자꾸 코를 킁킁대는 것처럼 들리는 식이다. 개들이 그런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과 함께 살면서 그 언어적 규칙성에 오래 노출된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달리 나온 게 아니다.

한국 돼지는 꿀꿀대는 반면, 미국 돼지는 오잉크 오잉크하고 운다. 하지만 한국 돼지라고 언제 어디서나 꿀꿀하고 일관성 있게 우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꿀꿀거리는 소리에 높낮이가 다르고 애절하거나 강건(?)한 감정이 실리기도 한다. 마치 아기들이 배고플 때나 심심할 때 우는 소리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이걸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코펜하겐대학교 엘로디 교수 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하여 돼지소리를 매우 높은 수준에서 번역을 해냈다. 과학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한 결과물에 따르면 목소리를 통한 돼지 감정 상태를 92%의 정확도로 읽어낼 수 있었다. 파파고 같은 외국어 번역 프로그램처럼 인공지능으로 돼지의 감정 상태를 거의 정확하게 해석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고 프랑스와 스위스 과학자들과의 협업으로 이뤄낸 쾌거다.

특정 동물의 소리를 번역해 주는 AI가 있다면 우린 이 기술로 뭘 할 수 있을까? 평생 풀만 먹는 코끼리도 한 번씩 고기가 땡기지는(?) 않는지 물어보는 것도 재밌겠지만, 동물 입장에서는 보다 개선된 사육 환경을 만들 수 있어 좋다. 실제 미국 조지아 공대의 경우 2015년부터 인공지능으로 닭 울음을 번역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닭이 내는 소리를 분석하여 스트레스를 덜 받게 사육장의 온도나 조명 상태를 기민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종착점은 그래서 소통이다.

루게릭병(Lou Gehrig's disease)이라고 있다. 아마 천체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박사가 떠오를 거다. 손가락과 다리 근육이 약해지고 가늘어진다, 점차 말을 하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지고, 전신의 근력이 약해져서 자력으로 일어날 수 없게 된다. 호흡근이 약해져 호흡장애도 나타난다. 하지만 의식과 오감은 말기까지 정상이기 때문에 루게릭 환자들은 육체 감옥 속에 정신이 갇혀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마음을 전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요나스 짐머만 박사(스위스)와 닐스 비르바우머 교수(독일) 연구진은 루게릭 환자의 생각을 전기신호로 전달해 가족과 의사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네 살짜리 아들에게 전한 아빠의 말은 “디즈니 영화 같이 볼래?”, “멋진 내 아들, 사랑해”였다고.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588호입력 : 2023년 06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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