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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에 붙인 스티커


경주신문 기자 / 1576호입력 : 2023년 03월 09일

↑↑ 박성철 교수
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
자신의 능력이나 소유물 또는 지위를 과시하려는 욕구는 자연스럽다. 최신 장난감을 손에 쥔 꼬마 아이는 주변 아이들의 선망의 눈초리를 은근히 즐긴다. 혀가 이미 꼬였는데도 “나 술 안 취했어!”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것도 일종의 과시욕이다. 술이 센 게 결코 능력은 아니다. 이 자연스러운 욕구가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법인데, 이번에 세상에 알린 한국인의 과시욕이 그런 경우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이 1인당 명품 소비 1위라고 한다. 미국과 일본, 서구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우리가 당당히 일등이란다. 가령 영국 자동차의 명가(名家) 롤스로이스의 경우 118년 역사상 최다 판매의 기록을 달성했는데, 그 일등 공신으로 한국 판매량의 급증을 꼽는다. 대당 5억 원이 넘는 차를 작년 한 해 한국이라는 아주 조그마한 나라에서 234대나 샀다니 말 다한 거다.


과시욕은 개인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메커니즘을 가진 복잡한 심리 현상이다. 진화 심리학에서는 그 근원을 우리의 저 먼 조상에서 찾는다. 척박한 환경에서 짝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우세한 계층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과시욕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자신의 기술이나 자원이 더 나아 보여야 이성에게나 구성원의 일인으로나 선택될 가능성이 커지니 말이다. 그러니 그 후손인 우리는 술이 취해도 멀쩡하다고 잡아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그 반대도 있다. 과시욕이 열등감 또는 자기 의심에서 비롯되는 경우다.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할 때 괜히 오버를 하는 식이다. 그런 방식으로 타인의 관심과 칭찬을 구함으로써 외부의 검증과 승인을 얻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필요 이상의 과시로 오히려 내면의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숨기려는 방어기제로서의 과시 형태다. 외신들도 한국인의 과시욕의 원인으로 자산 가격의 상승이나 한류의 힘 등을 꼽고 있지만, 돈을 최고로 치는 문화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무한한 과시욕 경쟁을 꼬집고 있다.


영국의 국제교류 자문 업체인 헨리 앤드 파트너스(Henley & Partners)에서 2023년 1분기 헨리 여권지수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이 2등이란다. 여권지수라는 것은 글로벌 여행 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199개국 중에서 특정 국가의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방문하거나 사실상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국가가 얼마나 되는지 산출한 순위다. 쉽게 말해 어느 나라 여권이 가장 힘이 센 지 그 랭킹을 매긴 거다. 대한민국 국민은 세상 어디를 가든 상대적으로 간단한 입국절차를 받는다는 의미다. 타 국가가 우리나라와 국민을 그만큼 인정하고 보증한다는 말이다.


‘와, 우리가 이렇게 대단했어?’ 여기서 딱 멈추면 좋은데, 어느 정도 불안과 조바심에 기인한 우리의 자긍심은 여기서 멈추질 못한다. 우리보다 더 선진국이 있단 말이지? 하는 조금 과한 자긍(만?)심에 2등을 하고서도 만족을 못 한다. 이건 마치 올림픽이나 주요 경기 같은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금메달 수상자는 일등을 해서 행복하고, 동메달 선수도 4등을 할 뻔했는데 이게 웬 떡이야 기뻐하는데, 유독 은메달리스트만 표정이 밝지 않다. 1등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여권지수 1위는 일본이다. 일본 여권으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나라 수는 193국에 이른다고 한다.


요즘 텔레비전에서는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들이 홍어에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을 본다. 생긴 것부터 빨간 게 매워 보이는 한국 음식을 이들은 먹을 수 있겠어? 의심스러운 렌즈는 연신 외국인의 얼굴을 훑는다. “좀 맵지만 맛있는걸?” 하는 멘트가 나와야 비로소 안심이 된다는 듯 화면은 전환된다. 그냥 어릴 때 같이 뛰어놀던 친구가 지금 살고 있다는 한국에 와서 그 친구가 느꼈을 문화충격을 하나씩 경험해 보는 좌충우돌식 프로그램이면 족하지 않나 싶은 대목이다. 이젠 ‘두유 노 김치?’ 식의 조바심 내지 말자. 모든 한국 음식이 외국인들에게 환영받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어느 인터뷰에서 질문자가 “당신 몸에는 왜 타투가 없나요?”라고 하자 유명 여자 연예인이 “밴틀리 차에 스티커 붙이는 거 봤어요? ”하고 대답하더란다. 자신이 그 자체로 명품인데 굳이 아기자기한 스티커[타투]로 꾸밀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그렇다. 그러니 제발 조바심내거나 오버하지 말자. 여긴 대한민국이고 우린 한국사람이다. 선진국이라는 타투나 스티커로 절대 가릴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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