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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감독의 일주일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514호입력 : 2021년 11월 26일
↑↑ 박성철 교수
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
이타심(利他心)은 인간만의 전유물일까? 대답은 단호히 노(No)다. 유튜브에서 물에 빠진 얼룩말 새끼를 구하는 하마 영상 정도는 보셨으리라. 그럼 혹시 새끼 까치에게 젖을 물리는 반려견을 본 적 있는가? 그야말로 종(種)을 뛰어넘은 모성애다. 자신을 구해줬다고 개를 어미처럼 따르는 까치도 놀랍지만, 임신도 하지 않은 개한테서 모유가 나오는 것도 신기하다. 이것을 지켜본 수의사는 반려견이 까치를 제 새끼로 여기는데 모유를 생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누가 봐도 개와 까치의 이상한 조합인데, 정작 둘은 모자(母子)일 뿐이다. 하나도 안 닮고 심지어 새끼 개(?)는 앞다리가 날개인 것만 빼면 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병상에 누운 유상철 감독(인천 유나이티드)에게 물어봤단다. ‘건강한 일주일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그는 스페인에 있는 제자 이강인 선수의 경기를 관람하고 싶다고 했다. 알다시피 둘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맺어진 사제지간이다. “직접 보고 싶어. 경기장 분위기라든지... 할 수 있다면 강인이가 훈련 등 어떻게 지내는지도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보고 싶고...” 본인도 힘들 텐데 유 감독은 자신의 보살핌이 필요할 것 같은 다른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모양이다. 관계 지향적인 본능이랄까, 사람은 늘 사람을 향해 있다.

이웃 국가 일본에는 고유의 단시형인 하이쿠(俳句)라는 게 있다. 우리의 시조(時調) 감성으로 볼 때 하이쿠는 좀 짧다. 그러다 보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오히려 선명해진다. 유희성(遊戲性)이나 잔잔한 여운이 그 특징이라니 여기서 몇 편 감상해 보자. 일본 노인요양원 협회에서 뽑은 우수작품들이란다.

‘코골이보다 조용한 게 더 신경 쓰임’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남편의 코 고는 소리는 늘 성가시지만 혹여나 안 골면(!) 신경이 더 쓰이게 마련이다. 오래된 부부는 관계 그 자체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가 보다. 코는 골아도 걱정 안 골아도 걱정이지만, 평생을 자장가 삼아 들어왔을 코 고는 소리는 어쩌면 그 자체로 행복이다.

‘사랑일까 생각했더니 부정맥’ 이 시도 재미나다. 첫사랑을, 그러나 지금은 부정맥을 느끼게 해 준 가슴이지만, 상대가 있고 없고는 실로 엄청난 차이다. 상대한테 들킬까 부끄러운 두근거림은 황홀하다. 하지만 상대 없이 혼자 요동치는 가슴은 정말 두렵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그러면 공포 영화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

하나만 더. ‘연상이 타입인데 이제 없다’ 역시 관계 속에서 나를 찾는 그 애잔함이 느껴진다. 연상을 좋아하는 취향을 충족시켜줄 ‘우리 오빠야’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니 황망할까. 한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나머지 존재의 부재는 외로이 우주를 부유하는 우주인 심정 아닐까.

이제는 도넛 이야기다. 미국에는 *킨 도넛이 있다면 캐나다에서는 *홀튼이 유명하단다. 매장에 들어오지 않고 차를 탄 채 주문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에서 벌어진 일이다. 시작은 가벼운 장난이었을까, 앞차가 뒤차에서 주문할 음식 값을 미리 계산해버린 거다. 자신의 음식이 알고 보니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보낸 선물이란 걸 알게 되자 기쁨의 함성이 터진다. 이런 서프라이즈를 당연하다고 여길 강심장은 없다. 로또에 당첨된 듯 기분이 좋아진 뒤차는, 자신의 뒤차를 장난기 어린 눈으로 살펴보며 지갑을 꺼낸다. 결국 자기가 자기 음식 값을 내는 거나 마찬가지인, 이 캐나다 판 조삼모사(朝三暮四)는 흥미롭게도 무려 228대나 이어졌다. 끊이지 않는 그 릴레이로 분명해지는 건 인간은 서로 이어져 있다는 부동의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스페인 어느 동네에서 매우 흥미로운 시도를 했다길래 소개해 본다. 더운 여름이 되면 보통 집보다는 밖이 더 시원한 법이다. 집 앞에 내놓은 의자나 평상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모여 이웃끼리 수다를 떤다. 우리에게도 흔히 있는 여름 풍경인데, 주민이 1564명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 알가르(Algar)에서 평범한 이 ‘길거리 대화’를 유네스코에다 등재 신청을 해버린다. 전 세계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인류 무형문화유산’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돈키호테처럼 엉뚱하지만 낭만적인 시도에 유네스코는 어떤 심사 결과를 내놓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514호입력 : 2021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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