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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의 입맞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66호입력 : 2020년 12월 03일
↑↑ 박성철 교수
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
올해 들어 우리의 귀를 쉼 없이 괴롭히는 단어가 코로나 바이러스(virus)다. 코로나가 전 지구를 마비시키기 전까지 가장 흔한 바이러스라면 역시 감기이다. 순우리말로 ‘고뿔’이라고도 하는 감기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일으키는 증상들의 집합체라고 한다.

집합체라는 바이러스 특징은 영국 월트셔(Wiltshire) 소재 ‘감기 연구소’에서 수행한 실험으로 잘 드러난다. 자원자 콧구멍에 딱, 코감기에 걸렸을 때 흐르는 콧물과 같은 속도(!)로 액체가 가늘게 흘러나오도록 장치를 붙인다. 인위적으로 코감기가 걸렸을 때와 비슷한 환경을 만든다. 보기엔 좀 그렇지만 그런 상태에서 마치 칵테일 파티(우리로 치자면 수영장 7시 반 정모 같은)에 갔을 때처럼 다른 멀쩡한 자원자들과 어울리게 했다. 그들 모두는 미처 눈치 채지 못했지만 사실 코에서 줄줄 흐르는 액체에는 자외선을 쬐면 보이는 색소가 들어 있었다.

자, 어떻게 진행됐을지는 여러분들이 예상하신 그대로다. 사람들과 얼마간 어울린 뒤에 자외선을 켜고 흔적을 살펴봤더니, 한 사람의 예외 없이 모든 사람들의 손, 얼굴(보통 성인 기준 1시간당 평균 16번 정도 얼굴을 만진다고 한다), 상체는 물론이고, 안경, 문손잡이, 소파 등 아무튼 사람들의 동선(動線)에 따라 온통 색소가 묻어 있었다고 한다. 코에서부터 흘러내린 병원균은 무의식적으로 눈이나 턱을 만진 손을 통해 과자 그릇으로 넘어갔을 것이고, 과자 그릇을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었던 사람 역시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고 그 손으로 상대와 스킨십을 했을 것이다. 아무튼 온 사방에서 그 가짜 바이러스는 반짝거리고 있더란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연구진도 이와 비슷한 연구를 수행했다. 어느 사무실의 금속 문손잡이에 역시 가짜 바이러스를 묻혀두었더니 약 4시간 만에 그 바이러스가 건물 전체로 퍼졌다고 한다. 직원 중 절반 이상이 감염되었고, 당연히 복사기, 커피 자판기 등 거의 모든 공용 기기들에도 바이러스가 묻어있더란다. 실험이 아니라 실제였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묻은 바이러스가 사흘까지 활성을 띨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바이러스는 좀 애매한 존재다. 완전히 살아 있는 것도 그렇다고 완전히 죽은 것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살아 있는 세포 바깥에서 바이러스는 그냥 불활성 물질(!)에 불과하다. 먹지도 않고 숨도 쉬지 않는다. 움직이지도 않고 뭔가를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위에서 언급한 문손잡이를 쥐거나 악수를 함으로써 바이러스는 좀비처럼 살아난다. 바이러스는 이렇게 살아 있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여느 살아있는 존재들처럼 격렬하게 증식을 한다.

바이러스는 인내심으로도 악명 높다. 이를 증명할 놀라운 사례로 2014년 시베리아에서 발견한 피토비루스 시베리쿰(Pithovirus sibericum)을 꼽는다. 자그마치 3만년 동안 영구 동토대(凍土帶)에 갇혀 있었지만, 아메바에 집어넣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꼬물꼬물 움직이기 시작하더란다.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도 그렇다. 이 바이러스는 어릴 때에는 수두를 일으키지만, 신경세포에 50년 넘게 비활성 상태로 잠복해 있다가 갑자기 활동을 시작해서 노년에 대상포진(shingle)이라는 이름으로 끔찍한 고통을 주기도 한다. 여든이 넘은 내 부친도 날카로운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괴로워했다.

하지만 천하의 바이러스도 천적은 있는 법이다. 항(抗) 바이러스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입맞춤’이다.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자원자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접종한 뒤에 조사를 했더니 의외로 입맞춤으로는 바이러스가 옮겨가지 않더란다. ‘혀가 왔다 갔다 하는’ 열정적인 입맞춤만 해도 상대의 입으로 최대 10억 마리의 세균이 넘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각자의 혀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부터 입 안 미생물들은 대청소를 시작한다. 하루 안에 미생물 조성이 키스하기 전 상태로 거의 다 복원이 된다. 와, 이걸 사랑의 위대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위대한 사랑의 힘은 그 어떠한 바이러스도 물리칠 만큼 강력하다. 나뿐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방한테도 말이다. 미국 가수 마돈나(Madonna)도 “지구가 자전하는 건 사랑의 힘 때문(Love makes world go round)”이라고 노래한 것도 같은 맥락이지 싶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66호입력 : 2020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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