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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색깔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52호입력 : 2020년 08월 19일
↑↑ 박성철 교수
동국대 불교문화대학
비 내리는 주말을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 창문 너머 아래를 보다 우연히 주차장에 눈이 가닿는다. 빈자리 없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보니 다들 집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는가 싶다. 어? 근데 큰 차, 작은 차 할 것 없이 죄다 희거나 검은색뿐이다. 간혹 빨간색이나 파란색이 보이지만 무채색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유명 중고차 매매 전문기업의 자료도 그것을 입증한다. 2년간 거래된 자동차 11만 대를 분석해 본 결과,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무채색이었다고 한다. 무려 89%를 차지할 정도로 말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무채색 중에 흰색(24.9%)이 가장 많이 팔렸고, 그 다음이 검은색(20.8%), 은색(19.2%), 회색(13.4%) 순이란다.

호불호가 분명한 젊은 사람들은 다르다고? 아니다. 흰색을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가 오히려 20대라고 한다. 중고차 구매자 중 32.5%가 흰색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30대(26.8%), 50대(22.5%), 40대(22.3%), 60대(22.2%), 70대(20.3%) 순이란다. 세대가 높을수록 흰색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그럼 검은색은 어떨까? 흰색과 완전 반대다. 검은색은 70대의 선호도에서 25%로 가장 높다. 그 다음으로 60대(22.2%), 50대(21.8%), 40대(20.9%), 30대(20.2%), 20대(18.7%) 순이다. 검은색 차량은 관리하기가 편하다는 기술적인 면보다는, 권위나 사회적 신분 등 심리적인 측면이 작동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 보니 검은색 경차를 본 적은 없다. 흰색 대형차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은색 대형차는 흔히 보이는데 말이다.

내친김에 성별도 따져볼까. 같은 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흰색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는 백의민족이 맞나 보다. 여성(26.4%)이 남성(24.5%)보다 흰색 선호도가 조금 높고, 검은색 선호도는 반대로 여성(17.5%)이 남성(21.7%) 보다 낮다.

그럼 빨간색이나 파란색 차는 어떨까. 구매율도 현저히 낮지만, 보통 차량을 장만할 때는 나중에 되팔 것을 미리 고려하기 때문에, 주관적 선호도보다 대중적 선호도를 따르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흰색과 검은색을 선호할까? 백설기를 떠올려 보자. 백일 상에 오르는 백설기는 정결함과 신성함 뿐 아니라 100(百)이란 숫자가 가지는 완성을 상징한다. 그 백일 떡을 백 군데 집과 나누어 먹어야 아기가 무병장수하고 또 큰 복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백일 떡을 받은 집에서는 빈 그릇을 보내지 않고 반드시 흰 무명실이나 흰 쌀을 담아 보내는 풍속이 전해온다. 흰색은 우리 민족과 하나이다.

우리 민족의 흰 옷 사랑은 갓 태어난 아기의 배내옷과 기저귀, 농부들이 입던 일상복, 검박한 선비나 학자의 평상복, 특별한 제사나 의식에서 차려입던 제복, 상복(喪服) 등 다양하게 드러난다. 흰색은 명실상부 백의민족(白衣民族)의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이다.

흰색이 아침과 밝음이라면 검은색은 어둠이며 밤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머리에 썼던 검은 빛의 갓, 즉 흑립(黑笠)은 섬세한 올 사이로 햇빛과 바람, 눈과 비를 받아내는 동시에 상투와 망건을 은은히 밖으로 드러내는 투명함을 지니고 있다. 검정의 역할이다. 또한 민간에서는 전복 벙거지, 복건, 신부의 도투락댕기, 제복에 흑색이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흰 도포자락과 검은 갓은 서로 어긋난 듯 자연스러운 우리 민족의 뿌리 색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 후손들이라서 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다양한 종류의 차량 속에서 특정 색상에 대한 한국인의 선호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지역은 파랑, 빨강 등 원색(10%)보다 회색, 검정 흰색(56%)을 선호한다고 한다. 문화적 특징상 빨강을 선호할 것 같은 중국도 은색, 검정, 회색이 70%를 상회한다고 하니 재미있다. 자동차 강국 유럽의 경우 베이지나 녹색 등도 팔리지만 은색이나 쥐색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는 스크래치 등 차량 관리상의 문제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코로나-19로 경색된 중고차 시장이 하루 속히 회복되기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52호입력 : 2020년 0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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